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에 집중한 시간
1월 31일 금요일, 하루만 휴가를 쓰면 무려 연속 9일이나 쉴 수 있는 황금연휴 마지막 날인 오늘, 모처럼 늦잠을 잘 정도로 피로가 쌓여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친지들을 만나기 위해 장거리 운전을 하기도 했지만, 평소와 다르게 달리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생각해 보니 지난 연휴를 돌아보면 정말 달리기에 충실했던 시간이었고, 달릴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연휴 시작 전부터 이번 연휴 기간 동안 매일의 달리기를 하려고 계획하기도 했지만 토요일, 일요일 이틀 연속 10km 달리기 최초로 성공했고, 그다음 날도 12km를 달리며 삼일 동안 32km의 거리를 달렸다. 1월의 달리기 기록을 살펴보니 보통 일주일에 세 번 달렸고 평균적으로 24km의 거리를 달렸는데, 연휴의 여유로움은 삼일 만에 약 1.5배의 거리를 달릴 수 있도록 해주었다.
마음 같아서는 처음 계획한 대로 매일 달리기를 했어도 좋았겠지만 삼일 연속 10km 달리기를 한 다음 날 아침, 충분한 수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민은 휴식을 제안했다. 자기 전에 분명 가민의 모닝리포트에 휴식을 제안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가민의 제안은 정확했다. 자기 전부터 발바닥에서 엄청난 피로가 밀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에 휴식을 예상하고 있었다.
삼일 연속 달리기를 한 이유는 막무가내로 한 것이 아니라 월요일 대설특보와 함께 한파가 예상되었기에 미리 달릴 수 있을 때 달리기를 충분히 즐기려고 했던 것이다. 강원도로 여행 간 휴배가 보내온 사진을 보니 천연 눈이 쌓은 눈썰매장의 전경을 보면서 대설특보가 내려도 눈을 구경할 수 없는 곳에 살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부단히런에 참여하는 분들 중에는 눈이 내린 곳을 달리는 러너도 있어서 달리기를 하기 좋은 곳에 살고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하루를 충분히 쉬었지만 무리했는지 회복 속도는 더뎌서 설날 당일에도 걷기로 뭉친 다리를 풀어주며 하루 더 회복의 시간을 가졌다. 이틀이나 충분히 쉬었으니 연휴 전부터 지켜온 주 3회 달리기 습관을 주로 화요일, 목요일 그리고 일요일에 달리기를 했기에 다음 루틴을 위해서 연휴 전 마지막 날인 목요일에 하프 마라톤을 도전하려고 했다.
날씨도 이틀 전과는 달리 따뜻해서 달리기 좋았기에 천천히 달리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작년 10월 말, 런데이 마라톤을 했을 때가 떠올랐다. 두 시간 삼십 분이 걸려 완주한 생애 첫 하프 마라톤의 성공에 들떠, 회복의 시간을 가지지 않고 무리해서 4만 보의 걸음수를 채우려고 했던 어리석음 때문에 전국 사상에코마라톤에도 영향을 줬던 잊고 싶은 기억이었다.
삼일동안 조금 무리한 것도 있고 해서 마음만은 오랜만에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내일의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여지와 함께 욕심만 앞서서 무리해 컨디션을 엉망으로 만들었던 실수를 다시 범하고 싶지 않아 욕심을 내려놓았다. 모든 일에는 순서와 단계가 있는 것처럼 하프 마라톤은 완주하기 위해서는 먼저 15km의 거리를 완주해야만 한다.
그래서 오늘의 달리기 목표를 하프 마라톤에서 15km로 변경하고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이틀이나 쉬었지만 아직 뭉쳐 있는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기 위해 웜업을 열심히 했기에 생각보다 몸이 무겁지 않았다. 날씨도 좋아 연휴의 마지막 날을 여유롭게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 산책로가 붐볐지만 간격을 잘 계산하며 달렸고 한 시간 삼실분만에 오늘의 달리기를 완주할 수 있었다.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황금연휴 동안 하프 마라톤 도전을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처음으로 삼일 연속 10km 달리기를 할 정도로 체력도 올라왔고, 별 무리 없이 15km 달리기도 완주할 수 있어서 차근차근 하프 마라톤 도전을 준비하면서 올해 꼭 하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완주하고 싶다. 아직 대회에 참가할 수준이 아니기에 더욱더 준비하며 25km의 거리를 무리 없이 달릴 수 있을 때 대회에 참가할 생각이다.
욕망이 이끄는 삶이 아닌 진정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체계적으로 준비하며 매일의 작은 성공 맛보는 삶을 산다면 이런 매일의 작은 성공이 축적되어 위대한 삶을 만들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 삶의 여정을 되돌아보는 것이 인생 최고의 즐거움이자 과정에 충실했던 사람만이 누리는 축복의 열매일 것이다. 절대 한 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 러너처럼 인생도 작은 순간이 모여 삶을 만들기에 지금 여기에 충실하며 오늘을 살아야 한다. 지금 여기, 나에게 가장 최고의 순간이자 축복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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