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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의 겨울

겨울 첫 아침 달리기

by 조아

나는 글쓰기에 집중하기 위해 새벽 시간을 활용했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며 양질전화의 법칙이 일어나도록 새벽 글쓰기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 김유진 변호사님의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라는 책을 읽고 나도 한 번 해보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한 루틴이었다.


이 루틴을 1년 정도 유지했고 새벽 기상을 위해 일찍 자기 위해 저녁 약속을 잡지도 않았고 특별한 일이 아니면 회식에도 잘 참석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새벽 기상을 위해서였다. 특히 회식을 하면 새벽 기상은 물론 그 다음날 컨디션이 좋지 않아 가급적이면 회식을 피했다.



이렇게 유지해 온 새벽 루틴을 바뀐 계기는 달리기에 집중하기 위해서인데 작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나름의 큰 결단을 내렸다. 당시 무더위로 저녁 달리기도 쉽지 않았고, 매일 달리고 싶은데 일정이 들쑥날쑥한 저녁보다는 새벽 달리기를 하면 일정에 신경 쓰지 않고 달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1년 간 공들여 만든 새벽 루틴을 포기할 정도로 달리기는 나에게 소중한 루틴이 되었고 글감도 책에서 달리기로 변경되어 글쓰기의 색깔도 바뀌었다. 그렇다고 해서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달리기에 집중하다 보니 주변에 책을 사랑하는 분께 내가 변심했다는 말도 듣기도 했다.


특히 9월, 10월 부단히런과 함께 달리기를 하면서 2km만 달려도 숨 쉬기 힘들고 심장이 터질 것 같던 내가 일취월장으로 성장해서 11월에는 10km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한 시간 안에 완주하는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하고 하프 마라톤까지 완주하면 쾌거를 만들었다.


나름의 성장을 했지만 아직 모든 것이 생소하고 경험이 부족한 초보 러너인 나에게 혹독한 겨울 추위는 이런 새벽 달리기를 잠시 쉬어야 하는 시간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화장실 사건까지 생겨 온도 차이가 큰 새벽에 운동하는 것이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새벽 시간에는 다시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고 있지만 창밖을 보면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 때가 있어 창문을 열어보면 온몸을 움츠려 들게 만드는 추위는 이런 마음이 쏙 들어가게 만든다. 추위에 약한 것은 아니지만 추위로 인해 부상을 입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나를 더욱 움츠려 들게 한다.


가급적이면 새벽 달리기를 자제했지만 이번 토요일 가족 여행 중 하동에서 하룻밤 자게 되었는데, 전날 일찍 잔 덕분에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책을 보다 아내와 아이가 조식 먹으러 갔을 때 달릴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같이 조식을 먹으러 가자고 하여 예상했던 시간보다 일찍 달리러 밖으로 나왔다.



스마트폰으로 기온을 확인하니 영하 6도의 날씨라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생각한 것처럼 체감온도는 낮지 않았다. 가볍게 20분 정도만 달릴 요량으로 숙소 주변 도로를 달렸고 오르막길이 있었지만 크게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첫겨울 아침 달리기를 했다는 기쁨으로 더 달리고 싶었지만 여행 일정이 있어 서둘러 마무리했다.



겨울에는 아무리 추워도 바람만 불지 않는다면 그렇게 춥지 않을 수도 있다는 체감적 경험을 얻은 좋은 기회였고 여행 중이라도 달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달려야 한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내가 대견스러웠다. 그리고 백 개의 지역 달리기(백지달 프로젝트)를 했다는 추가적인 기쁨도 누릴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은 두렵게 느껴진다. 경험이 없기에 당연한 일이기에 이런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과를 떠나 한 번 시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면 서투르고 부족한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용감하게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하동에서 첫겨울 아침 달리기를 시도했고 아무리 추워도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충분히 달릴만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이런 배움을 지속적으로 축척하여 겨울의 추위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러너로 성장하고 싶다. 초보 러너에게 첫겨울은 너무나 혹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려고 하는 의지를 행동으로 옮기는 시도를 통해 조금씩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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