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퇴사도 현실이니까, 돈은 벌어야죠.
일단 퇴사는 했고 다시 회사에 들어갈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조직 활동도 물론 중요하지만, 온전히 나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실험해보고 싶었다. 솔직히 회사가 진절머리 나기도 했다.
퇴사를 할 때, 내 사업을 하겠다고 대충 둘러대고 나왔다. 사업의 무게도 모르고, 탐색도 전혀 하지 않은 채로. 지금 생각하면 나는 그냥 혼자 일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게 사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퇴사를 했으니 나는 뭐라도 돈을 벌어야 하는데 ... 나는 뭘 할 수 있는 사람일까를 꽤 오랜 시간 고민했다. 진행했던 업무와 일하는 스타일, 내가 걸어온 길은 어땠었나 등등을.
1. 업무 환경 & 업무 스타일
늘 시작하는 기업이나 부서에 내가 있었다. 평소에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믿지 못하겠지만, 일처리는 나름 꼼꼼한 편으로 작은 회사이니만큼 벌어지는 일을 모두 알고 있었고, 잘 아는 만큼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 사장님은 당연히 신경쓸게 줄어 나를 신뢰했다. 이 일 저 일 하느라고 전문적으로 한 분야를 파지 못한다는 데에 항상 갈증을 느꼈지만, 지금은 천성이 멀티 플레이어구나 받아들인다.
2. 업종
회사 생활을 했던 4년 중 3년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각종 오픈마켓, 폐쇄몰 등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제품을 팔았다. 잘 팔아보려고 이런 저런 판매 기획과 마케팅 활동을 도맡아했다. 직접 얼굴을 내밀고 영상을 찍고 사진에 나오기도 했다.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고 업체를 만나면서 상품을 보는 눈이 아주 조금 생겼다.
3. 기타 경험
20살 이후 취직 전까지는 각종 아르바이트를 쉼 없이 했다. 옷가게, 화장품가게, 음식점, 카페, 사무보조 ‥ 안 해 본 업종이 손에 꼽는다.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서 그냥 살아도 내 경력으론 어디든 취업하겠다 하는 생각도 했다.
마지막 재직 회사가 흐름이 조금 달랐다. 전통적인 산업의 B2B 플랫폼 기획과 마케팅 일을 도맡았었는데, 업종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리며 입사했지만 감도 못 잡고 나왔다.
흐름을 쭉 훑어 보니, 내가 홀로서기에 가장 유리하고 빨리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일은 온라인 유통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특출나게 잘 하는 것이 없는 사람은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빠르게 할 수 있으면서 그나마 아는 일을 해보는 것도 방법인 것 같다.
그 결심을 하고 퇴사 후 6개월 동안은 사업자 없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열어 다양한 상품을 가볍게 올려봤다. 당장 지금 돈을 벌고야 말겠다는 절실함이 없었기에 사실 거의 놀았다.
또한 나를 케어하는 시간이었다. 잦은 회식과 망가진 식습관으로 살 찐 몸을 돌려놓기 위해, 그리고 내 버킷 리스트였던 바디프로필을 목표로 다이어트를 했다. 사실 3개월 정도는 데이트하고 다이어트하는데 에너지를 많이 썼다. 얼마나 즐겁던지.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인플루언싱 활동을 경험 해보고 싶어 유튜브도 끄적, 인스타그램도 끄적, 블로그도 끄적,
브런치도 끄적, 조금씩 건들이며 내가 꾸준히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가볍게 탐색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부러운 사람들'이 생겼다.
내가 부러움을 느끼는 대상이 몇몇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들은 고급차와 명품백을 가진 이들이 아니라, 퍼스널 브랜딩을 멋지게 해 낸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이름 세 글자로 하는 일을 설명 하는 사람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서 컨텐츠를 꾸준히 발행해 낼 수 있는 플랫폼들을 기웃거렸던 것이지만 도무지 방법을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대중에게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이, 내 채널에 내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넣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그들이 나를 그렇게 인식하는 것, 그게 하고 싶었다.
온라인 사업을 시작하면서 얻은 성과로 나의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또는 그 외의 스킬을 통해 다른 수입원을 얻고 싶은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잘 모르겠다.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고 싶은건지, 나의 능력에 대한 설명을 하고 싶은 건지 까지는... 또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이 글을 보면 우스울 정도로 유치하고 두서 없을 지도 모르지만, 기록은 언제나 옳다고 하니 그걸 믿고 한 번 끄적여 보았다. '추구하는 것을 늘 생각하며 방향성을 가지고 걸어간다면 언젠가는 그런 사람이 되어있겠지'가 오늘의 하고 싶은 말인 것 같다.
대한민국의 29세 청년으로써 경제 활동을 해야 마땅 하기도 하고. 어쨌든 돈을 잘 번다는 것은 나의 쓰임을 어필하는 데도 참 좋은 방법이기 때문에 일단 열심히 해본다. 돈을 버는 수단이 최종 목표가 아닐 뿐..
사실은 모두가 이 과정을 겪고 있는 중인데 나만 이제 알아차린 게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어느새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비교적 또렷한 사람이 되어 있는 것도 성장했다는 증거이겠지? 오늘도 한 템포 성장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 퇴사 하길 참 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