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앤드컴퍼니 서점(Shakespeare &Company)
파리보다 더 가고 싶었던 곳
셰익스피어앤드컴퍼니 (shakespeare&Company)낭만이 흐르는 곳
Before sunrise, 사랑을 겪기 전 내가 좋아했던 영화.
Before sunset, 사랑을 겪어 본 내가 사랑했던 영화.
그리고 'Midnight in paris', 지금 이 순간을 아름답게 살아야지 결심한 영화까지.
그들의 공통점은 'shakespeare and company'.
제시와 셀린이 우연히 만난 곳,
길이 또 다른 인연을 찾은 곳.
이야기를 좋아하는 그들이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 곳.
파리의 '셰익스피어앤드컴퍼니' 서점.
셰익스피어앤컴퍼니 서점은 1900년대 초반 실비아비치라는 여성이 운영을 했으며 헤밍웨이를 비롯한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도록 지원해주던 곳이다. 실제로 해밍웨이의 '파리는 날마다 축제'라는 에세이를 읽으니 이 서점에서 책을 빌려가는 이야기도 자주 등장했다. 많은 문인들이 그 서점을 좋아했으며, 출판이 금지되었던 제임즈 조이스의 '율리우스'를 출판해 주기도 한 곳이다. 이후 세계 2차 대전으로 나치가 점거하며 서점은 문을 닫게 되었으나 후에 프랑스에서 유학 중이던 미국인 휘트먼이 다시 문을 열어 현재는 휘트먼의 딸이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실력은 있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은 작가들을 에세이 한 편으로 심사하여 지원해 주기도 한다니, 이처럼 매력적인 서점이 또 있을까. 그때 그 들이 좋아했고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현재에도 훗 날에 미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으니까.
어느 깊숙한 곳 한 켠, 그들의 책이
영화 비포선라이즈. 20대 청춘 제시와 셀린은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나 사회, 문화, 사랑과 삶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서로 공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도저히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해 화를 내기도 한다. 그들은 솔직했고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아주 다르지만 다르기에 상대방을 설득하고 또 이해시키는 모습마저 닮은 그들은 사랑에 빠졌고 다음을 약속하며 '그 날, 그 사랑'을 청춘의 한 기억으로 남겼다. 그로부터 9년 후, 제시는 셀린과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어 호평을 받게 되고, 프랑스 파리 '셰익스피어앤컴퍼니'에서 셀린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들은 여전했다. 그때처럼 달랐고 티격태격 다투었다. 서로가 같지 않은 것에 고개를 저으며, 예전처럼 다른 상대의 모습은 여전히 사랑했다. 그리고 그 날 그랬듯 언젠가를 약속하며 헤어졌다. 그 날이 다시 올지 오지 않을지는 그들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오래된 중고서점, 내가 찾은 것은
그곳에는 제시의 책이 있을 것 같았다. 처음 온 사랑에 온전히 마음을 잃고 이것이 사랑인가 의심했으며, 나와 너무 다름에 이해할 수 없다는 말로 상처를 주고 때로는 그가 버거울 만큼 내 사랑을 표현하기도 한. 이 사랑을 받기 위해 세상에 태어났구나 환희를 느꼈다가 처음 겪는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아파야만 했던, 그런 사랑 이야기. 여느 사랑 줄거리와 다르지 않은 그런 흔한 소설, 나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이 아주 흔하게 넘칠 것만 같았다. 사랑했던 사랑받았던 잊지 못했던 가여워했던, 너무나 초라했던 그러나 가장 빛났던 그 날의 이야기들이. 내가 사랑한 그들의 이야기도, 더 오래전 살았던 또 다른 그들의 이야기도. 누군가가 쓰고 읽고 되팔고 남겨둔, 아주 오래된 중고서점 셰익스피어앤드컴퍼니. 그곳에서 만나고 싶었던 건 아마 스물한 살의 나.
스물아홉의 나는 무엇을 그리워했을까, 서툴고 투박하지만 솔직했던 사랑. 아니면 세상을 향한 거침없는 도전. 혹은 아주 잊혀져가는 그런 이야기. 내가 만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것이었을까, 여전히 알 수 없지만 그렇기에 가고 싶었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책들이 가득 쌓여있고 그것을 집는 사람들 또한 모두 다를 테지만. 그곳을 찾는 우리는 어떤 점이 닮아있을지. 나와 다르면서도 닮은 그들과,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싶었고 그 작은 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찾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꿈에 그리던, 그곳에 닿은 순간
그렇게 셰익스피어앤드컴퍼니 서점에 가기를 꿈꾸었다. 그곳에 추억이 있는 사람처럼. 내가 사랑하는 그들에게 추억이 있다면, 그들을 열렬히 사랑하던 시절의 내 추억도 같이 있는 것이라고 믿었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는 내 기억이 더해질 테니까. 파리에서 내가 가고 싶었던 1순위, 셰익스피어앤컴퍼니. 나는 그곳에 가기 전에 작은 편지를 준비했다. '내가 이 곳에 도착해서 편지를 전해주게 되다니 믿기지가 않아요. 정말로 꼭 오고 싶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 서점을 아름답게 기억하고 추억으로 간직하는 만큼 이 곳도 더욱 행복해지기를 바랄게요.' 서점에게, 혹은 아주 오래전 머무르며 지금의 낡고 빛나는 공간을 만들어준 그들에게.
보통의 서점이라면 의미 없는 편지가 될 수도 있고, 막상 전해줄 수 있을까 부끄럽기도 했지만 내가 그곳에 갈 수 있는 기회는 아마도 지금뿐이니까. 그리고 지금도 재능은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작가들을 후원하며, 작가를 선정할 때 에세이 한 편으로 심사를 할 만큼 진심을 사랑하는 곳이니까, 어쩌면 내 작은 마음도 전할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반짝반짝 빛이 나서 내일이면 파리를 떠난다는 것이 슬펐던, 마지막 날 선물 같은 날씨를 만나서 기뻤던 가을 오후, 시테섬을 따라 길가를 걸으며 한 서점에 도착했다. 가장 보고 싶고 닿기를 원했던 작은 공간에. '막상 가면 작은 서점일 뿐이에요.'라는 후기들을 애써 부정했지만 마음 한 켠에는 걱정스레 남겨둔 나를 보란 듯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사고 싶었던 어린왕자 책을 골랐다. 그리고 셰익스피어와 장미꽃이 그려진 그림까지.
너가 좋아할 것 같은 책도, 내가 사랑하는 색깔의 표지를 가진 책도, 읽지 않아도 느껴지는 핑크빛 내용이 가득할 것 같은 책도, 아주 낡아서 볼품없는 책도 구경하고 서점을 떠나야 할 시간에 조용히 어린왕자책과 엽서를 들고 계산대로 갔다. 그 순간에도 고민을 하며. '아, 편지는 조금 오그라들잖아. 그냥 가만히 있을까 봐.'
다시 오지 않을 순간에도 바보 같지만 참 나다운 생각을 하며, 역시나 나답게 편지와 작은 한국 기념품을 가방에서 꺼냈다. 그리고 책을 살 돈과 함께 쥐고 있다가 드디어, 건넸다.
믿어보기를, 파리의 마법을
내가 사랑한 그 들 - 헤밍웨이, 샤르트르, 제임스 조이스, 레이, 앙드레지드- 이 사랑했던 초라한 낙원. 아주 오래된 이야기들이 있고 그 이야기들을 읽는 사람들이 있는 곳. 그곳에 에세이는 내지 못할지언정- 작은 이야기는 남기고 싶었던, 그 빛나던 청춘에 사랑했던 영화 속 장소에 가고 싶었던, 가장 아끼는 책을 사고 싶었던, 그래서 나만의 기억을 만들고 싶었던 소망을 이룬 곳, 셰익스피어앤드컴퍼니 서점.
편지를 받고 깜짝 놀란 그녀는 환히 웃은 후 나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고맙다'고 말하며 셰익스피어앤드컴퍼니 에코백을 선물로 내게 건넸다. 사실, 어떻게 전해주지, 부끄러워-라고 내가 어떻게 잘 전해줄 수 있을까만 생각했는데 나도 무언가를 받을 줄은 몰랐다. 그녀의 환한 웃음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 내가 더 고마웠던 순간. '내 마음을 서점에게 전했어!' 싶어 가슴이 뛰었고 다정하게 받아준 것에 마음이 벅찼다. 그리고 한 번 더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부탁했다. 그 곳에 내 편지로 기억을 남긴만큼 나도 그 곳을 추억으로 담아오고 싶었다. 서점 내부는 촬영이 금지되어있어 많은 사람들이 몰래 찍어온다는 그 곳. 그러나 그 장소안에 내가 있는 장면, 허락해준다면 같이 있는 모습을 남기고 싶었다.
"음... 사진- 찍어도 될까요?"
"물론이지, 찍어줄까?"
"같이요!"
내부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공간, 셰익스피어앤드컴퍼니 서점에서 점원이 찍어준 사진.
파리에서 가장 가슴 뛰었던 시간, 지금 생각해도 영화 같은 순간.
파리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지나치지 말기를.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해 보기를. 아니, 눈 앞에 온 기회를 보고도 망설일지라도 끝내는 잡아보기를. 파리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로맨틱하며, 꿈에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할 수 있으니까. 적어도 당신이 파리에 있는 동안은 그런 마법이 일어날 수 있을 테니, 꼭 믿어보기를. 당신이 파리를 사랑하는 만큼.
만나보기를, 당신의 작은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