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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앤나 Sep 23. 2016

바닥에 쏟아진 별, Times Square.

그곳에서 떨어진 나의 별을 주을 수 있을까.


하늘에 뜨니 바닥에 별이 쏟아지네.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기차나 버스를 탈 때면, 여행지로 서서히 이동을 하기에 '내가 다른 장소로 가는 중이구나.'를 느끼게 된다. 살던 곳을 천천히 떠나 자연스럽게 새로운 곳에 스며들게 되니까. 그러나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떠오르면, 다른 세계로 빠져드는 것만 같다. 내가 사는 곳과는 전혀 다른 세계로 떠나는 중이다.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고 가본 적도 없는 곳으로.



하늘에서 바라본 땅에 있는 별 들




비행기 필수품 마스크팩, 영화 주토피아, 그리고 영화속 주디(토끼)의 밥과 같은 특별한 당근 야채 기내식.


주토피아에선,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어.

Anyone can be anything in Zootopia!

여러 동물이 함께 어울리는 새로운 세계로 가는 주디, 여기는 Newyork으로 가는 하늘.

주토피아, 아니 뉴욕 여행의 첫 식사는 마치 주디의 밥 같은 당근 야채 기내식.




그리고 2016년 8월 26일 밤 10시, 뉴욕에 도착했다.



입국심사, 뉴욕에는 왜 왔지? "For my vacation" 며칠이나 머물러? "Unfortunately only for 10 days"



이곳은, 뉴욕이다.




"시꺼먼 바다에 나가면 거기가 어딘지도 몰라요."

입국심사를 마친 밤 11시. 미리 연락해놓은 한인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뉴욕에 온 지 -아니 미국이라고 해야 할까- 20년이 되었다는 기사 아저씨. 뉴욕에 온 이유는 '살기' 위해서였다. 머무르기 위해서가 아니다. 죽지 않으려고 였을 것이다.  당시 LA는 돈 꽤나 있는 사람들이 관광을 목적으로 떠났고 뉴욕은 생계를 위해 왔다고 한다. 기회의 땅, 꿈의 도시. 희망찬 단어들이 슬프게 떠올랐다.

뉴욕의 화려한 밤을 가르는, 택시 안에서.


Newyork city. 09. 2016.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처음에는 바다에서 배를 탔다고 했다. 어느 연안이냐고 묻자 모른단다. 새벽 4시에 잡히듯 끌려나가 정신없이 그물질을 하고 돌아오면 거기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단다. 영어도 서툰 그가 그곳이 어딘지 알아들었을 리 없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그물질을 해야만 했던 바다가 어딘지조차 아직도 모른다. 창 밖 너머로 어둠이 깔렸있다. 맨해튼으로 들어가는 밤은 조금 길었고 돌아가야 했다.  


JKF공항에서 맨해튼으로 들어가는 금요일 밤은 많은 자동차들과 공사중인 길목으로 막혔다. 꽤나 막혀서 '덜 예쁜' 길로 돌아가는 것을 그는 아쉬워했지만, 난 아무래도 좋았다. 공사가 필요하지 않은 평범한 길을 지나는 것도 꽤 괜찮았으니까.



꼬박 6개월간 배를 탄 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도망치듯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일한 곳은 뉴저지 근처의 공장. 닭 사료를 만드는 일을 2년간 하고 나니 '가영주권'을 받게 되었다. 그 후 뉴욕에 자리를 잡으며 시작한 것이 택시운전. 그리고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고.  

한국 뉴스를 나만큼이나 잘 알고 있는 그는 그 나이 즈음의 아빠들과 닮았다. 내 나이를 묻더니 화들짝 놀라며 "결혼해야지!"라고 말해 나를 사레들리게 한 아저씨. "난 보수적이에요. 우리 나이가 다 그렇거든."이라고 말했지만, 위안부 소녀상 철거와 청년 실업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그는 오늘의 한국을 걱정했고 내일의 한국을 기대하기도 했다. 우리, 처럼. 한국 음식은 자주 드시냐는 물음에 한숨부터 쉰다. 한국 여자와 결혼을 했지만, 태어날 때부터 미국에서 자라서인지 한국음식에는 영 솜씨가 없다는 그녀. 그래서 요리를 하면, 미국도 한국도 아닌 퓨전이란다.


"뉴욕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 어디세요?"


내 질문에 "관광지로요? 아니면 음식점?" 하고 되묻는다. "그냥, 아저씨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요. 뉴욕에서 제일 좋아하시는 곳."이라는 내 말에 잠시 고민하시더니 "타임스퀘어요."라고 말하는 그. 왜냐고 묻자 "엄청 화려하거든. 진짜 엄청 엄청 화려해요."라고 하더니 잠시 말을 멈춘다. 그리고 이내 유쾌한 목소리로 덧붙이는 말, "그거 알아요? 거기서 두 블록만 가면 한인타운이라는 거!"


"Times Square"



택시운전을 하는 아저씨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뉴욕에서 가장 화려한 곳,

뉴욕시티 하면 떠오르는 그곳.

그러나, 조금만 걸어가면 작은 한국이 있는 곳.

온갖 매혹적인 불빛과 포스터가 나부끼는 곳.

그래서 잠시 넋을 놓게도 되는 곳.

사람들이 만들어 낸 밤과 낮,

바라보는 이가 또 다른 꿈을 갖게 되는 곳.

허황과 진실, 상상과 현실이 어우러지는 곳. 

임스퀘어.





"내 번호 알고 있죠?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요!"

숙소 매니저를 만나기로 한 장소는 34번 스트리트이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옆, 밤이 되면 더 화려하고 유동인구도 많은 장소. 걱정 말고 가셔도 된다는 내 말을 듣고 있는 건지 그는 차를 길가에 세우고  몇 번이나 당부를 한다. 미국도 처음이고 아는 사람도 없어서 낯설긴 하지만, 그를 계속 세워둘 수는 없기에 더 오버스러운 몸짓으로 "괜찮아요!"를 반복하기를 10여분, 기어이 숙소 매니저가 오는걸 보고서야 떠나는 그. 번쩍번쩍한 번화가인데, 무엇이 그리 염려가 되는 것일까. 게다가 나는 그의 말마따나 '혼자 온 겁도 없는' 처녀인데.

맨해튼의 수많은 자동차와 인파속으로 섞여 들어가는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느덧 그는 사라지고 반짝이는 불빛만 남았다.

안녕, 뉴욕.



그를 보내고 난 후, 이 곳이 숙소 근처의 낮과 밤. Gap과 Victoria's secret 이 가깝게 있다. 이렇게 안전한 거리에서, 무엇이 그리 걱정이 되었던걸까.






"Times Square"


뉴욕의 밤거리, 횡단보도 앞에 대기 중인 그에게 물었다.

"where is your favorite place in Newyork?"


맨해튼의 밤과 낮을 가로지르며,

뉴욕시티의 핫한 장소만 들리는,

자전거 인력거 청년이 제일 좋아하는 곳,

타임스퀘어.


뉴욕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던

'가장 좋아하는 장소'

그리고 유일하게 같은 대답을 한 두 명.

택시기사 아저씨와 페디캡 청년.


뉴욕시티의 자전거 인력거, 페디캡. 그는 타임스퀘어가 가장 좋다고 했다. 왜일까.



우연일까,

아침부터 밤까지, 뉴욕의 모든 순간파노라마로 보며 뉴욕을 떠나고 돌아오는 '그 들'의 대답이 같은것은.


무엇을 보았을까.

눈에 보이는 상상, 손에 닿을 것 같은 기회,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상, 결코 허구가 아닌 진실.

밤과 낮의 공존. 그래서 사라지지 않을 꿈, 그 안에 내 모습.



하루 종일 사람과 자동차로 발 디딜 틈이 없는 복잡하고 바쁜 미드타운의 중심, 타임스퀘어.



뉴욕에서 가장 빛났던 장소.

타임스퀘어에서 바닥에 쏟아진 별을 다시 만나다.


New York Times Square.

그곳에서 떨어진 나의 별을 주을 수 있을까.

혹시라도 그들의 별을, 발견하게 될까.



Newyork Times Square, you and na.


타임스퀘어 : 뉴욕의 42번가, 7번가, 브로드웨이가 만나는 삼각지대를 ‘타임스 스퀘어’라 부른다. 예전 <뉴욕 타임스>의 사옥이었던 원 타임스 스퀘어(One Times Square) 빌딩이 자리해 있기 때문이다. 이 삼각지대에는 수많은 영화관, 공연장, 호텔, 레스토랑 등이 모여 있다.

위치 : NY 10036, 메트로 1, 2, 3, 7, 9, N, Q, R, S, W라인 42nd St. Times Square역에서 내리면 된다.

팁 : 주말이면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벼룩시장 '헬스 치킨(Hell's Kichen'이 열린다. 이 벼룩 시장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세계 10대 쇼핑 스트리트 중 하나이다. 패션 관련 아이템이 많으며, 벼룩시장이 열리는 동안 자동차 대신 거리를 점령한 마켓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마음껏 그들을 구경하고 사진 찍을 수 있다! *헬스키친 이야기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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