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0만 명이 찾고 매년 1억 명의 사람이 떠나고 도착하는 곳
"보는 이를 숨 막힐 정도로 압도하는 건축 양식을 접어두더라도,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Grand Central Terminal)은 그 규모만으로도 극적이고 인상적인, 공학 기술이 이룬 위업이라 할 만하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역사 유적」 리처드 카벤디쉬
하루 50만 명의 사람들이 찾으며
매년 1억 명의 사람들이 떠나고, 도착하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이별
뉴욕에서 가장 많은 만남,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떠나보낼 이가 아무도 없고
기다려야 할 누군가조차 없어
아마도 괜찮았던, 어느 오후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에 갔다.
미국 뉴욕 시 42번가와 파크 가의 교차점에는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역이 있다. 총 44면 67선으로 승강장 개수만으로도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큰 역이다. 주로 뉴욕 근교 거주자들이 통근노선으로 이 역을 이용하고 있으며, 그 숫자가 하루에 약 50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기차, 지하철, 자동차 등의 교통수단을 연결하는 뉴욕 교통의 상징적인 건물,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에 갔다. 어디론가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곳에 가기 위해서.
고풍스럽게 아름다운 외관에 무언가 슬며시 떠오르는 것 같았다. 꼭 기억이 날법하게, 마치 추억이 묻어있을 법하게 아련한 장소. 오래된 그러나 낡지 않은 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떠나보내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곳,
나라면 이곳에 아주 오랫동안
머무르고만 싶어 질 텐데
어쩌면 사람들은 이토록
금방 떠나고 쉽게 지나치는 걸까
아마도 그건,
더 아름다운 '너'를 만났기에.
그리움이 반가움이 되는 것만큼
기적 같은 일은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
그랜드 센트럴 역에 도착했을 때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전원이 꺼졌다. 콘센트가 있는 카페를 한참 찾아다녔는데 결국 한 곳도 찾지 못했다. 떠나보내야 할 누군가가 없고 기다려야 할 누군가도 없는데, 연락이 올 무엇마저 없었던 때. 그래서 터미널을 가득 채운 순간을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벅차오르는 표정은
내 기억을 흔들고
뛰는 가슴소리는
내 귓가를 울렸다.
그래서, 아름다운 공간은 흔한 배경이 되고 이 넓은 공간에 흩어져있는 숱한 그리움의 조각이 맞춰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2층 난간에서, 햇볕이 아주 잘 들어오는 자리, 그래서 내 모습은 다른 이에게 보이지 않을 곳에서 오롯이 혼자. New York Grand Central Terminal에서.
승강장으로 오가는 발걸음으로 복잡한 1층과 달리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로 차분한 2층 난간에 기댔다.
떠나는 사람보다
배웅하는 이의 뒷모습이
더 아련해 보였다면,
누군가를 떠나보낸 적 있어서일까.
떠나보내는 그들의
그리움을 배웅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숱한 그리움의 조각들이 반짝, 빛났다.
아마도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에
창문이 이렇게나 많은 이유는
돌아서며 감추는 그리움,
오랜만에 맞이한 반가움
그 작은 조각들을 비춰내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이별
뉴욕에서 가장 많은 만남,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떠나보낼 이가 아무도 없고
기다려야 할 누군가가 없어
이별도, 만남도 없었던
그래서 정말로 괜찮았던 어느 오후.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Grand Central Terminal)
주소: 89 E 42nd St, New York, NY 10017 미국
완공: 1871년
면적: 19ha (57,475평)
연락처: +1 212-340-2583
Tip)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은 바로 근처에 '뉴욕 공립 도서관'과 '브라이언트 파크'가 있습니다. 공립 도서관은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며, 책을 읽거나 편지를 쓰기에도 참 좋았던 장소예요. 그리고 브라이언트 파크는 도심 속, 평온하고 따스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이니 꼭 들려보시기 바랍니다.
참, 터미널 안에는 셰이크 쉑(쉑쉑) 버거는 물론 매그놀리아 컵케이크와 조던 스테이크 하우스 등이 있으니 식사를 하셔도 좋겠죠? :) 다소 복잡한 분위기이긴 하지만, 터미널 레스토랑만의 매력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에는 꽤나 큰 애플스토어가 있습니다. 그 순간엔 아이폰이 아닌 게 아쉬웠고 나중에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핸드폰이 켜져 있었다면 보고 싶다고 말할 뻔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