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나 글쓰기 챌린지 30일,아홉째 날
출처 : 다음 국어사전
용두사미 콤플렉스라는 말은 내가 방금 만들어 낸 것이지만 어떤 콤플렉스인지 알 만하다. 일을 벌여 놓는 데는 능하지만 뒷수습이 약한 것, 용두사미식 일처리가 내가 생각하는 나의 큰 단점이었다.
처음 내 성향이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였다. 그것도 내가 아닌 남이 알려줘서 알게 되었다. 사장님은 나에게 "조금만 어려우면 포기하려고 한다.", "끈기를 가지고 산을 넘어 봐라, 너는 분명히 이곳에서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등의 이야기를 하며 그만두겠다는 나를 잡았다. 그 이후로 1년을 더 다녔고, 그 사이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두고 봐라, 난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야.'하고 되뇌며 퇴사를 미뤘다.
그날의 말들은 몇 년 뒤에 되돌아보니 가스 라이팅에 불과했다. 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더 충실했고,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그러나 동시에,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일깨워 준 계기가 되었다. 누군들 힘들면 포기하고 싶지 않겠냐마는, 나는 포기가 남들보다 쉬운 사람이라는 것을.
1년 동안 "그만두면 안 돼", "이겨내야 해."라는 자기 암시를 반복하다 보니 머릿속에 나의 용두사미 기질을 몰아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둔 이후에도 일이 또 흐지부지된 날에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를 자책하는 마음이 커지면서, 계속 방법을 고민했다.
처음 열정의 크기 그대로 불태우다 빨리 사라지는 것보다는 /
첫 불씨가 작더라도 같은 속도로 성냥이 사라질 때까지 태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이든 건강 관리든, 글쓰기든 몇 번의 포기가 있었는지 기억조차 안 난다. 다만 남들이 "너 또 그럴 줄 알았다."라고 말하더라도 굴하지 않고 계속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그 동력은 자기혐오로부터 나온 것도 있었다. 일을 끝내지 못하고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날에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컸었다.
내가 나를 싫어하지 않기 위해 계속 다시 시작했다. 블로그도, 브런치도 몇 번 끄적이다 관심 밖으로 멀어졌었지만 또다시 시작해 열심히 이렇게 쓰고 있다. 그토록 가기 싫었던 운동도 일주일에 2번, 3번... 저녁에 했다가 아침에 했다가, 운동 종목을 바꿔보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잔뜩 쉬기도 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지금은 알람을 듣지 않고도 아침에 벌떡 일어나 자동으로 헬스장으로 향한 지 한 달이 넘었다. 또 이게 언제 흐지부지될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한 번 다시 시작할 때마다 이전보다 지속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내가 용두사미형 인간이라면 버티거나, 그저 꾸준히 하는 게 다른 사람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해 보는 것은 어떨까? 대신 결과를 만들어 내려면 포기 후에 다시 빠르게 시작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느리더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새로운 것에 열정적이고 추진력이 좋은 용두사미형 인간의 장점을 살려, 포기했다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자. 대신 다른 방법으로 시도하며 나와 가장 합이 좋은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나는 그냥 그렇게 계속 시도하며 용두사미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있다. 이렇게 반복하는 동안 나를 싫어하는 마음 대신, "언젠가는 난 잘할 수 있을 거야." 하는 자기 확신이 점점 그 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세상의 모든 용두사미들! 좌절하지 말고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