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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앤나 Oct 23. 2016

자유의 여신상,  뉴욕에서 꼭 봐야 할까?

보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나 한 가지만 알아 달라고.

자유의 여신상을 봐야 하냐고 묻는다면

보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나, 부디 알아 달라고.

왜 그녀가 리버티(Liberty) 섬에 있는지.



자유의 여신상을 왜 보러 가지?
그냥 동상이잖아.
그럼, 뉴욕도 그냥
뉴욕이잖아.



자유의 여신상이 보고 싶은지보다

자유의 여신상이 무엇인지를

알려고 했어야 해.



선착장, 이 날도 날씨가 좋아서- 그래서.



뉴욕 여행을 떠나기 전에, 꼭 보고 싶은 것들을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가장 아래에 '자유의 여신상'을 썼다. 시간이 되면 보겠지만, 꼭 보고 싶지는 않은 것.'자유의 여신상? 그냥 조각상 하나 있는 건데 뭐. 그걸 왜 보러 가는 거지. 그냥 멀리서 보면 안 되나? 왜 굳이 가까이서 보고 싶어 하는 거야.' 게다가 맨해튼 안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리버티(Liberty) 섬에 있어서, '그냥 보러' 가려고만 해도 맨해튼 남쪽 끝으로 가야만 했다. '혼자 덩그러니 떨어져 있어서 동선도 안 나오잖아.'


'너무 관광명소잖아.'

그래, 미국의 시작이잖아.

역사의 첫 장이잖아.


'현지인은 아무도 없을 거야.'

대신, 이방인들은 가득할 거야.

그들이 미국을 찾았던 날처럼.


'맨해튼에서 너무 동떨어져 있어.'

그래서 바라볼 수 있어.

맨해튼이라는 '섬'을


'유람선이라니, 굳이 탈 필요 없잖아.'

바다에서 바라보는 뉴욕은

땅에서 바라보는 뉴욕과 너무나도 다름을.



볕이 뜨거웠고, 덕분에 너를 만났던 날.




미국 뉴욕항으로 들어오는 허드슨강 입구의 리버티섬(Liberty Island)에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 내가 자유의 여신상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프랑스가 미국의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선물한 것이라는 것 외에는 없었다.


자유의 여신상은 9년 동안 만들어졌다. 그냥 동상 하나, 라기에 여신상은 높이가 46m이다. 검지 손가락 하나가 2m가 넘는 길이이다. 그녀를 받치고 있는 대좌석이 47m이니 전체 높이는 100m에 육박하는 셈이다. 모두가 알고 있음 직한 -사실 나는 제대로는 몰랐지만- 의미는, 왼손에 든 책은 독립선언서이며, 오른손으로 횃불로 세상을 밝히고 왕관 위 7개의 뿔은 세계 7대 바다와 7개 주에 퍼져나가는 자유를 의미한다.


1900년에 미국으로 온 이민자 수가 2천2백 명에 달했으며, 조각상을 건립하는 데 사용된 비용 중 일부는 미국의 학생들이 기부했다. 미국에 온 수천만 명의 이민자들에게 조각상은 따스한 환영이자 꿈의 실현이었다.


세계로 퍼져가는 자유,

인간의 평등, 그리고 꿈.



2016. 맨해튼, ZEPHYR 선착장.



'저기까지 걸어갈 수 있을까?'

티켓 교환소에 도착해 *뉴욕 패스를 보여주고, 자유의 여신상 유람선 선착장까지 약 100미터. 2분만 걸어가면 되는 거리였지만, 그날따라 체력은 바닥이 났고 햇볕에 온 몸이 녹아내리고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심호흡을 하고 간신히 걸어가 관광객들이 늘어선 기다란 줄동참했다.

'아, 정말 너무 힘들다.'



월요일 아침, 사람들로 가득 핬던 선착장.



관광객들로 빽빽하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리고 내 앞엔 지금까지 갔던 곳에서는 보이지 않던 한국인들이 서있다. "저, 이쪽에 서면 되나요?" 그들에게 물어보자 "아, 네 맞아요!" 쾌활하게 대답하는 그녀. "한국분이시네요! 여긴 혼자 오셨어요?"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고 놀라는 그녀는 이렇게 먼 데 까지 어떻게 혼자 왔냐고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하며 웃자, 숙소는 어디인지 오늘이 여행 며칠째인지 밥은 잘 챙겨 먹는지를 묻는다. 그러더니 "저기 저 앞으로 가서 서보세요. 혼자면 사진도 제대로 못 찍잖아요!" 란다. 카메라를 뺏어 들고 얼른 바다 앞으로 가보라는 그녀에게 등 떠밀려 가서 어정쩡하게 섰다.

그녀의 요구처럼 활짝 웃지는 못 했지만, 이런 기분 좋은 호들갑이라니, 좋다.



선착장에서, 아 뜨겁고 뜨거웠던 날.



우리는 전부 또래였는데, 그녀는 ROTC를 인솔하고 있었고 함께 있던 그는 여행회사의 매니저라고 했다. 뉴욕이 얼마나 더운지, 그다음 여정은 어디인지를 물어가며 아주 오랜만에 편하게 웃었다. 잘 알아듣기 위해 긴장하거나 표정을 살펴볼 필요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를 치며 서로 눈을 마주친 채로 웃으며.  


드디어 유람선으로 입장을 하고, 나는 1층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자리에 널부러지듯 앉았다. '이제 살 것 같다' 평상시 같았으면 창 밖이 조금 더 잘 보이는, 혹은 2층에 올라가서 더 좋은 자리를 찾거나 했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다. 더위에 지칠 대로 지쳤고 의욕도 없다.



보다 좋은 뷰를 보기 위해서는 2층에 가야하는것 같았지만, 난 그대로 입구쪽 자리에 앉아버렸다.
페리 내부는 대략 이런 분위기이다.
이 곳이 바로 내 자리. 그리고 그들.



내 앞에는 중국인 부부가 앉아있다. 중년이라기에는 나이가 든, 노년이라기에는 조금 더 젊은 부부가.

눈인사를 나누고 나니 안내 방송과 함께 유람선이 출발한다. 얼마 만에 배를 타 보는 건가, 조금은 상쾌해진 기분에 창밖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내 앞으로 쑤욱 들어온 아이스커피. 깜짝 놀라 옆을 보니, 아까난 '그'다.


"이거 드세요."


"어, 어어! 감사해요!!" "아니에요-!" 하고 돌아서 가는 그. 당황해서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했는데, 벌써 그는 2층으로 올라가버렸다. '아까는 엄청 무뚝뚝해 보였는데.' 쾌활하고 적극적이던 그녀와 달리 낯을 가리고 말이 없어 보인 그는 이렇게 아메리카노를 주고 갔다.



정말 이렇게 달달한 아메리카노라니! 라떼만 마시는 나지만, 이 순간엔 정말 라떼보다 달았던 아메리카노.
맨해튼 섬.



항해가 시작되고 밖으로 펼쳐지는 그림.

달랐다.

육지에서 본 뉴욕과 바다에서 본 뉴욕은.



2016, New York.


맨해튼이라는 섬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꿈을 이뤄내고 있을까.


사람들은 저마자 창밖으로 모여 사진을 찍기 바쁘다. 내 앞에 노부부 역시 서툴게 서로의 모습을 찍어준다. 역광인지라 까맣게 나오는데도, 몇 번 움직여보더니 그대로 셔터를 누른다. 아이패드를 서툴게 터치하는 모습에, 마음이 찡-해진다.


"제가 사진 찍어드릴까요?"

나를 보더니 웃으며 아이패드를 건네는 그. 얼른 받아서 밝기 조정을 한 후에, 사진을 찍었다. 사실은 이걸 더 해드리고 싶었으니까. 자리에서 일어나서, 옆 쪽에서 내가 더 신이 나서 사진을 찍어 드린 후 자리에 앉았다. 그러니 그가 나에게 핸드폰을 달란다. 괜찮다고 했는데도, 사진을 찍어준다며 빨리 내 핸드폰을 달라고 제스처를 한다. '진짜 괜찮은데.' 주저하며 핸드폰을 드렸는데, 웬 걸. 서투르게 터치를 하며 자꾸 핸드폰이 꺼진다고 나에게 화면을 보여주는 그. 다시 카메라 모드로 킨 후, 동그란 부분을 보여주며 이걸 누르면 된다고 알려주었는데도 자꾸만 다른 곳을 터치해서 화면이 꺼졌다. 나는 웃으면서 정말 괜찮다고 했고, 그는 미안하다고 두 손을 모아 내게 고개를 몇 번이나 숙인다.



Manhattan, 2016.
브루클릿 브리지. 2016.



유람선 여정의 하이라이트.

바로, 자유의 여신상.


아. 모든 사람들이 우르르 창가로 모여들고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키며 셔터 소리가 수도 없이 많이 들린때. 이게 바로, 자유의 여신상이구나! 싶고 어째서인지 '미국이다!' 했으며 그다음에는 '크긴 정말로 크다' 놀랐던 .



여신상 아래에 사람들 크기와 비교해 본다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동상 50m 그리고 동상을 받치는 석좌 50m, 무려 100m의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신상은 겉으로 보기에는 조각이지만 내부에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건축물의 요소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작가 바르톨디가 자신의 어머니를 모델로 조각했다고 한다. 에펠 탑의 설계자이기도 한 구스타브 에펠이 내부 철골구조물에 대한 설계를 맡았는데, 미국으로 옮기기 위해 자유의 여신상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역할도 맡았다고 한다.


자유의 여신상은 ‘아메리칸드림’을 안고 뉴욕 항구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으로, 이민자들과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또한 미국의 독립을 기념하여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기회 등을 의미하기도 하다. 198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Liberty, 리버티섬.



자유의 여신상을 배경으로 그들을 찍어주고 싶어서, 얼른 아이패드를 내게 달라고 했다. 사진을 찍고 돌려 주자, 그는 마음을 먹은 듯 내게 핸드폰을 달란다.

딱 한 번만 더, 정말 잘 찍어보겠다며.




역광을 비껴 찍기 위해 일어나서 자리를 옮겨가며 찍는데, 웬 걸. 이번에도 잘 안되는지 한참을 낑낑댄다. 그러는 사이, 배는 이미 자유의 여신상을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향하고 있다. 그는 내게 급하게 제스처로 창 밖에 자유의 여신상이 없으니, 반대편 자리로 가잔다. 저기 조금 있으면 동상이 보일 것이라며. 나는 괜찮다고 웃으며 다시 핸드폰을 받아 들려는데, 그는 꼭 찍어주겠다며 나를 끌고 반대편으로 간다. 이번에는 그녀까지 가세한다.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우리 셋은, 반대편 자리까지 걸어갔다.

자유의 여신상을 배경으로 수많은 사람들은 웃으며, 멋진, 우스꽝스러운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그중에는 창가 한가운데에서 무릎을 굽혀가며 열심히 셔터를 누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간절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내가 있었다.



아무것도 없어도, 정말 괜찮아. 자유의 여신상과 같이 찍은 사진은 단 한장도 없게 되었지만 정말로- 괜찮은 이유는.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마음이 더 다급해져서였을까. 그는 역시나 사진을 찍지 못했고, 나에게 연거푸 미안하다고 했다. 사진을 남기지 못한 것은 괜찮았지만(표정 역시 웃음이 나오지 않았을뿐더러 셔터를 누르는 그만큼 간절해서 인상을 쓰고 있었기에), 그가 못내 마음에 걸렸다. 자리로 돌아와서 천천히 다시 알려주었다. 카메라를 잡고 있는 다른 손으로 화면을 누르면 카메라가 꺼진다는 것을, 그리고 너무 세게 누르면 작동이 안 될 수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2016. 자유의 여신상과 함께.



그가 찍어준 첫 작품.

이 사진을 찍고 그 노부부가 얼마나 좋아했을지, 상상에 맡길 수밖에. 그러니까 자유의 여신상은 조금도 안 나왔지만, 내겐 가장 소중한 사진.





첫 사진을 성공하고 연신 사진을 찍어준  박수를 치며 기뻐했던 그녀와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가방 속 노트를 꺼내 짧게 편지를 썼다. 아까 만났던 그에게 커피를 잘 마셨다고, 그리고 앞으로 남은 여행 건강하게 하길 바란다고.

우리는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고 있다.



1시간이 이렇게 짧을 줄은 몰랐지, 그리고 사실 자유의 여신상을 배경으로 사진이 없을 줄은 더 몰랐지만.



자유의 여신상 유람선을
꼭 타야 하냐고 묻는다면



덥거나 추운, 궂거나 쨍한 날에

편안하게 유람선을 타고

낭만적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어서

배에서 들리는 New York 배경음악과 함께


사실

자유의 여신상을 봐야 하는 진짜,

이유가 있다면.


여신 조각상만 보는 것이 아닌

맨해튼이라는 도시 전체를 감상할 수 있기에,

여신이 빚어낸 듯 아름다운 도시 조각상을.


걷는 거리마다 눈에 넣고 싶은 뉴욕 길거리만큼,

리버티섬이라는 뉴욕에서 가장 '자유'로운 섬까지

눈에 가득 담아낼수 있다고.


현지인과 관광객이 섞인

센트럴파크 브로드웨이와는 달리,

이 곳 선착장과 유람선안은 온통 이방인이라고.


그래서 낯설지 않고,

그럼에도 낯선 곳에서


뉴욕에 발을 디딘 우리네들이

서로의 여정을 지켜주기 위한

몸부림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쑥쓰러워서 같이 찍자는 말은 못한채, 살짝 담아보았다. 기억하고 싶어서.


 '뉴욕을 찾은 모든 이방인'이
서로의 여행을 위해
노력을 다하는 곳이기에


너무 관광지스러워!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지.


너무 번잡할 것 같아.

세계 각국에서 온 이방인들을 기꺼이 환영해보라고.


동상만 하나 있는 거잖아?

지금은 그 섬에 살던 모두가 떠난, 그러나 뉴욕에 온 모두가 여전히 찾는, 리버티섬까지 볼수있음.


구경만 슥-하는건 너무 심심해.

끊임없이 당신에게 다가올 인사를 받기에도 벅찰 것이라고.


그러니 뉴욕에 가게 된다면,

자유의 여신상을 기꺼이 반갑게, 맞이해 보기를.

설령 당신이 자유의 여신상과 같이 찍은 사진이 단 장도 남기지 못한다고 해도

당신에게는 환영인사 그리고 인연이 남게 될지도 모르니까.



여기, 뉴욕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본 날은, 아마도 가장 기억에 남게 될 거라고.




Tip)

자유의 여신상의 정식 명칭은 ‘세계를 비치는 자유(Liberty Enlightening the World)’이지만 통상 자유의 여신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유의 여신상을 보기 위한 방법으로는,

1) 배터리파크에서 바라보기 : 자유의 여신상에 크게 보이지는 않지만, 멀찌감치 보이기에 시간이 없으시다면 이렇게라도 보실수 있습니다.

2) 스테튼 아일랜드 페리 : 맨해튼 남쪽 섬인 '스테튼 아일랜드'로 가는 페리를 타는 방법인데요, 맨해튼에서 스테튼으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30분마다 페리를 탈 수 있습니다. 페리 이용료는 무료이며 가는 길에 자유의 여신상을 조금 더 가깝게 볼 수 있는 방법이랍니다. 스테튼 아일랜드를 둘러볼수 있기도 하기에, 많은 분들이 이 루트로 여신상을 보고 있기도 합니다.

3) 자유의 여신상 페리 : 리버티 섬에 내려서 직접 자유의 여신상을 가까이서 보거나, 자유의 여신상에 올라가 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고 합니다. 또는 제가 이용한 루트처럼 1시간 코스로 자유의 여신상을 기준으로 유람선을 타고 뉴욕을 바라보는 방법도 있답니다 :)


*뉴욕패스는 뉴욕의 유명한 관광지를 입장할수 있는 티켓으로, 가지수를 선택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입장할인을 받는 티켓입니다. 종류가 여러가지이니 머무는 기간과 관심이 있는 장소에 따라 가장 알맞은 것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


*자유의 여신상은 맨해튼 남쪽에 있어서, 보실때 월스트리트와 911메모리얼등을 함께 둘러보시면 더 좋을듯합니다. 저는 아침 일찍 보았는데, 해가 질 무렵 도시가 참 예쁘다고 해요 :)


 

바다에 일렁이는, 섬. 마음이 일렁였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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