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최근들어 '프리워커' '인디펜던트 워커' '사이드 잡' 등 직업과 일하는 방식에 대한 다양한 구분이 쏟아져 나온다. 그만큼 과감하게 조직을 나와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을 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평생 직장이나 안정적인 업에 대한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조금은 더 '나 다울 수 있는 일'들을 추구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양상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은 몇 년 되지 않았다. 나의 첫 입사 당시, 약 4년 전의 분위기는 '욜로'와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며 자유와 조직에서의 해방을 조금씩 꿈꿔오던 이들이 생기던 시기였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사람은 못 되지만, 귀를 기울이고 좇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흐름에 탑승하여 직업에 대해 유연하게 생각해 보게 된 것 같다. 자유를 추구(?)하는 성향 탓도 있지만, 그렇게 나는 입사와 동시에 퇴사를 꿈꿨다. 일이 하기 싫어서가 아닌 진짜 일을 하고 싶어서 꿈꿨던 퇴사다.
회사에서의 내 역할이 진짜 내 모습과 얼마나 닮아 있으며 '나'를 얼마나 표현해 줄 수 있는지, 그리고 조직의 방향이 나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지 등 여러가지 고민을 안고 끊임없이 방황하던 시간들이었다.
고민은 많았지만 치밀하고 전략적이지는 못한 탓에 내 기준 별 성과 없는 회사 생활을 마무리 하고 빈털터리로 백수, 아니 프리랜서, 아니 알바생, 아니 사업가가 되었다.
"oo 회사에서 판매 기획 팀에 근무하고 있는 OOO 매니저입니다."
회사를 다닐 때는 그렇게 간단하던, 자기 소개가 그 어떠한 단어로도 애매해 졌을 때 나는 철저히 혼자가 되었음을 느꼈다. 대단한 기술이 있거나 모아둔 돈이 있다면야 그나마 낫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나는 그저 이것 저것 시도해 보는 그야말로 다시 사회 초년생이 된 것이다.
29세, 젊어서 뭐든 할 수 있는 나이라지만, 당사자에게는 무겁게만 느껴진다.
이 시기를 지나온 사람도, 아직 맞이하지 않은 사람도 공감할 수 있는 숫자 그 자체에서 느껴지는 부담감이 있다. 왠지 하는 일마다 다 안 되는 것만 같아 '아홉수'의 실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나이,
성과가 있기엔 이른 나이인 걸 알지만 방향성은 가지고 있어야 할 것만 같은 나이, 그래서 방황을 참 많이 하는 나이, 그냥 생각 많은 나이. 나는 이 때 어디로든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면 지금이 적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모아둔 돈도 몇 백 만원에 그쳤고 홀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스킬이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하나로 사표를 냈다. 그냥 빨리, 시간을 더 앞당겨 나만의 것들을 쌓아가고 싶었다.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세워서 퇴사해야 한다면 아마도 평생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땐 그것이 장점인 줄 몰랐지만 9개월의 홀로 서기 후, 내가 가진 대단한 무기 중 하나는 용기 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때로는 '무모함'이라는 단어로 치부되던 것들이었다.
무조건 퇴사를 권장하는 이야기는 절대 아닐 것이며, 개인적인 성향이 퇴사 후 홀로 서기에 굉장히 맞았을 뿐이지 누군가에겐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저 이제부터 내가 남기는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이 시간들을 칭찬해줄 수 있도록 기특한 발자취를 남겨보고 싶어서 쓰는 글이다.
나는 아직 불안함 속에서 헤매고 있지만
다시 돌아가도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 것이냐고 한다면, 대답은 YES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