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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뉴욕.

머물러 있었다고, 그렇기에 기억할 거라고.

by 유앤나


여행자란

마치 현실에 살고 있는 사람 같지가 않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펑 사라져 버린다거나,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투명인간이라거나.

"다음 주는 30퍼센트 할인기간이야." 하는 서점 직원의 말에는 미소만 지어주었고,

"I Invite You" 다음 달 플리마켓에 초대하는 담벼락 포스터는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분명 여기에 머물고 있는데

이 곳과는 다른 차원의 시간을

살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여행자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

오늘 내가 마주친 것은 다음 주에 없어질 수도 있고 내가 들렸던 작은 마을의 플리마켓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괴테는 그랬다. 십 년마다 변하는 로마는 보고 싶지 않다고.

그러나 나는 지금,

이 순간만 존재하는 뉴욕이 보고 싶다.

뉴욕은 더 바쁘고 변화할 것이며 지금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 될 테니까.



*괴테 [이탈리아 기행] : 괴테가 200여 년 전에 이탈리아를 기행 하며 쓴 책입니다.

'나는 로마를, 영원한 로마를 보고 싶다. 십 년마다 달라지는 로마 같은 것은 보고 싶지 않다.' <이탈리아 기행 1편, 256p>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천 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로마를 찾아 기록들을 남겼죠. 한 구역을 지날 때마다 공사 중인 뉴욕, 지금도 변하고 있는 그곳은 십 년후에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겠지만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뉴욕'은 더욱 소중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한 사람은 기억할 테니까 :)




여기, 뉴욕

Here Is NewYork



브루클린의 낮이 지고 맨하탄의 밤이 떠오르던 순간, Brooklyn Bridge.




여기, 지금. 찰나일지라도 흘러갈지라도- 머물러 있었다고. 그렇기에, 기억할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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