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앤나 May 21. 2020

How do you library?

도서관에서 훔치고 싶은 것이 있나요?

도서관의 광고

How Do you, library?





“과거로 갈 수 있는 열쇠,
미래로 향하는 통로”
-플로리다 더니든 도서관
“당신의 기회를 여는 문”
-매사추세츠주 우스터 도서관




20인치, 200만 킬로미터


"140글자요? 100만 글자에 도전해보세요. (140characters? try millions)” 140자의 단문이 아닌 100만의 장문을 즐겨보라는 메시지는 밀워키 공공 도서관의 독서 캠페인의 광고 문구였다. 소셜 네트워크의 제한적 공간에서 벗어나 끝을 알 수 없는 세계를 탐험할 것을 권하는 메시지는 총 세 문장으로 이어진다. 백만 글자를 읽어보라는 문장의 앞에는 다음의 두 문장이 있다. 



"당신의 얼굴을 책을 향해 두세요. (Put your face in a book)” 

“아마도 읽게 되겠죠. (You could be reading)” 



책을 바라보면 문장을 읽게 되고 끝없는 세계를 보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흐름도 매력적이지만, 이 광고의 묘미는 SNS의 로고를 변형한 것이다.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의 로고를 활용해 각각의 SNS가 가진 매력을 뛰어넘는 책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광고는 소셜 네트워크에 갇혀 있는 세계를 인지하게 한다. 내용이 길거나 흐름이 모호하면 스크롤을 내리고 창을 닫는 행동, 요약과 핵심을 얻기 위해 생각을 건너뛰는 행동, 사고의 확장을 스스로 차단하는 경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페이스북을 바라보는 시선과 쉽게 편집된 정보 그리고 140글자. 우리가 인지하는 세상은 몇 인치인가? 20인치를 벗어나 200만 킬로미터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하며, 광고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모험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삶 속에서 보내오는 광고


도서관의 광고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 서점과 출판사가 선택한 단 하나의 문장은 무엇일까? 어떤 책보다 더 강렬하고 매력적인 광고를 살펴보자.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의 작은 서점 'Mint Vinetu'의 광고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책을 펼치고 얼굴을 파묻고 있다. 표지는 저마다 다른 인물이 그려있고, '다른 누군가가 되어보세요' 라는 문장이 적혀있다. 책을 읽을 때 마다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재치 있게 보여주고 있는데,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상상을 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력적인 표지와 디자인을 펼치고 싶다는 욕구를 갖게 한다.





책의 한 가운데가 뻥 뚫린 광고 사진이 있다. ‘영화가 될 때 이야기는 사라진다.’는 의미로, 책이 다른 콘텐츠가 되면서 사라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 광고는 브라질 상파울로의 중고 서점 'Sebo Museu Do Livro'의 메시지로, 단골들은 서점을 두고 '먼지 속에 감춰진 보물'이 있는 곳이라고 부른다. 뜻밖의 발견을 위해 구석의 책을 찾고 보는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인다.



위와 비슷한 메시지를 담은 체코 도서관 사서 협회의 광고도 있다. '할리우드가 만들기 전에 읽으세요! (Read it before Hollywood does)"라는 메시지이다. 어떤 장면도 직접 만들어 낸 인물의 모습과 배경을 뛰어넘기는 어렵다. 그 기준이 나의 상상이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는 좋은 것이 아닌 좋아하는 것을 원하며, 그래서 어렵고도 쉽지 않던가. 좋아하는 것으로 삶을 채운다는 것은. 원작을 읽으며 꼭 들어맞는 소리와 영상 그리고 감동으로 채울 수 있는 기회는 오직 책으로 얻을 수 있다.





한 편의 동화 같은 광고도 있다. 고요한 밤, 모두가 잠 든 마을에 한 집만 불이 켜져 있다. 짙푸른 배경에 빼곡한 집들, 그 사이에 조그맣게 새어나오는 노란 불빛이라니. 책을 읽느라 밤을 지새우는 모습을 상상하며 미소를 짓게 한다. 이 광고는 브라질의 'Corre Cutia' 서점의 광고다.



한 권쯤 있지 않던가. 그 다음 내용이 못 견딜 정도로 궁금해서 밤을 새워가며 읽은 책이. 만화나 공상 소설 혹은 세계의 고전. 그 당시 나를 잠이 들지 않은 채 꿈꾸게 만들었던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어둠속 켜진 작은 빛은 전등을 표현하지만, 책 차제가 되기도 한다. 가야할 길이 아득하거나 캄캄할 때 책이 보여주는 빛을 느낄 수 있다면, 어두운 밤일수록 괴로운 날일수록 책을 펼치게 될 것이다.



꿈, 영감, 지식, 공감. 세계의 도서관과 서점은 책을 다양한 키워드로 표현한다. 책을 읽으라는 제안이 아닌 안부를 건네는 인사이며, 관심을 표현하는 애정이다. 한 사람의 생각이 펼치는 상상이 가장 위대하다는 것을 알려주며, 매일 대화를 나누는 소재가 다양하기를 바라는, 그리고 마침내 새롭게 꿈꾸기를 격려하는 책들의 공간이 보내는 메시지는 우리 삶이 보내오는 광고가 된다.



"우리의 미래를 지어라, 한 페이지씩" 

시포드 도서관


"여기서 시작하라. 어디로든 떠나라" 

잭슨빌 도서관



일상 속 도서관, 일상 밖 도서관


삶에 보내오는 메시지, 그 문장을 가장 잘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곳은 시카고 공공 도서관이다. "Welcome home!" 도서관의 층마다 적힌 문구는 이 공간이 표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할까? 책을 읽으라거나 편하게 머무르라거나, 그 어떤 말도 이보다 아늑하고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시카고 공공도서관은 진로, 취업, 결혼, 입양, 퇴직 등 시민들의 생애주기와 라이프 스타일에 따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모든 연령대의 시민들이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고 어려운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다. 심지어 노숙자를 위한 공간도 있고, 방과 후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주는 시간도 있다고 하니, 모든 시민들의 '집'이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곳이다.





일상 밖 도서관, 책 너머 도서관, 삶을 광고하는 도서관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까? 빈 가방을 메고 도서관에 들어가서 무언가로 가득 채워서 나오는 사람은 어떨까. '당신의 마음을 훔치는 것을, 먼저 훔쳐오세요' 라는 메시지와 함께. 우리는 도서관에서 그 무엇이든 가져올 수 있고 그것은 책을 비롯한 물건이 되기도 하지만 시간과 영감이 되기도 할 테니까.



익살스럽게 가격을 말하는 것도 좋다. 미국의 작은 도서관은 "35달러요? 우리 도서관에서는 무료죠."하는 광고 문구를 썼다. 얼마나 높은 가격이든 100% 할인이 되는 도서관의 매력을 재치 있게 표현한 것이다. 쇼핑몰 웹사이트 속 장바구니에 잔뜩 물건을 담고 도서관 멤버십을 적용하면 무료가 되는 이미지도 좋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도서관의 가장 희귀하고 값비싼 책을 쌓아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구하기 어려운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도서관 광고로 가장 알려주고 싶은 것은 각자의, 모두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도서관은 당신의 집 중 어디입니까?'라고 물으며 작은 방, 부엌, 거실, 테라스, 그리고 마당도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곳에서 일상을 보내는 시간. 그것이 도서관에서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 모든 도서관의 바람이 아닐까.



"당신의 기대 이상으로" 

오샤와 도서관


"세상의 지식을 탐험하라" 

영국 도서관


"발견하라, 포착하라, 연결하라" 

플레인필드 도서관



광고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양하다. 사람들에게 좋은 생각을 제안하고, 새로운 행동을 권유하며, 오래전 약속을 상기시키고, 새로운 꿈을 이루는 과정 속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는 무언가를 선택하고 소비할 수 있으며, 그 가치는 삶의 이야기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도서관이 있다. 각양각색의 서로 다른 문장으로 초대하는 공간에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든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시작이 될 뿐이다. 보스턴 공립 도서관은 말한다. "책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도서관도 그렇다. 그곳에서 들어가서 꺼내고 펼치는 이야기는 모두의, 각자의 몫이다.




해당 칼럼은 월간 국회도서관 2020. 04월호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작가의 이전글 눈을 뜨면 인간이 되는 도서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