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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앤나 Jan 02. 2016

'파리숙소' 나만의 집을 찾는다면

마레의 중심, 6층 작은 방에서

'여자혼자 파리여행'

파리숙소, 나만의 집을 찾는다면


파리에 가기 전 내가 꿈꾸었던 집은 호텔도 한인민박도 아닌 현지여성이 운영하는 에어비앤비.


내 또래 여자라면 좋을거야.

파리의 여자가 정말로 살고 있는 곳, 낮에는 집 앞 마트에서 장을 보기도 하며 밤에는 친숙한 상점들을 지나 돌아오고. 또 나는 이 곳 저 곳을 많이 가야하니 교통이 편하면 좋을거야. 카페와 미술관도 근처라면 좋을텐데. 공원이 가까우면 아침에 산책도 가야지.


그래서 내가 선택한 곳은,마레지구의 중심에 있는 숙소. 크기도 자그마하고 청결함은 보통. 그러나 혼자 지내기엔 부족함이 없고 높은 건물들이 없는 파리에서 6층 내 방에서 보는 전경이란, 와인 맛을 모르는 내가 와인을 마시고 싶게끔 하는 그런 숙소.


물론 혼자하는 여행도 처음이고 유럽도 처음.

에어비앤비도 처음 들어본 내가 선택한 숙소외에 더 편리한 위치에 그리고 더 깔끔한 곳이 많이 있겠지만 도착해서 '우와, 이 곳이야!' 싶었고 지내면서도 '좋다, 여기.' 했던 곳.


마레지구의 높은 건물, 6층의 작은 방. 나만의 집. 


총총총, 계단을 오르내리면 옛날 영화속에 들어와있는것 같았으니까.


영화속에서나 볼법한 고풍스러운 양탄자를 따라 꼬불꼬불 계단을 올라가면 6층에 있는 작은 내 방.

계단을 오르내리며 그 곳에 사는 사람들과 '봉주-'를 하면 마치 내가 현지에서 정말로 살고 있는것 같은 기분을 느낄수 있다.


방에서 창문을 열고 바라보 전경-, 우와 정말 파리구나.


방에서 바라본 전경-

여기가 내가 지내는 동네-! 하며 혼자서도 신이나서 즐겁게.


파리는 거의 주상복합식 건물이라 1층에는 레스토랑과 각종 상점들이 많다.


이렇게 오래된 그래서 낯설면서도 친숙한 신기한 느낌을 가질수 있는 건물. 파리의 어느 한 길거리를 지나다가

아무렇지 않게 큰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매 순간,

1층의 입구를 들어오고 나가며 생각했다.

'여기가 마레지구야, 내가 지내는 곳.'



어느날 밤, 지하철노선도를 펼쳐보면서 길을 읽히다가.


저 쇼파 위에서 일정을 점검하기도 하고 지하철 노선도를 되짚어보기도 했다. 첫 날 공항에서 Rer을 타고

숙소로 갈 때 앞에 앉았던 분이 주신 파리 지하철 노선도.

얼마나 펼쳐보았는지 너덜너덜하지만 내 모든 계획과 일정, 그리고 그 것을 들고 펼쳐보았던 수많은 곳들과 노선도를 함께 봐주던 사람들이 기억나 지금도 미술관, 지하철 티켓과 함께여행 파우치 안에 잘- 넣어두었다.


저기 가운데 무릎을 세우고 쪼그려 앉은 내가 들어가면 사진 완성.


쇼파에 앉아 일정표를 체크하며 구글맵과 지하철 노선도를 보고 또 보고. 다이어리에 틈틈이 일기를 쓰기도 했다.


파리에서는

며칠쯤은 정말로 혼자이고 싶었다. 한인민박 속 익숙한 사람들틈이 아닌 게스트하우스나 호텔의 관리인도 없는

정말로 현지의 공간에서 철저하게 혼자, 지내보고 싶었다. 혼자하는 여행에서는 정말로 혼자인 순간이 꼭 있어야 할 것 같았으니까.


누구를 그리워하든 미치도록 외롭든 혹은 그래서 울어버릴지라도 아슬아슬하게 혼자가 아닌채로 무언가에 의지하는 내가 아닌 혼자인 나를, 만나고 싶었다.


아담하지만 내겐 충분했던 공간.


혼자인 곳에서 

혼자여서 내가 생각했던 것 들. 꿈꾸었던 것 들을 난 잊지 못할 것이다. 내가 누구를 생각하고 어떤 곳을 가기를 원했는지 피하지 못한채 강렬하게 깨닫게 되었으니까.


파리에 또 가게 된다면

난 마레의 중심에 있어서 행인들이 가득하며 1층 레스토랑은 사람들로 붐비고 대문은 크고 화려해서

 '여기가 맞을까?'싶은 그러나 안에는 온통 옛날을 느낄수 있고 밤에는 한기가 느껴지기도 하는 어느 작은 숙소를 찾게 될 것이다.


아담하지만 내게는 충분하고좁은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바빴지만 그것마저 신이나게 하는 곳을.

사람들은 먼저 인사를 건네고 나중엔 내가 먼저 '봉주-'하게 하는 곳을.

문을 열고 나오면 길거리를 지다나니는 많은 사람들틈에 쉽게 뒤섞여 운이 좋으면 나도 파리지앵으로 보일수 있는 곳을.



꼭 집이 추워서 산 니트는 아닐거라고 믿고 싶다.


내 첫 여행을 안전하게 만들어 준 곳, 파리 마레지구의 숙소.


마레지구에서

아침을 먹고 산책하기 좋은 보쥬광장, 

문학의 거장- 빅토르위고의 집, 

산드로와 마쥬등 옷 가게들과

관광객들이 사랑하는 피에르에르메,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베이커리,

수많은 음식점들,

다양한 편집숍과 소품숍들,

또 길을 걷다 아무렇지 않게 들어갈수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원한다면

마레의 어느 한 작은 숙소에 묶어보기를.


조금 불편한 그 순간마저도

사랑하게 될테니까.

나만의 파리의 집에서.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 '집'에서 메르시팔찌를 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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