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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롱 Aug 04. 2021

'방해받는다'는 철없는 생각은 그만

하루하나 글쓰기 챌린지 30일, 열일곱 번째


계획이 어긋나면 스트레스 받는 1

요즘 들어 내가 이렇게 계획적인 사람이었나 싶을 때가 간혹 있다. 계획을 세우는 것은 좋아하지만, 굳이 지키지는 않는 즉흥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틀렸나 보다. 반복적인 루틴을 꽤 지키고 싶어 하는 축에 속하며, 어긋남에 예민한 편이다.


처리할 일이 조금 늦어지는 건 아무렴 괜찮지만 주로 스트레스받는 상황은 나의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상의 루틴이 깨지는 데에서 왔다.

예를 들면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건강한 몸매를 만들기 위해 주 4회 운동하기를 목표로 삼았는데, 다른 일정 때문에 운동 일자를 이동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주 4회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괜한 조바심이 나는 것이다.

운동뿐만 아니라 일하는 것도 하루 채워야 할 할당 치를 혼자만의 약속처럼 가지고 있는데, 나의 능력 부족이 아닌 외부적인 요인으로 못하게 된다면 "아 그것 때문에 못했어."라며 '방해받는다'라고 느낀다.


그러나 더 큰 중요한 일이 있다면 나와한 약속들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유연하게 넘어갈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마저 '방해받는다'라고 느끼니 문제다.

오늘도 내 루틴을 방해받았다는 생각에 하루 종일 짜증만 냈다. 이런 태도는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좋지 않기에 스스로를 많이 꾸짖고 싶은 날이었다.





갑자기 떠나게 된 가족 여행에서

방학을 맞아 집에 온 동생, 그리고 평일 오전마다 일을 나가는 엄마, 비교적 시간이 자유로운 아빠, 그리고 그냥 일상이 바쁜 나. 네 명이 시간을 맞춰 어딘가 외출을 하기란 쉽지 않다. 나는 평소처럼 운동을 하고, 할 일을 하는 다음 날을 기대하고 있었다. 나만의 평일 루틴을 깨기 싫어서 그 전날도 카페에 함께 가자는 걸 거절했었다. 그런데 일주일의 휴가를 받은 엄마가 가족끼리 함께 외출을 했으면 했다.

당일치기 강화도에 가자고 제안했을  처음엔  거절했다. 이유는 역시 '운동도 해야 되고  일도 많아서'였다. 그런데 문득 이때 아니면  언제 함께 시간을 보내겠어, 라는 마음이 들었고 나에겐 가족과의 시간 보내기도 중요한 과제이기에 다시 말을 바꿔 "그래, 같이 가자." 했다.



강화도로 출발하면서 이미 가기로 했으니 함께 하는 시간 동안은  순간을 온전히 즐기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출발하는 순간부터 왠지  신경은  멀리 안드로메다에  있었다.  안에서 엄마의 재잘재잘 수다에 응해주지 못하고  시간을 개인적인 휴식 시간처럼 썼다. 이어폰에 음악을 크게 틀어  채로 귀를 막았다. 식사할 때도 괜한 투정을 부려  가족이 눈치 보는 상황을 만들었다. 생각할수록 특별한 일도, 오늘  한다고 큰일 나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괜한 짜증으로 가득  가족들에게 상처만 남겼을까? 나는  이리 유독 가족에게만 모났을까.


누군가와 온전히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나에게 요즘 가장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 그랬다. 지금 나에게 흐르고 있는 시간과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나는 그 방면에서 젬병이다. 정말 자기중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계획을 '방해'받았다고 생각해 괜한 투정을 부리고, 내 문제와 고민거리들과 전혀 상관없는 타인에게도 그것을 느끼게 한다. 이것이야 말로 기분이 태도가 된 꼴이고 남 탓을 하는 꼴이다. 하루를 괜한 툴툴거림과 자책감으로 보내고 나니 역시 기분이 상쾌하지 않다. 우리 가족은 더위를 많이 타는 나를 위해 조바심 내어 시원한 곳을 찾고, 장거리를 운전해 주기도 하고, 내 시간을 맞춰 주기 위해 더 즐기고 싶은 걸 참고 일찌감치 강화도에서 돌아왔어야 했는데... 나만 배려를 잔뜩 받은 날이었다.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었기에 생각나는 대로 행동하기 쉬웠고, 그래서 스스로도 즉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루틴이 생기자 루틴에서 벗어나는 게 꽤 스트레스의 상황으로 다가왔다. 아직은 내가 일정을 유연하게 다루는 스킬이 없다고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계속 이런 식이라면 주변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뿐이기에 고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얼마든지 예외의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생길 수 있고,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너무 크게 다룬다면 나도, 주변도 힘들 것 같다.

앞으로는 이미 벌어진 일, 변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조금 여유로운 마음으로 그 시간에 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우선 주어진 순간에 집중하는 힘을 길러야 할 것 같다. 즐길 때는 즐기고, 할 땐 하는 사람이 되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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