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인파크에서 열리는, 별 관측을 보러 갈 수도 있다고.
뉴욕 스타벅스에 꼭 가야 하는 이유
뉴욕에서 왜 스타벅스에 가냐고 묻는다면, “저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다녀온 여행을 좋아할 뿐입니다."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소호거리를 걷다가 너무 더워서 들어온 스타벅스. 예상대로 사람은 꽉 차있다. 기다란 소파 자리에 겨우 한 자리를 발견해서 앉았는데, 옆에 한 남자가 말을 건다. "Do you watch my bag?" 자기 가방을 보았냐고 묻는다. 얼른 "No-"라고 대답했다. 어라, 근데 이 남자 표정이 이상하다. "No?"라고 의아해하며 되묻길래 한번 더 대답했다. 아까보다 조그만 목소리로, "No... I didn't watch your bag." 그러자 그 남자는 몸을 돌려 옆자리 여자에게 같은 말을 한다. 그러니, 그 여자는 흔쾌히 대답한다. "Sure."
일어나서 커피를 주문하러 가는 남자.
Oh my god!
가방을 봐달라는 말이었구나.
'하, 그래. 왜 몰랐지? 한국말이랑 똑같잖아. 내 가방 좀 봐줄래? 아, 창피해 정말!' 기본적인 말인데 내가 못 알아들어서 얼마나 당황했을까. 마음속으로 이불킥을 하고 있는데, 남자가 커피를 가지고 다가온다. 왜 하필 바로 옆자리인 거야. 짐짓 할 일이 있는 척 몸을 돌려 애꿎게 가방 안에 있는 노트를 꺼내어 열심히 -쓸 데 없는 내용들을- 적어 내려갔다. 어쩐지 민망해서, 남자를 쳐다보자 남자도 나를 본다.
"haha, I'm sorry! I misunderstood." 하자 - 그 와중에 이건 말이 되는 소리인가 고민하면서 - 남자는 "Oh!" 하며 나를 바라보며 전혀 신경 쓰지 말라고, 절대 마음에 두지 말라고 강조한다. "괜찮아! 전혀 기죽지 마. 너 절대 신경 쓸 거 없어. 여기에서 그런 걸로 뭐라고 할 사람은 없어. 아무도 너를 괴롭게 하지 않을 거야."
그의 계속되는 "Oh, nonono-" 하며 쏟아내는 위로에 기어이 작은 웃음이 터져버렸다.
그래, 잘못이 아니야.
담아두지 말아야지.
썩 기분이 괜찮아졌다. 그리고 표정을 풀었다. 내가 '정말로' 괜찮아지기를, 그리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를 바라는 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졌으니까. 설령 내가 나중에도 '아오- 쉬운 영어 왜 몰랐지!' 하며 한밤중에 불현듯 부끄러워지더라도, 그의 과하다 싶은 노력에 보답은 해줘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Thank you!"
너를 만나지 못했다면,
네가 나에게 부탁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가장 멋진 인연을 놓쳤을 거라고.
그 날밤, 저녁에 숙소에서 쉬다가 문득 '쉬더라도 밖에서 쉬자!' 하는 마음으로 간단한 책과 노트를 들고 숙소를 나섰다. 그래, 숙소에 있느니 카페에서 조금이라도 더! 뉴욕의 밤을 느껴야지,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동네를 걷다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1층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큰 테이블에는 나를 포함한 대여섯 명이 앉았고, 각자 노트북을 하거나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내 옆자리에 앉았던 그녀가 내게 말한다.
"Do you watch my bag?"
오! 이런 기회라니! 두 말할 필요가 없다! "Sure!!" 외치니 그녀가 고맙다며 음료를 주문하러 일어선다. '우와! 이렇게 똑같이 스타벅스에서 물어보다니!' 알아들어서 제대로 대답을 한 것에 대한 무한 뿌듯함을 느끼며 즐거워하는데, 티를 받아 든 그녀가 옆에 앉는다. 고맙다고 하며, 티가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고 설명하는 그녀에게 Never mind라고 말했다.
뭔가, 좋은 느낌이야.
"Where is Your favorite place in Newyork?"
그녀가 뉴욕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어디일까. 그녀는 스트로로 젓고 있던 티를 마시며 내게 묻는다. "음, 관광지로? 추천해달라는 거야?" "아- 상관없어. 관광지든 혹은 네가 좋아하는 장소이든. 그냥, 자유롭게. 난 여행자고 갈 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까."
"그럼- 우리 같이 찾아보자!
뉴욕의 장소들."
응? 이렇게 적극적인 사람은 처음이다. 그녀는 스마트폰을 꺼내 뉴욕의 가장 핫한 장소를 검색하기 시작한다. Newyork travel을 검색하면 나오는 장소들을 보다가, 그녀가 말한다."사실 나도 뉴욕에서 가본 곳은 많이 없어. 그거 알아? 난 이 건물 바로 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도 안 가봤거든." "와, 정말? 난 어제 다녀왔어!" 내 말에 그녀는 묻는다. "어땠어? 가볼만해?" 눈을 크게 뜨고 여행자인 나에게. 그러더니 무언가 생각난 듯 미소를 짓는다. "아, 나 진짜 가보고 싶은데 있어." "어딘데?!" ".... 섹스박물관!"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뭐어-!" 하며 편한 여자 친구처럼 같이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는 답답한지 그녀가 노트북으로 검색을 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 옆엔 바짝 붙어서 흥미롭게 모니터를 바라보는 내가 있었고.
다양한 여행코스와 프로그램을 보며, 어쩐지 우리는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혼자 뉴욕에 온 나를 대견해하는 그녀의 이름은 DINA, 32살, 싱글녀. 그녀 역시 혼자 브라질과 인도를 여행한 적이 있다며 여행의 의미를 알아가는 중이라고 한다. 박물관 관람처럼 실내 활동보다는 야외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뉴욕에서 가장 사랑하는 장소는 '센트럴파크 Central Park' 호숫가 근처의 러닝코스! 센트럴파크의 모든 것들을 사랑한다는 그녀는 뉴욕 여행코스를 검색하다가 알게 된 센트럴파크 바이크 투어를 보고, "이거다! 주말에 이걸 해야겠어!" 하며 나보다 더 뉴욕에, 여행에 빠져들기도 했다.
내가 서점과 갤러리를 좋아한다고 하나 현재 뉴욕에 전시 중인 작품과 체험을 알아보던 중에 발견한 '하이라인파크 천문대 관측' "우와, 이거 봐! 별을 보는 체험이야!" 우리는 같이 모니터로 쓱 고개를 들이밀었다. 하이라인파크에서 하는 별을 보는 것이라. 와아- 하며 쳐다보는데, 그녀가 나를 보더니 말한다.
"가자!"
'응? 지금?' 당황해서 그녀는 쳐다보니, "난 갈 거야. 너도 같이 가자. 별 보는 거 좋지 않아?" 나는 망설였다. 이렇게 갑자기? 게다가 지금은 늦은 시간인데.... 머뭇거리자 그녀는 어느새 짐을 챙기고 있다. 나는 주저했고, 그녀는 먼저 떠나겠다고 했다. 그대로 헤어지기가 아쉬웠던 우리는 연락처를 교환했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알았지? 내 도움이 필요하면." "응, 고마워. 오늘 가서 보고 얘기해줘. 어땠는지."
그렇게 Dina는 스타벅스를 나섰고, 나는 그 안에 남았다.
Stargazing at the High Line takes place every Tuesday, beginning at dusk, between Tuesday, April 5, and Tuesday, October 25.
4월부터 10월까지 열리는 별 관측,
매주 화요일만 볼 수 있으며 오늘은, 화요일,
내가 머무는 기간에 화요일은 단 하루, 지금.
하이라인 파크는 30분이면 가고.
나는 별을 좋아했으며.
더구나 내 곁엔 그녀도 있었다.
가야 할 이유는 많았다.
그리고 가지 말아야 할 이유는 하나였다.
두려웠다.
지금은 늦은 시간이고 하이라인파크의 천문대를 검색해보아도 어떤 후기도 나오지 않았으며, 디나는 오늘 처음 만났으며.... 이 모든 변명들을 쥐어짰지만, 나를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은 사실, 없었다. 멍하니 앉아 스마트폰 시계를 쳐다보았다. 얼마 남지 않은 오늘. 그리고 이제 막 시작하는 Stargazing at the High Line.
그렇게 망설이다가, '에라 모르겠다!' 나도 짐을 챙겨서 스타벅스를 나왔다.
Star-bucks를 나왔다, Star-gazing을 보러 가기 위해.
나도 내 별을 찾았던 순간.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눈에 보이는 카페로 들어갔다. 스타벅스. Starbucks. 창가에 기대서 비를 피하는 사람들을 보다가 나의 친구, 그녀가 떠올랐다.
디나! 난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 그 날 네 덕에 난 뉴욕을 즐길 수 있었어. 고마워.
그리고 문자가 도착했다.
와우, 나 마침 네 생각 중이었어.
오늘은 한국으로 떠나기 전 날 밤. 내가 구매한 뉴욕 패스 익스플로러 카드는 아직 하나의 명소를 더 이용할 수 있다. 익스플로러 카드는, 뉴욕의 인기 있는 관광지를 즐길 수 있는 선불카드이며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와 911 메모리얼을 다녀왔기에 나에겐 1곳을 입장하거나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았다.
어디를 갈까.
록펠러센터에서 야경을 볼까.
아, 이 카드를 더 빛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다.
Dina!
그 날 우리가 나누었던 추억은 뉴욕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이 될 거야. 뉴욕 패스 알지? 우리가 같이 노트북으로 봤던 뉴욕 이용권말이야. 난 이것으로 엠파이어스 테트 빌딩과 911 메모리얼을 다녀왔어. 그래서 1곳을 방문하거나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지. 남은 한 번의 기회는 네가 뉴욕을, 네가 좋아하는 뉴욕을 즐겼으면 해. 그리고 들려줘. 네가 어디에 갔었고 어땠는지 말이야.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까? 뉴욕이나 한국, 혹은 다른 나라에서 말이야. 그렇다면 우리는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겠지.
카드를 썼고, 디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스타벅스에 카드와 작은 선물을 맡겨놓았어. 나중에 시간이 될 때 들려줘 :)
문자가 가지 않은 걸까.
기다려도 답장은 오지 않았다.
새벽 1시 비행기.
창 밖 너머 보이는 뉴욕은 이미 어둠 속에 있다.
별 하나 뜨지 않은 채로.
KE086 탑승을 하라는 안내방송에, 자리에서 일어나 비행기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그때, 탑승동에 있는 내게 도착한 문자.
Can we stay friends forever?
반짝이는 인연을 시작하다.
뉴욕에서 떠나는 비행기를 타던 순간에.
미국 스타벅스 Tip)
한국과 같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물론이고, 다양한 곳에 있기에 (이를테면 뉴욕의 대표적인 대형서점 반스 앤 노블 서점 내부에도 같이 있다든지) 접근성이 무척 높습니다. 특별히 유의할 점은 없습니다만 뉴욕 스타일이 물씬 풍기는 시티컵이나 텀블러를 구매하고 싶으시다면, 타임스퀘어 점을 방문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워싱턴스퀘어, 엠파이어스테이트, NYU, 소호 등 다양한 곳을 가보았지만 '타임스퀘어' 점이 가장 독특하고 예뻤습니다.
저와 같은 분은 거의 없으시겠지만, Do you watch my bag?이라고 했을 때 "Sure" 하고 흔쾌히 응한다면 그것을 시작으로 반짝이는 인연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함께 진짜 별을 보러 갈 수도 있을지도 몰라요 :) 실제로 저는 위의 두 명 외에도 가장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친해졌던 곳이 Starbucks입니다. 아마도 항상 사람들이 많고, 옆 자리와 가까우며, 익숙한 장소- 이기 때문일까요? 어쩌면 그곳에서, 당신 또한 소중한 인연을 만들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