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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여행은, 12시가 되기 전과도 같아요.

내가 아닌 '나'로 주어진 시간을 마음껏 누리는 마법.

by 유앤나

"뉴욕에 간다면, 어떤 게 제일 하고 싶어?"

"타임스퀘어 앞에서 멀뚱하게 서있기."


당신에게 여행은
무엇인가요?


친구 정님이는 뉴욕에서 가게 된다면 타임스퀘어 앞에 서있고 싶다고 했다.

아니, 중요한 단어가 빠졌다.

멀뚱하게.

정신없는 번화가 속 지나치는 인파들

번쩍이는 전광판과 시끄러운 소음들

그곳에서 정신을 빼앗긴 채로 서있고 싶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

그녀에게 여행은 무슨 의미일까.



나에게 여행은
12시가 되기 전과도 같아요


2016-08-30-22-11-20.jpg 밤이면 더 매력적인 도시, Newyork city. 길을 걷다보면 이유없이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사람도 만날수 있었어. "왜 주는거야?"라고 묻자 그는 "뉴욕이니까." 라고 말했지.



못 보던 것을 바라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그 어떤 것과 사랑에 빠지는, 나.


여행이란 그런 게 아닐까.

어느 날 갑자기

작디작은 나의 삶을 벗어나

꿈꾸던 시간과 공간을 만나는 것.


갑자기 눈 앞에 펼쳐진 중세시대,

상상 속에서 만나던 하얀 소금사막,

어젯밤 영화 속에 나온 장면 속으로 들어가

꿈인 듯 현실인 순간을 영원같이 즐기는 것.


그러니,

여행에서 만큼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기.

나답게?

아니, 나답지 않게 하기.

대신, 바라는 내가 되어보기.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처럼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돌아올 현실 앞에서,

내가 아닌, '나'로 맘껏 주어진 시간들을 누리기.



KakaoTalk_20160917_224819348.jpg 너한테 이런 옷도 있었어? 뉴욕의 옷가게에서 31달러를 주고 산 원피스! 여태껏 입어본적 없는 로맨틱한 원피스. 뭐, 괜찮았다니까. 앞으로 언제 다시 꺼내입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미술을 배우고 춤도 춰볼 거야.

야구도 해보고 수학도 공부해야지.'

하고 생각할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일찍 시작할 거야.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도전해봐야지.

더 깊이 있게 알아가야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쩌면 여행은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무엇을 하기 좋은 순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그곳에서는 꼭 해야만 하는 일도,

누군가에게 얽매여 내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도,

으레 해야만 하는 의무도,

적당히 서로의 것을 내어주며 양보해야 하는 일도 없다.


다시 살아볼 수 있는 시간.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해볼 수 있는 장소.

당신이어도 되고, 당신이 아니어도 되는 기회.


당신이 꿈꾸는 곳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하기를.

그렇게 당신의 '날'을 만들어 가슴에 품기를.


여행은 끝나지만 경험은 계속되기에

더 이상 여행을 가기 전에 당신이 아닐 테니까.

사랑했던 그를 만나기 전과,

지금의 당신이 달라졌듯이.

당신이 뚜벅뚜벅 걸어가는 길에서

어느덧 그렇게 변하고 있는 모습처럼.



DSC05344.JPG 구역마다 모습이 확 확- 변하는 것이 신기했던 맨하탄.


2016-08-30-17-11-36.jpg 이 알록달록한 거리는 내가 가장 좋아한, 라파예트 거리!


2016-08-31-09-11-14.jpg 유니온스퀘어 파크에서 월, 수, 금, 토요일에 열리는 유기농홀푸드 마켓


2016-08-31-14-51-26.jpg 동화속을 거니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던, 센트럴파크.


DSC05293.JPG 이렇게, 같은 시선으로 보는 야경은 꼭 도시에 폭 감싸인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KakaoTalk_20160917_231202665.jpg 뉴욕에서는 어쩐지 유람선을 타야할것만 같아서, 어느날 아침에 만난 그 순간의 뉴욕.


KakaoTalk_20160917_232214831.jpg 바나나푸딩과 딸기마카롱, 후후. 이렇게 같이 먹기도 쉽지 않은데.


KakaoTalk_20160917_232215032.jpg MoMA 뉴욕현대미술관 앞에 있던 스타벅스, 컬러풀한 그림이 앤디워홀의 팝아트 느낌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에서 하고 싶었던 것


홈리스와 에이즈 환자들을 돕는 하우징웍스북스토어,

직원들은 모두 자원봉사자이고

시민들의 책 기부를 받아 운영하는 그곳에 희망을 주제로 한 책 기부하기.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서점,

Old&Rare 희귀본과 초판본이 가득한 그곳에

내가 아끼는 한국 작가의 책을 건네며 소개하기.


브런치 가게에서 여유롭게 식사하고,

베이글, 초콜릿, 컵케이크, 푸딩, 마카롱 온갖 디저트 즐기기

그리고 흔한 스타벅스에서 평범한 라떼 마시기,

사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니까.


섹스앤더시티 캐리의 집 앞에 가보기,

한참 늦었지만 십 년 전의 내가 가보고 싶던 곳이니까.

그리고 그녀들처럼 루프탑 바에서 못 마시는 칵테일 한 잔 마셔보기.


뉴욕 공립도서관에서 책 읽기,

정말로 여유롭게, 시계 따위는 확인하지 않고.

그러다 하품이 나오면 그때쯤 느릿느릿 짐을 챙겨 도서관 옆 브라이언트 파크를 가보기.


증권거래소가 있는 월스트리트,

한창 바쁜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에

나도 슬쩍 트럭 푸드에 줄 서보기, 여유를 만끽하면서.


초콜릿 왕국 맥스브레너에 가보기,

이미 한국에도 들어온 레스토랑이지만

여대생 시절의 내가 '언젠가 가볼 수 있을까' 하고 꿈꿨던 곳이니까.


여행전문서점 아이들 와일즈 북스토어에서,

운명처럼 눈에 들어오는

그래서 다음번에 가게 될 여행지 책 사기.


머무는 장소에서 생각나는 사람에게 엽서 쓰기,

그리고 마지막 날, 우체국에서 한국으로 보내기.

그 상대 중 한 사람은 내가 되어보기.


유기농 홀푸드 마켓에서 신선한 과일 사기,

가능하다면 허브와 향초 같은 것들도.

그 날, 코 끝에 닿았던 향기를 아주 먼 한국에까지 함께할 수 있다면.






주어진 시간은 8일,

짧지만 어쩌면 한국에서의 한 달보다 길 수도 있는 시간.

내가 원하는 것만, 자유롭게,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일주일.


12시가 되기 전에,

내가 살고 있는 현실로 돌아오기 전에

마음껏- 내가 아닌 나로 살아보기.


그렇게 혼자 떠난 뉴욕,

평범하지만 나답게

혹은 전혀 나답지 않게 보낸 시간.


밤 12시, 자정이 될 무렵 뉴욕에서 내가 만난 것에 관한 이야기.


*뉴욕 여행기는 매주 일요일에 올라옵니다.

소소한 이야기, 소소한 기대로 기다려주세요 :-)



KakaoTalk_20160917_234023725.jpg 타임스퀘어 앞, 멀뚱하게 서서 구경하다가 정님이에게 보낸 사진. 돌아온 대답은 "거기가 타임스퀘어야? 도쿄 시부야랑 똑같은데?" 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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