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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롱 Jul 29. 2021

방구석 워커의 시간 관리

하루하나 글쓰기 챌린지 30일,열 번째날

그냥 내 사진


'방구석 워커' 방금 생각해 낸 단어지만 꽤 마음에 든다. 나는 방구석 워커다. 

요즘 시국에 많아진 유형이다.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직업과 일의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굳이 사무실 출근을 하지 않고 원하는 공간에서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나도 후자에 속한다. 


9 to 6의 정해진 출퇴근이 사라지다 보니 시간 관리는 온전히 내 몫이었다. 처음에는 기상 시간도 일정하지 않았고 가스 검침을 나온다거나 세탁기가 고장 난 다거나 하는 일들이 멈추지 않고 발생하는 게 너무나 성가셨다.

사무실에 출근해 있으면 그 시간은 온전히 일에만 집중하는 느낌이었지만 정해진 업무 시간이라는 게 없다 보니 오후 3시에 빨래를 널어야 했고, 점심 식사 후 분리수거를 다녀와야 했다. 물론 회사에서도 업무 외에 자잘한 청소 거리들이나 미션이 있었지만, 이보다는 거슬리지 않았던 것 같다. 작은 일들도 분업이 되어 있었달까. 딱 '여기까지'라는 선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놈의 방구석에서는 선을 지키기가 어렵다. 

시간은 물론이고 자는 공간과 일하는 공간이 같으니 침대에 드러눕고 싶은 욕구도 자꾸 생겼다. 물론 잠시 쉬는 것은 괜찮지만 몸이 조금 늘어질 때 침대나 소파에 기대게 되면 30분이 우스웠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내가 자유로움을 추구하더라도 일정한 루틴을 가져야 효율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사람마다 효율성을 발휘하는 시간 관리법은 다들 다르겠지만, 나처럼 한없이 스스로에게 관대한 경우 자신과 약속하고 행동을 제어하는 연습이 필요했다. 아래 규칙들은 오로지 나에게 실험된 결과지만, 시간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시도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첫째, 일정한 기상과 취침 시간 지키기

아침에 일어나는 게 늦어지니 매일매일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이 달랐다. 열 시에 일어나든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든 일정하게 일어나야 내가 오전과 오후 시간에 주로 어떤 일을 하는 게 효율적인지 스스로 테스트도 가능하고, 점점 규칙이 잡혀 나가면서 정해진 시간 내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아침 여덟 시에 일어나다가 열 시에 일어나는 날은 2시간이 밀린 기분이 들어 일을 해치우는 기분이 들었다. 그보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니 그날을 기점으로 취침 시간이 계속 늦어지는 경험을 했다. 

요즘은 나만의 최적화된 기상 - 취침 시간을 지키고 있는데 수면 시간은 6-7시간 정도로 충분하면서 운동도 하고, 계획된 일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어서 전체적인 컨디션도 늘 좋게 유지하고 있다. 


둘째, 하루에 다 하려는 욕심을 버리기 (우선순위 정하기) 

의욕이 높은 편이라 오늘 할 일을 써 놓고 보면 늘 터무니없이 길게 늘어진 리스트를 만들었다. 대충 리스트에 쓰여 있는 일들을 다 한다고 가늠해 보니 밥 먹을 시간도, 씻을 시간도 없는 스케줄이다. 

신입 사원 때도 가장 많이 혼났던 부분 중 하나였는데, 일을 중구난방으로 퍼트려 놓고 정리를 못 하는 습성이 있었다. (원래 산만한 편이다.) 그때 가장 많이 들은 조언이 "우선순위를 정해봐."였다. 

처음엔 나에게 중요한 것과 상사에게 중요한 것을 구분하지도 못했고,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헉헉대며 일을 쳐내기 바빴다. 일의 중요도를 파악하는 것도 결국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물론 지금도 다른 사람에 비해 서투르다고 느낀다. 

감을 잡는 데 꽤 긴 시간이 걸렸지만 < 오늘 해야만 하는 일과 내일 해도 무관한 일, 오전에 빨리 해야할 일, 오후에 해도 될 일 > 이 기준으로 구분하니 가장 간단했다. 


셋째, 여가는 몰아서 즐기기 

방구석 워커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인 것 같다. 흥밋거리가 도처에 널린 것이다. 특히 침대는 최고의 유혹처라서 한 번 유혹당하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나는 침대에 "웬만하면" 자는 시간 외에 안 누우려고 노력한다. (사실 잘 안된다.) 그리고 유튜브나 드라마 등 한 번 시작하면 끊기 힘든 것을 내가 정해 놓은 일하는 시간에는 안 보려고 노력한다. 특히 오늘의 우선순위가 높지 않은 일들만 남아 있을 때,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 "아 몰라... 왜 이렇게 재밌지.." 하면서 침대에 본격적으로 누운 게 여러 번이다. 

평일에 바쁘다면 이를 최대한 차단하고, 마무리를 잘 한 뒤 주말에 실컷 여가를 즐기니 뿌듯함이 배가 되는 걸 느꼈다. 






최근 미라클 모닝이 유행하면서 시간 관리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새벽 4-5시에 일어나 활동을 시작하곤 한다. 나는 감히 시도하지 못했다. 단 한 번도 새벽에 일어나 멀쩡한 상태로 활동한 경험이 없어서다. 다만 나는 방구석 워커라는 자유로운 신분 아래에서 적당히 나를 제어할 수 있는 기상 시간을 찾았다. 그것만으로도 미라클 모닝과 비슷한 시간 관리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떠한 성공을 이룬 위치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저 이제 시작일 뿐이지만, 근래의 내 패턴은 나에게 최상의 컨디션과 자신감, 확신을 만들어 주었다.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다 보니 마주한 것들이라 더 소중하다. 

몇 달 뒤, 몇 년 뒤의 내 모습이 기대되는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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