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너무 오래가는 거 아닌가
이 글은 영화에 대한 견해나 리뷰가 아닙니다 :)
<트루먼쇼>를 감상한 지 약 4~5년이 흘렀을 것이다.
심지어 아주 좋았던 영화임에도 반복해서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딱 한 번 보았다.
제목 그대로, 괜히 봤다고 할 수도 있고 어쩌면 한 번 본 게 다행일 수도 있다.
너무 인상 깊어서 자꾸 생각나기 때문이다.
만약 <트루먼쇼>를 보지 않았다면 스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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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루먼쇼>에서, 주인공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미지의 큰 존재'에 의해 연출된 '쇼'임을 알았을 때
주인공과 함께 느꼈던 그 오싹한 기분이 있다. 아마 영화를 본 모두가 공유하는 감정일 것이다.
영화는 단편적으로는 미디어에 대한 비판 의식을 다루고 있지만,
좀 더 확대된 관점에서는 주인공을 조종한 주체를 '전지전능한 누군가'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미지의 큰 존재 = 신'에 의한 만들어진 캐릭터일 뿐, 그들의 디테일한 설정들로
나라는 사람의 인생이 생겨났고, 그들이 만든 틀 안에서 그냥 살아가는 작은 존재 아닐까...
영화를 본 이후부터 그 이상한 기분을 현실 세계의 다양한 상황에서 마주하곤 한다.
그리고 한 번 느끼기 시작하자 아주 잦게 찾아오는 기분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 공포스러운 기분을 느낄 때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메모장에 주저리 주저리 감상을 적었었다.
감상은 대체로 비슷했고 느끼는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할 만한 단어는
'무력하다'
이 단어가 굉장히 적합했다.
사람들이 달리고 뛰고 자전거를 탄다. 또는 정자에 가만히 앉아 사색에 잠겨 있다.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이 생겨났다가 시야에서 사라짐을 반복한다.
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걸까?
그리고 다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나의 뇌 하나에서도 수많은 생각이 교차하는데, 새삼 각자 활동을 하고 있는 수만가지의 뇌들을 보며
내 뇌의 활동이 우둔하고 미련하게 느껴졌다.
아주 멋진 야경을 보았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다.
내가 있는 곳에서 몇 걸음만 노력해 걸어 올라가면
눈 앞에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사색의 시간들
옆의 연인이나 친구, 가족과 나눈 소중한 이야기들
카메라로 서울의 야경과 자신을 함께 담은 이들
실연, 실패, 다양한 아픈 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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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기억이 이 곳을 스쳐 지나갔을까
수 많은 이들의 흔적 속에서 내가 지금 하는 이 고민은 정말로 중요한 문제일까?
이 세상 모든 이들은 트루먼쇼의 주인공일 뿐인데,
그렇다면 나의 고민은 그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일 뿐
멀리서 보면 너무나 사소하고 얼마든지 뒤엎을 수 있는 쉬운 문제일 것이다.
사람이 많은 공간에 있거나 자연과 함께일 때면 으레 이런 기분이 든다.
수백, 수천 년 전의 사람들과 현대인들이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이 있다면 아마도 이 기분일 것이다.
세상은 너무 크고 나는 아주 사소하지만
불필요하게 똑똑하고 복잡한 존재여서, 세상에 티도 안 나겠지만 부단히 노력하고 애를 쓰며 살아간다.
이 기분은 참 오싹하고 별로인데, 싫지만은 않다.
부정적인 기분이지만 달리 생각하면 어차피 나라는 존재는 작고 무딜 뿐,
조금 더 애쓰고 튄다고 한들 누가 신경이나 쓸까 -
그저 지금 이 순간 만족하고 스스로 의미있다고 여기는 것들을 하며 살아간다면
다 괜찮을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 버려서, 또 좋다고 헤헤 한다.
인간은 참 단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