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15km 달리기 도전
매주 일요일에는 10km 달리기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날이다. 평소에도 금요일 저녁 아내에게 주말 동안 특별한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고는 하는데 대문자 P인 아내는 주말 일정은 당일이 되어야 결정된다고 말하곤 한다. 처음에는 집에서 쉰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아무런 준비를 안 했는데 이제는 아내의 말을 곶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아내는 절대 집에서 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토요일 카페 투어를 갔을 때 아내는 일요일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눈치였지만 함께 갈 사람들과 일정을 맞추기 힘들어 여기저기 연락을 하다 장거리 출타를 포기하고 집 근처 나들이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계획도 정작 당일이 되면 바뀌기에 아내의 말을 귀 담아 듣지 않았다. 아내도 내가 일요일마다 10km 달리기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더 고민하는 눈치였다.
내일의 고민은 내일 하면 되기에 내일의 일정을 위해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다. 저녁 달리기를 하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해서 이내 고단해졌고, 일요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회복의 시간을 가졌다. 달리는 동안 몸속에 쌓인 젖산과 염증을 배출하는 가장 좋은 회복법은 8시간 이상의 수면이다. 일찍 자야 일찍 일어날 수 있기에 9시 전에 잠들려고 노력하는 중이고, 주말에는 쉽지 않지만 10시간 정도 자려고 한다. 그래야 회복이 잘 되기 때문이다.
겨울비가 추위에 잠들어 있는 대지를 촉촉이 적신 다음날, 예상과 달리 춥지 않고 완연한 봄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따뜻한 날씨였다. 바람도 불지 않아 달리기 딱 좋은 날이어서 아내의 눈치를 보며 언제 달리기를 하러 나갈까 고민하던 중 아내는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가겠다고 했다. 대신 저녁 먹기 전에 같이 목욕탕에 가기로 하고 아내와 아이는 도서관으로 나는 달리기 전 집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었다.
스트레칭 후 잠시 침대에 누워 책을 보다 노곤한 기분에 잠시 잠들었고 이상한 꿈을 꾼 후 달릴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겨울의 날씨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따뜻한 날이었고 영상 10도여서 벌써 봄이 찾아왔다고 믿을 수도 있었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산책하는 분들이 많았고,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러너들도 많이 보였다. 이렇게 따뜻한 날은 역시 달려야 제 맛임을 아는 것 같았다.
설 연휴 동안 달리기에 집중해서 그런지 몰라도 10km보다 더 달릴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 오늘은 15km 달리기에 도전했다. 연휴 마지막 날, 아쉬움을 뒤로하고 달렸던 15km 훈련을 한 번 더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달렸고 대신 익숙한 10km 달리기보다 페이스를 조절하며 천천히 달리기로 했다. 몇 번 15km 달리기를 한 적이 있지만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거리라서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하프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관문인 15km 달리기를 조금 일찍 시작한 감이 있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훈련이다. 이제 10km 달리기가 익숙해지고 있어서 몸이 적응하기 전에 조금씩 거리를 늘리고 있었지만 15km 달리기는 큰 마음을 먹고 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훈련이다. 하지만 일요일의 여유로움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도전이기도 하다.
대신 이것저것과 병행하기는 어렵다. 오직 15km 달리기 훈련을 위해 하루를 집중하며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내와 아이가 돌아올 시간에 맞춰 귀가할 수 있도록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늦게 나가 15km 달리기 훈련을 했고 천천히 달려 연휴 마지막 날보다 조금 늦게 완주하기는 했지만 1시간 30분 대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프 마라톤을 2시간 이내 완주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 아이와 함께 집 근처 목욕탕에 갔다. 온탕에 들어가 지친 몸을 녹이며 근육을 풀어주었고 충분한 수분도 섭취하며 15km 달리기 훈련을 마친 나를 위로해 주었다. 이제 일요일에는 10km의 거리가 아닌 15km의 거리를 달리며 서서히 하프 마라톤 준비를 할 것이다. 5월에 있을 대회를 유심히 지켜보며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충분히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강도보다는 빈도에 초점을 두며 다음 일요일의 약속을 위해 또 다른 준비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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