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에서 Moma까지, 미술관 문을 열고 나오니 네가 있었다.
2016년, *타임슬립을 하다.
렘브란트로 들어가서 앤디 워홀로 나왔다.
그리고, 미술관 정문을 열고 나오니 네가 있었다.
'지금'이라는 그림 안에.
메트로폴리탄 Metropolitan 어떤 대도시가 중ㆍ소도시와 그 밖의 지역에 지배적인 영향을 끼쳐 통합의 중심을 이루었을 때, 그 대도시와 주변 지역 전체를 이르는 말.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영국 대영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힌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Metropolitan Museum of Art)은 줄여서 멧(met)이라고 불린다. 멧을 설계한 건축가는 바로 센트럴 파크를 설계한 캘버트 보 등이다. 세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공원, 호수와 들판과 하늘이 도시를 따라 어우러지는 곳. '그래서 이렇게 잘 녹아드는구나.' 멧은 분명히 어마어마하게 컸지만, 우뚝 솟아오른 입체카드가 아니라 주변과 어우러지는 그림엽서 같았다.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색을 주변으로 나누어주는 파스텔처럼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과 분위기를 서로 주고받는 멧. 날씨 좋은 날, 멧을 만났다.
메트로폴리탄은 세계 각국의 유물 총 200만 점 이상을 소장하고 있다. 이집트 미술, 그리스 미술, 중세미술, 유럽의 회화, 미국의 회화, 기타 극동 및 고대 중 ·근동 미술, 그리고 조각 ·공예 ·판화 ·무기류·코스튬 ·가구 등 선사시대 이래의 인류 역사의 산물이 보관되어있다. 회화에는 앨 그레코, 렘브란트, 페르멜, 인상파와 그 이후의 작품들에 명작이 많이 있다. 또한 수많은 장서와 정기간행물, 사진 슬라이드를 보존하고 있다.
처음엔 '이집트관이다! 와 생생하네.' 하며 그저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째서인지 출구를 찾지 못해 몇 번이나 빙빙 돌며 제자리로 오고 급기야 다른 전시실로 넘어가기도 했다. '아휴, 출구가 어디야 다른 층으로 가고 싶은데.' 분명 EXIT 표시를 따라 나가는데도 자꾸 길을 잃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세계에 갇힌 것 같아' 그러니까, 지금까지 이렇게 출구를 헤맨 적은 없으니까.
한 번은 길을 잃게 될 거야.
그러나 어쩐지 계속 출구를 찾지 못한다면,
현실로 돌아오는 문을 찾기 전에, 즐겨보기를.
멧은 갈수록 신기했다. 처음에 차오르던 감흥이 점차 무뎌지는 게 아니라, 머무르는 시간만큼 커지는 곳이었다. 처음에는 '흐음, 옛날 작품이네.'하는 감정이었다면, 칸마다 층마다 눈 닿는 곳마다 무려 '굉장한' 작품들을 보다보니 어느새 말없이 바라만 보게 되었다. 그래서 출구를 찾지 못한 걸까. 나도 모르게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어서.
어느 왕궁에 초대받은 느낌이다.
나가는길을 찾지 못할 정도로 넓고
화려한 기품이 흐르는 시대에.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가 보고 싶었다. 아주 어릴 때 살던 집에서 엄마가 과일을 내어주던 접시에 그러져 있던 그림. 내가 가장 좋아했던 접시. 아무것도 모르고 누가 그렸는지도 모르지만-관심조차 없었지만- "이거는 보고 그린 거야, 아니면 그냥 그린 거야?" 하며 물어본 기억이 날만큼.
이런 공원이 있을까, 세상에 존재한다면 어디일까.
그 그림 앞에 도착했다.
그 시대로 둘러싸인 방에 서있다.
시간은 흘러갔고,
흐른 시간을 거슬러왔다.
넓은 공간에서 걸음을 멈추는 곳은 놀랍게도 같다.
닮은 작가, 비슷한 시대.
확고한 취향이 참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이 작가도, 이 그림도 이 시대도.
camile corot, France, 1800s
Jean August, France, 1800s
Edgar De gas, France, 1800s
그러니까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만약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난 틀림없이 이때로 가고 싶다고. 시선이 멈출 때마다, 걸음을 멈추는 곳마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France, 1800s. 넓어서 길을 잃은 것이 아니다. 이끌리는 시대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내 발을 따라가니
길을 잃은 것이고,
다시, 길을 찾은 것이다.
메트로폴리탄. 지하, 1층, 2층의 3개 층에 유럽 회화와 조각, 그리스와 로마 미술, 미국 미술, 아시아, 아프리카,오세아니아 등 20개 분야로 나뉘어 전시되고 있는 곳. 총 236개 전시실에서 당신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이끌려갈 시대는 어디일까. 만약 그곳이 나와 같다면, 우리는 현실에서 조그만 인연이라도 만들수 있을까.
뉴욕 현대 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은 앞 글자를 따서 모마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맨해튼 53 스트리트에 있다. 브로드웨이의 끝자락이 걸친 이 거리는, 뉴욕에서 한 번쯤 먹어야 한다는 할랄 푸드트럭과 뉴욕의 상징 LOVE 동상이 있는 곳으로 항상 사람이 북적이는 거리다.
모마미술관 1층에 들어서자 사람들은 자유롭게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탁 트인 창으로는 모마의 정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멧이 고풍스러운 배경을 한 어느 시대의 회화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라면, 이 곳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보다 더 현대적인 공간에 도착한 기분이다. 심플하고 깔끔한, 어느 공간을 초월한 곳에.
모마미술관은 6층으로 되어있다. 6층은 특별전, 5층은 1900년 전후 시대의 회화와 조각전시 작품, 4층은 1960년대 전후의 작품, 3층은 건축디자인으로 층마다 특색있는 전시를 즐길 수 있다.
5층으로 올라가 그 유명한 살라도르 달리, 피카소,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보다가 문득 '작품관'에 들어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미술작품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미술공간에 속해있는 기분이랄까. 특유의 몸짓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사람들 때문일까, 왠지 그들도 작품의 일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관이 기대되는 이유
누구를 보고 반하게 될까?
누가 나에게 말을 걸어올까.
어김없이 이번에도 만나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수많은 작품 가운데 내가 반할 작품.
쑥, 걸려있던 벽을 뚫고 나를 놀라게 할,
나에게 말을 걸어올, 하나의 작품.
MoMA에서 만날, 너는 누가 될까.
그러니까 정말로 "흐어어!" 놀라서 소리 내버린 그림. 모마에서는 한 작품 앞에 오랫동안 머물기보다는, 작품관 자체를 즐기면서 조금 더 경쾌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감상을 했는데, 코너를 돌다가 들어선 곳에서 그만 멈춰버리고 말았다. 모마에서는, 너구나.
아름답다 슬프다 관계 인연 사람 우리 이별 만남 아픔 다시 끝내 결국엔 그래도.
모든 단어가 한꺼번에 떠올라버려 지금 내 기분이 행복한건지 슬픈 건지도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웠던, '춤' 앙리 마티즈.
뭉클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태어난 모습 그대로 서로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때로는 내가 움직여서 혹은 그가 다른 방향으로 가는 바람에 손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상관없어 보였다. 원은 계속 돌아갈 것이고 그러다보면 다시 손을 붙잡을 수 있을 테니까. 가끔 다른 사람의 속도에 맞추려고 나를 재촉하다가 넘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것도 또 다른 네가 될 것이다. 너의 몸짓은 나에게 영감을 불어넣을 테고, 나는 네게 영원한 뮤즈가 되기도 할 것이다.
너와 나의 손은
때로는 너무 세게 움켜잡아서, 혹은 약하게 잡아 떨어지기도 할 것이다. 어쩌면 그저 스쳐지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너와 나는 '춤'을 추며 나아갈 것이다. 그것이 곧 우리의 전부가 될 테니까.
춤, 어쩌면 사랑.
계단을 내려오다가 본 1층은,
움직이는 작품 같았다.
한 명 한 명이. 그래서 모두가.
그렇게 현대미술관 모마를 나섰다.
그리고, 문을 여는 순간 네가 보였다.
있지,
모마를 나오는 순간
뉴욕의 모든 거리가 현대미술과도 같았어. 건물 난간에 기대어 지는 노을을 바라보는 나. 그리고 브루클린 브릿지에서 슬쩍 내 모습을 담던 너. 우리는, 지금이라는 작품을 감상 중인 관람객.
쉽게 만질수 있기에 흐트러지기도 해서
내가 보았던 것이 곧 네가 보는 모습은 아닐테지만,
너무 아름다워 다시 만나기 위해 널 찾았을 때
이미 다른 곳으로 떠나버렸을수도 있지만,
변해가기에 온 빛깔로 저물어가는 하늘을 바라보고
찰나에 떨어지는 별똥별을 눈에 담을수 있는,
지금이라는 세상.
그래, 우리는 지금 여기.
뉴욕이라는 세계의 관람객이자, 작품.
Timeslip in Newyork 2016.
How I met your MoMa
나와 멧과 모마, 그리고 당신.
Met. 현재의 길을 잃으면 과거의 길이 나타는 공간. 300만 여점의 작품중 그 어떤 것에게 반하게 될까.
MoMA. 가장 현대적인 미술관에서 작품의 배경인 사람을 만나는 공간.
You. 모마의 문을 열고 나오면, 지금이라는 미술관에 도착한다. '네'가 가득한.
맨해튼에서 타임슬립, 당신은 어떤 시대로 떠날까. 그리고 돌아올 때 당신 앞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메트로폴리탄보다 전시관이 많고 모마미술관보다 현실적인, 뉴욕에서 당신과 내가 마주친다면
우리는 그것을
우연이라고 부를까.
*타임슬립 Time slip
1994년 일본의 무라카미 류의 소설 <5분 후의 세계>에서 처음 등장한 단어입니다. 시간이 미끄러진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타임머신과 같은 기계적인 시간 여행이 아니라, 자연스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고가는 시간여행을 뜻합니다.
TIP)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Metropolitan Museum
하루 종일 관람한다고 해도 일부분밖에 볼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가기 전에, 미리 꼭 보고 싶은 작품을 핸드폰에 담아가시면 좋아요. 저도 직원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작품의 위치를 물어보고는 했답니다. 물론 입장할 때 미술관 지도를 나누어주기도 하지만(한국어 지도도 있습니다) 일단 너-무 넓어서 찾기가 어려울수 있으니까요 :)
입장료는 기부금으로 지불할수 있습니다. 1-2달러를 내셔도 됩니다. 입장할때는 티켓 대신 배지를 주는데 배지를 보이는 곳에 달면 됩니다. 녹색, 빨간색, 노란색 등 배지 색깔은 매일 바뀌며, 같은 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분관인 클로이스터스(The Cloisters)에 방문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도 있답니다.
뉴욕 현대 미술관 The Museum of Modern Art
모마미술관은 독특한 전시가 열리고, 소품도 재미난 것들이 많으니 들려보시기를 바랍니다 :) 미술관은 맨해튼의 53번가와 54번가를 잇는 곳에 있는데, 이를 통해 단절된 도시가 이 건물을 통해 서로 소통할수 있도록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모마미술관 근처에는 할랄푸드트럭이 있고 LOVE동상도 있으니 같이 들러보면 좋습니다. 참! 모마바로 앞 스타벅스는 그림마저 이렇게 모마스러워요 :D 느낌이 폭폭- 나는 스타벅스, 지나갈때 보셔도 좋을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