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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앤나 May 11. 2016

여행이란,
너의 사전을 꺼내 읽는 순간

너를 알아가고 네 마음을 내 안에 담는 시간 

미국은 웃음을 LOL이라고 한다. 

laugh out loud의 약자이다. 웃음을 표현하기 위한 이모티콘 LOL은 2011년 3월에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가 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WWW라고 표현한다. 웃음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와라이(Warai)의 W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mdr (mort de rire)라고 한다. 웃겨 죽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내가 만약 WWW를 보았다면 웹사이트를 가리키는 말인 줄 알았을 것이다. 

mdr을 읽을 땐 어느 상표 브랜드라고 오해했을지도 모른다.



만난 적 없는, 아니 앞으로도 만나지 않았을 '너'를 만나는 시간



'아침 7시'가 내 사전에서는 '일어나는 시간'이라면 너에게 '단잠 자고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이별'이 내게 '또다시 보기를'이라면 네게 '여기서 끝' 이 될 수 있듯이.



어른들도 미끄러운건 마찬가지니까요. 우리도 놓치고 실수하고 후회, 하잖아요.



야구장이 너에겐 이맘때 즐겨 찾는 장소인지 혹은 가 본 적 없는 미지의 곳인지.

좋아해가 사랑해와 같은지, 없어도 살 수는 있는 정도인지.

일요일 오후 4시가 나른한지 아니면 활달한 느낌인지.

우리는 내 사전 속에 있는 단어를 꺼내 말을 하다가, 뜻밖의 오해가 생겨 놀라기도 한다. 

그리고 그 뜻이 아니었다며 설명을 하려고 하지만, 

더욱 서로가 다르다는 것만 알게 되기도 한다. 그 설명 역시도 우리의 사전 속 예문이기에.



걷는다는 것은 꽤 좋은일임에 틀림없다. 가지 못하는 길이 없으니까, 적어도 걸어갈수 있는 그 곳 까지는.



당신의 단어를
만나기 위해


여행이란 너의 사전을 꺼내어 읽는 순간이 아닐까.

내 사전만 펼쳐 단어를 채워 넣던 내가

수두룩 빽빽하게 꽂힌 너의 사전들에 놀라고 

한 권, 또 한 권 꺼내 읽는 일.

필요하다면 며칠 빌릴 수는 있지만 내 것이 되지는 못하듯,

원래 꽂혀져 있던 자리에 놓기 전

주어진 시간 동안 들여다볼 수 있는 책.



지나칠수 있는 장소에 머무르고, 그 곳에서 낯선 것에 시선을 둔다. 그렇게 너를 만난다.



한 단어를 설명함에 이렇게 다양한 예시를 만날 수 있을까.

신기하고 놀라워서, 예전의 너에게 미안해지는

그렇게 여행이란


너의 사전을 꺼내는
순간



너의 사전에서 읽은 단어를 내게로 옮겨오고 싶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은 오늘같은 날 너가 생각이 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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