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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롱 Aug 01. 2021

매일매일 쓰는 거 정말 어렵네요.

하루하나 글쓰기 챌린지 30일, 열세 번째 날

"아, 이거 어렵네요."


생각이 막힐 때 '어렵다'는 표현을 종종 쓰게 된다. 쓰고 싶지 않은 표현인데 매일 글쓰기를 시작한 지 고작 13일째, 또 참 어렵다는 말이 입 안에서 우물거리다 결국 글로 뱉어 내고야 말았다. 


주로 하루의 마무리에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지는데 매일 쓰려니 활동 시간 동안 글감을 생각해 내야 했다.

"오늘은 뭐에 대해 쓰지?" 

나의 단상은 문장 수준에만 그치곤 했다. 예를 들면 <잘 안 풀려서 속상한 사람에게는 무슨 위로를 해야 할까?>라는 메모를 했는데, 위로하는 방법을 몰라서 속으로 질문을 해 본 거다. 혹시 매일 쓰는 글의 주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런데 이 주제로 글을 쓴다면 내가 답을 내려야 할 것만 같은 거다. 그렇다면 나는 그 답을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저 메모로만 남은 것들이 여러 개다. 

속이 빈 생각들만 둥둥 떠다니는 머릿속에서 오늘 가장 글을 쓸만한 주제는 '쓸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막막하여 다른 브런치 글들을 읽어 보니 하나의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풀어쓰고, 이야기로부터 비롯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패턴이 많이 보였다. 그래서 나도 예전에 있었던 다양한 사건들을 떠올려 봤는데 결국엔 내가 지금까지 썼던 주제들과 은근히 연관이 되더라는 거였다. 독자들의 입장은 잘 모르겠고, 쓰는 사람 입장에서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 기분이 들었다. 습관, 가족애, 극복, 자존감과 연애 … 다 비슷하다. 썼던 이야기를 또 쓰기가 싫다.


무수한 에피소드 속에서 자꾸 같은 주제만을 담아내는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 더 다양한 것을 느낄 수 있는 순간임에도 오로지 한 주제밖에 보지 못하는 건 아닐까? 시각이 내가 바라보고자 하는 틀 안에만 갇혀있는 기분이 들었다. 혹은 경험을 그저 경험으로만 흘러 보내는 것이 습관이진 않은지 ….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쓸 줄 알려면 하나를 봐도 남들과 다른 시각에서 볼 줄 알아야 하는데, 나는 그렇게 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늘 똑같은 생각들만 제자리에서 맴도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글감을 생각한답시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경험이 아마 일기가 숙제였던 초등학생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너무 오랫동안 뇌가 쉬었는지 버퍼링이 걸리고 있다. 그런데 계속해도 끝나지 않는 답답한 고민이 이상하게 즐겁기도 하다. 소심하게 30일을 목표로 잡았지만 30일에서 마무리 짓기는 아쉬워진다. 

이렇게 꾸준히 1년을 하면 그저 쓰는 행위 외에 얼마나 많은 노력들이 동반되어야 할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생각이 쌓일지, 그럼 그 끝에 나는 얼마나 성장해 있을지 궁금해졌다. 


지금은 문장 끝에 물음표가 많이 있다. 오늘 글처럼 나의 고민과 혼란이 주제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내가 계속 글을 쓴다면, 마침표로 끝나는 문장을 더 많이 쓸 수 있게 되기를 바래 본다. 누군가는 내 글에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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