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속에서 자신감을 회복하다
설 연휴 동안 오직 달리기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며 47km의 거리를 달렸다. 전문 러너는 아니지만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무리인 줄 알면서도 무리를 했지만, 달리기 세계에 들어온 이후 처음 경험하는 행운을 누리며, 달리기 흔적을 축적했다. 전문 러너에게는 별 일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와 같은 초보 러너에게는 유의미한 일이자 생각의 한계를 깨는 도발이었다.
사실 러너의 첫겨울을 보내며 화장실 사건도 있었기에 새벽 달리기를 자제하는 중이기도 했지만, 달리기를 하지 못 하게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달리기를 망설였었다. 이석증의 영향으로 매우 조심하며 달리고 있지만 언제 어떤 상황에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은 항상 내 안에 존재한다. 하지만 불안이 무서워 달리기를 포기하는 것은 지금까지 달려온 시간이 너무 억울하다고 느껴 조금씩 짧은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기 자체는 특별하지 않지만 달리기 위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모든 과정에 의미를 부여해도 차고 넘치는 순간의 고민과 잡념을 뒤로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실력은 안 되면서 욕심이 큰 나는 항상 매일의 달리기를 꿈꾸지만 마음 같지는 않다. 핑곗거리를 찾기도 하고, 명분을 찾으며 휴식을 갈구하는 이중적인 내 모습이 싫을 때도 있다.
러너에게 달리기는 한순간이 아니다. 특히 달리는 그 순간만을 러너의 활동이라고 오해하기도 했던 나는 휴식을 중요성을 몰랐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며 작년 9월에는 한 달 동안 222km의 거리를 달린 흔적을 보고 어떻게 이 거리를 달렸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특별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달리는 무념무상의 전략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30일 중 단 하루만 빼고 29일을 달렸기에 가능한 기록이지만 휴식보다는 그저 매일 달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휴식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아주 그럴듯한 명분을 찾아 오늘의 달리기를 휴식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고, 나도 때로는 가민이 휴식을 제안해 주기만을 기다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처럼 천성이 게으른 사람에게는 이런 가혹한 훈련의 시간이 때론 필요할지도 모른다.
내 주변에서는 달린 거리나 시간도 제법 많고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이력이 있어서 초보 러너라고 소개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러너의 입장에서 내가 보는 나는 아직도 초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러너에게 경험이 정말 중요한데 겨울 우중 달리기와 설중 달리기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두려움 그 자체이며 아직 다양한 환경에서 달리지 못한 미숙함 그 자체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1월은 새해 첫날부터 달리기를 하면서 성장하는 러너의 다짐을 하였고, 언제 어디서나 달릴 수 있게 달리기 준비물을 챙겨 다니며 대구수목원에서 올해 첫 달리기를 했다. 처음 달려보는 길이 주는 어색함은 한두 바퀴 달리면서 익숙함으로 변해갔고, 대구수목원의 오르막길은 숨이 차오르는 경사길이 아닌 내가 반드시 넘어야 하는 한계의 문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적으로 따뜻할 때 달리고 싶어 점심시간 달리기를 시도했고 올해 목표인 주 3회 달리기를 어떻게 실현할까 고민하던 찰나 런데이 애플리케이션에서 <2025년 동장군 취임식>이란 4주 과정의 챌린지에 도전하며 반강제적인 주 3회 달리기를 한다. 벌써 2주 차 도전을 성공했고 3주 차 도전 중이며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매일의 다짐을 하며 올해의 목표이자 챌린지 성공을 위해 맹수처럼 달릴 기회만을 노린다.
이렇게 하루 이틀 달리다 보니 어느새 1월 한 달 동안 115km의 거리를 달렸다. 가장 많이 달렸던 작년 9월보다 100km 이상 거리차가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내실 있게 달렸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름의 방법으로 혹독한 겨울을 보내면서 달리기 자신감을 회복하며 달릴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고 놓치지 않으려는 순간의 노력이 내 안에 잠든 달리기 본능을 깨우며 진정한 snake sense를 가진 러너가 되도록 단련했던 시간이었다.
지나간 2025년 1월은 다시 오지 않는다. 하지만 달리기를 했던 흔적을 돌아보면서 내가 얼마나 그 순간에 충실했고 진심이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진심으로 2월에도 달리기를 하면서 따뜻한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꽃피는 봄이 오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겠지만 문제없는 인생이 없듯이 문제없는 달리기도 없을 것이다. 문제를 극복하며 달리기를 지속하는 과정이 진정한 달리기 성장과정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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