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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런던

여기 지금, 만난 런던에서.

by 유앤나


눈을 마주치면 생긋 미소를 띄운다.

우리만의 인사 같아.

'괜찮은가요? 이 여행이 부디 즐겁기를.'

어디에서 온 지는 모르지만

지금 여기, 런던에서 만난 당신과 나의 인사.


일요일에만 열리는 꽃시장, 당신은 어떤 꽃을 사기 위해 왔나요? 오늘 하루도 부디 즐겁기를. London.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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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해 보았어도 이 도시는 낯설다.

같은 도시는 없고 그래서 닮은 사람도 없으니까.

그래서일까, 사랑을 했어도 사랑이 어렵다.

해왔던 대로 표현했는데 통하지 않을 때도 있고

마음이 다가오는 낯선 방식에 뒷걸음을 치기도 한다.

나는 너라는 도시에 언제쯤 익숙해질까?

우리가 서로에게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얼마만큼일까.


Judd St Kings Cross, London. 2017.


'집에 가고 싶어.' 생각하다가

수없이 떠오르는 작은 것들이 눈물 나게 그리워졌다.

한국의 계절, 따뜻한 온도, 익숙한 내 공간.

말없이 기대고픈 등과 내 손을 덮던 네 체온 그리고

읽다 잠들어 버리는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책.

일상이 그리운 날을 맞이하고서야, 살고 싶어 졌다.


비가 내리는 오후, '언제쯤 그칠까?' 했지만 사실 그치지 않기를 바랬다.


고작 하루를 묶었을 뿐인데 숙소 근처로 오니 안심이 된다.

제법 멀리 나가볼까- 하며 낯선 환경을 즐기다가도

의 위치를 틈틈이 확인한다. 돌아갈 단 한 곳.

사람은 무언가를 그리워하기 위해 살아가는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탬즈강을 걸으며 어질러진 내 방이 이렇게 많이

생각날 리가 없다. 침대 위 던져져 있을 그 아무렇지 않던 인형마저도.


런던 에어비앤비 숙소, 다들 어떤 저녁을 보내고 있을까.


아무럴 게 없는, 그러니까 전혀 매력적이 않지만

어쩐지 마음에 드는 거리를 걷다가 멈추었다.

나중에 가장 많이 생각이 날 것은 이 거리, 이 소리, 이 온도.

번져오는 웃음소리와 기분 좋은 떠들썩함.

내가 평화롭다고 느낀 그 언제가와 같은 느낌에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여행지에서는 새로움만 만나는 것이 아니다.

오래된 추억도, 만난다.


지켜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이유로 걷고, 오르고, 다시 일어날수 있는게 아닐까.


런던아이를 보기 위해

난간에서 아주 오랫동안

우리는 같은 것을 바라보았다.

여기 모인 이들은 무언가를 동경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런던아이는 무슨 의미일까?

내가 보지 못하는, 그들이 보고 있는

런던아이가 궁금했다.


The London Eye, 2017.


오늘 날씨는 괜찮네? 가 아닌,

지금 날씨는 괜찮네!라고 말하게 된 순간, 깨달았다.

지금 즐기는 수밖에 없다고.

몇 시간 후 날씨는 알 수 없지만 걱정하고 체념하느라

지금 즐기지 않는다면 평생 즐거울 수 없을 거라고.

여기 런던, 그리고 내 인생에서.


이따가 비가 온다고 해도 괜찮을것 같아. 이제 나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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