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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롱 Aug 15. 2021

길고양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사라지는 것들의 허무함


우리 동네에는 유난히 길고양이들이 많은데, 특히 집과 역 사이의 공원 수풀 자리에는 길고양이 가족이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었다. 하루에 최소 두 번은 오가는 사람들로부터 고양이들은 동네 주민들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았고, 날이 갈수록 통통하게 살져갔다. 그리고 우리는 그 모습을 더욱 귀여워했다. 


10년이 지나도 그들은 그때 그 자리에 늘 똑같이 앉아있었고, 햇빛이 강할 때는 수풀 속에 얼굴을 숨기고 동그란 엉덩이만 내놓은 채 잠을 청했다. 비가 오는 날은 어딘가로 비를 피했지만 곧 날이 개면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아마 주민들 사이에선 고양이들 때문에 많은 의견이 엇갈렸을 것이다. 늘 고양이에게 맛있는 사료와 물을 갈아주던 인심 좋은 아주머니들은 그들의 보금자리를 지켜주고 싶었을 것이고, 번식력이 좋은 고양이들이 점점 동네 자리를 채워가는 탓에 울음소리가 시끄럽다거나, 고양이 똥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저러나 나는 오고 가는 길에서 마주치는 그들이 좋았다. 어쩌면 저렇게 태평할까, 특히나 출퇴근길에 마주치니만큼 아무 근심 걱정 없이 널브러져 있는 그들의 모습에 대리 만족하기도 했다. 아무리 스트레스받는 날에도 사이좋게 안고 잠을 청하고 있는 고양이 부부를 보면 입가에 미소를 띠며 셔터를 눌러댔다. 그 공원에는 늘 고양이들을 피사체로 삼는 사진작가들이 있었다. 동네 사람들 모두 길을 가다 멈추고 셔터를 눌러댔던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우리에게 잠시나마 마음에 위로를 주는 존재였다. 






그러던 어느 날, 공원에 큰 공사가 시작되었다. 거진 일주일을 길을 돌아다녀야 했을 정도로 큰 공사였다. 오래된 도보길의 돌을 교체하고 모래밭이던 놀이터에 잔디를 심었다. 사람도 다니기 힘들 정도로 위험하고 북적이던 공사판에 고양이들이 맘 편하게 있을 리가 없었다. 그들은 한순간에 보금자리를 잃었다. 

공사가 마무리되고 나니 고양이만의 에덴동산이던 수풀 자리도 한껏 면적이 줄어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고양이들이 싹 사라지고 없었다. 엉덩이 한 조각도 보이지 않았다. 


그중 가장 걱정되던 것은 보스 녀석이었다. 10년 가까이 그 자리를 지켜오며 고양이 가족을 길러낸 아이인데,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변해버린 길 자리를 보면서 안부가 너무나 궁금했다.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났다. 공원길을 걷던 도중, 나는 어느새 고양이들의 존재를 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라진 것을 알고는 그렇게 속상해하고 소식을 궁금해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길에서 고양이 생각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고양이들은 근 10년을 그 자리에 있었는데, 이렇게 쉽게 잊혀 버리다니.... 

그리고 자리에 멈춰 사진을 찍던 사람들도 다 사라져 버렸다. 같은 공간인데 전혀 다른 분위기가 감돌았다. 지친 하루, 어둠 아래 모든 게 지겹다는 얼굴로 우리를 위로하던 고양이로부터 하루를 위안받던 일들이 아주 옛날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사라지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늘 누군가와 이별하고,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린다. 사라진 무언가가 너무나 상실감을 주어서 몇 달, 몇 년을 그리워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현실을 꿋꿋이 살아내곤 한다. 그리고 결국은 희미한 기억 조각만이 남아 추억하는 데에 그친다. 셔터를 눌러대던 이들도 나처럼 벌써 잊어버렸을까 궁금했다. 


사람은 어디까지 이기적인 것일까도 생각했다. 나를 행복하게 해 주던 것들이 사라지고 나면 또 다른 행복을 찾아내고야 만다. 고양이와 함께 느끼던 행복은 어떤 것으로 대체된 것일까?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다. 그들을 잊고 싶지 않아서, 셔터를 누르던 주민 중 하나였을 다른 친구에게도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그 친구가 사진을 찍은 건 본 적이 없지만 당연히 친구도 고양이 사진을 가지고 있었다. 

사라지는 것들에 우리는 늘 바란다. 나 없이도 잘 지내기를, 그들에게도 마지막 인사를 건네 본다. 

고양이들아 어디서든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지내렴.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우리 한 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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