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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an 09. 2025

요즘 나의 고민

도전과 실행 사이

 나에게 너무나 혹독한 러너의 첫겨울, 상대적으로 따뜻한 남쪽에 살고 있지만 눈보다 더 춥게만 느껴지는 겨울바람이 이토록 차가운지 달리기를 하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새로운 추위를 느낀다. 여기보다 더 추웠던 곳에서 겨울마다 눈까지 치우며 살았는데 인간의 간사함이 느껴지며 시베리아 대륙에서 불어온 동장군의 위력을 실감한다.


https://brunch.co.kr/@ilikebook/967


 <직장인의 점심시간>이란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따뜻한 봄이 오기 전 겨울 동안 '주 3회 달리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고육지책으로 점심시간을 활용해 달리기를 해보기로 했다. 두 번의 시도만에 지난 월요일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바를 행동으로 옮겼고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조회수가 급증하는 기쁨까지도 누렸다.



 "아무리 달리기를 하고 싶어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하나에 빠지면 그것만 파고드는 나의 성향상 어쩌면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추운 겨울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달리기를 내려놓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한 마음에 무리수를 두었다고 보는 것이 좋겠다. 또한 과일단식을 하며 간단하게 점심을 먹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점심 달리기를 처음 계획했을 때는 출근 부담이 있는 월요일을 피해 화요일, 목요일, 일요일 이렇게 주 3회 달리기를 목표로 정했는데 몇 가지 변수가 있었다. 첫 번째, 날씨이다. 겨울이라 비가 자주 오지는 않지만 겨울비를 맞으며 체온이 떨어지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어 겨울비가 내리면 이 계획은 반드시 수정해야만 한다. 일회용 우의를 입고 달리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쓴웃음을 지으며 내려놓았다.


 두 번째, 업무 스케줄 변동이다. 대부분의 스케줄은 내가 정하지만 회의나 출장이 잡히면 자유로운 점심시간은 어려울 수도 있다. 주로 외근을 많이 하지만 매일 새로운 일이 생기는 드라마틱한 나의 업무는 똑같은 일을 계획하는 일정한 업무가 아니기에 그때그때 상황을 보고 실행할 수 있어서 단정 짓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릴 수 있을 때 달리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부상의 여파이다. 겨울 달리기는 부상의 위험이 다른 계절보다 발생하기 쉬운데 추운 날씨로 경직된 근육이나 관절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페이스에 대한 욕심이 없기도 하지만 부상의 위험을 사전에 만들기 않기 위해 일부러 LSD 훈련을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아무리 달리고 싶어도 부상이 발생한다면 마음과는 달리 달리기를 쉬어야 한다.



 딱 한 번 점심 달리기를 했지만 늘 이런 생각은 머릿속에 가득하다. 틈틈이 날씨를 확인하고 업무일지를 작성하며 놓친 일은 없는지 일주일의 일정에 대해 미리 고려하고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요일을 미리 선정한다. 그리고 내 몸 상태도 수시로 점검하며 가장 효율적으로 달리기를 할 수 있는 날을 결정하며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은 말처럼 생각처럼 순탄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달려야만 한다. 달려야 하는 이유와 명분을 찾으며 달리기를 온전히 누리고 싶은 욕망을 길 위에서 표출한다. 눈가리개를 하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의 성향이 있는 나에게 달리기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시간은 새벽 책 읽기처럼 고요하고 혼자만의 시간이다. 물론 주변의 경치와 사람들을 보기도 하지만 내가 정한 목표에 다다를 때까지 앞만 보고 달린다.


점심 달리기를 할 수 있을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출근할 때마다 여벌의 옷을 챙긴다. 따뜻한 실내에서 트레드밀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지루함과 싸워야 하는 트레드밀 달리기는 가급적이면 하고 싶지 않다. 정말 어쩔 수 없을 때만 사용하려고 우선순위를 제일 뒤로 미뤘다. 왜냐하면 거친 호흡보다 더 힘든 것이 트레드밀 위에서 나를 억누르는 지루함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평상시 점심시간보다 조금 늦었지만 오전 업무를 마치고 근처 생태공원에서 점심 달리기를 하기 위해 가볍게 웜업을 했다. 강변이라 그런지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었지만 이 정도의 추위는 예상했기에 방한 도구를 착용하고 몸을 풀었다. 마음 같아서는 조금이라도 더 달릴 수 있게 바로 달리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부상으로 한 동안 달리기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참았다.



 30분 정도만 달려보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달렸고 추위와 상쾌함을 동시에 전해주는 겨울바람을 맞으며 6km의 거리를 달렸다. 마음 같아서는 10km의 거리를 달리고 싶었지만 욕심대로 하면 직장인이라는 입장에서 더 이상 점심 달리기를 할 수 없을 것 같아 더 욕심부리기 전에 서둘러 달리기를 마쳤다. 1km 정도 걸으면서 웜업보다 더 중요한 쿨다운을 하고 두 번째 점심 달리기를 정리했다.



 달리기를 하고 업무 현장으로 가는 길, 스마트폰 알람을 보고 마음이 푸근해졌다. 내일의 강추위를 알리는 안전문자였는데 오늘 점심 달리기를 하지 않았으면 내일은 강추위에 벌벌 떨며 달리기를 해야 했을지도 모르고, 추위에 달리기를 할지 말지 고민해야 했을 수도 있다.


 할지 말지 고민이 된다면 일단 하고 나중에 고민하자는 나의 신념이 빛을 발한 것 같아 그 어느 때보다 기분 좋은 시간이라 생각한다. 이제 두 번째이지만 주 3회 달리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행해야 하는 요즘 나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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