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롱 Aug 20. 2021

글쓰기 30일 챌린지를 마치며

"쓰기"에 대하여-




'쓰는 것'에 왜 자꾸 욕심이 났을까.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면서 마음 한 구석에 잘하고 싶은 무언가'를 누구나 가지고 있다. 나는 글쓰기가 그랬다. 문장을 아름답고 매끄럽게 다듬는 것보다는 맥락이 존재하고 메시지가 분명한 글을 써내고 싶었다. 나의 생각이 글로써 타인에게 전달되고, 공감을 이끌어낸다면 그저 소통한다는 이유만으로 좋을 것 같았다. 이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많다. 생각해 보면 관심사의 종류도 사람이 가진 기질을 기반으로 하는 것 같다. 사람과 공감하고, 소통하고, 전달하고, 좋은 영향력을 나누는 것에 애초부터 마음이 갔다. 그냥 난 그런 사람이었다. 결국은 이 세상의 모든 그와 관련된 것을 경험하고자 하여 글쓰기까지 욕심이 뻗친 게 아닐까.


그런데 잘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소용이 없다. 무슨 일이든 첫 번째로는 발걸음을 떼어야 하고 두 번째로는 연관된 근육이 차츰 길러져야 걷고 뛸 수 있다. 글쓰기 근육이라는 말을 누가 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어쨌든 그 말을 듣자마자 글쓰기 근육을 길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근육을 기르는 사람들은 요즘 많이 볼 수 있다. 미라클 모닝이든, 매일 운동하기, 혹은 독서하기 등 가짓수도 다양하다.  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행위를 억지로라도 만듦으로써 관련 근육을 길러낸다. 나는 일단 시작을 한다는 것 자체가 멋지고 아름답다고 여겨진다. 어쨌든 나에게 없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언제나 어렵고, 도전이기 때문이다.






30일 글쓰기로부터 얻은 것



일단 가장 어려웠던 것은 글 쓸 거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루의 시작부터 막바지에 글을 쓰기 직전까지 "오늘 뭐 쓰지?"를 고민했다. 일상에서 사소한 것들을 잡아 내어 길고 섬세하게 글을 써내는 사람들, 그냥 지나칠 법한 사건에서 메시지를 읽고 글로 표현하는 사람들... 이곳에는 그런 대단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그러면서 깨닫게 된 것은 많이 생각하고 많이 느끼는 사람이 글도 잘 쓴다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길을 걸으면서, 혹은 잠시 쉬는 시간에 글 쓸 거리를 찾기 위해 생활 속의 다양한 소재를 두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보통은 스마트폰을 하거나 넷플릭스를 보던 시간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몇 시간 뒤 키보드 앞에서 멍 때리고 있을 게 뻔했다. 어쩌면 숙제처럼 생각하기를 해냈다. 평소보다 더 바빴고 정신없었지만 하루의 끝에 늘 뿌듯함이 있었다. 나의 뇌가 열심히 작동하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쉬지 못하고 일했지만 수면은 오히려 더 달콤하고 깊었다.

.

.

글은 글쓴이의 생각과 깊이, 가치관, 성향을 여실히 드러낸다. 며칠 전 어느새 꽤 많이 쌓인 글 목록을 보고 다시 한 번 하나하나씩 읽어 보았다. 글을 쓴 것은 분명 나인데, 언제 이런 생각을 했는지 이런 문장을 썼는지조차 생경했다.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붙잡아 둔 것 같아 좋았고, 내가 나로 하여금 영감을 받을 수 있어 또 좋았다. 마치 타인의 글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이것은 분명 내가 썼다. 다시 반복하며 그날의 생각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게 된다. 그리고 나를 좀 더 이해하는 과정이 된다.


생각하고, 정리하고, 글 쓰는 것이 더욱 자연스러워지려면 최소한 100일은 더, 매일 이 행동을 반복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은 끝났다는 만족감과 성취감과 작은 깨달음 정도가 남아 있다. 조금 더 긴 시간을 지속한다면 더 많은 것이 남아 있을 텐데...
그런 기대감 때문에 고작 30일 하고 그만두기가 아쉬워졌다.




처음 이 챌린지를 시작할 때 혼자 한다면 약속을 지키기 힘들 것임을 알고 있었다. 타인과의 상호 작용이 있다면 지속하는 데 훨씬 수월하기에, 함께 할 누군가를 모집했다. 운이 좋게도 친구가 관심을 보였고, 글을 써본 적이 없다 하여 친구는 메모를 하기로 했다. 서로 목적이 달랐고 방법도, 결과물도 달랐지만 함께 하루의 마감에 서로가 쓴 것을 공유하며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동기 부여는 충분했다. 따라서 앞으로도 완전히 내 습관이 되기 전에는 누군가와 함께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를 좀 더 명확히 해야겠지만.


먼저 글쓰기를 경험하고 체득한 사람은 무조건 쓰기를 권한다. 글쓰기는 언제나 인생의 양분이 되고 건강한 자아를 만들어준다고 말한다. 단 한 명도 글 쓰는 행위를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틀리기는 쉽지 않다. 정답이 있는 분야도 아니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믿고 싶다. 쓰는 것을 지속하면 달라질 나의 세상이 아주 궁금해졌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 또한 아직 한 글자도 써보지 못한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은근한 기대를 해 본다.

그러면서 내일도, 모레도, 내년의 어느 날도 자연스럽게 쓰고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디 프로필, 저도 도전 중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