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롱 Nov 13. 2020

바디 프로필, 저도 도전 중입니다.

keep going! 유행하는데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퇴사와 함께 버킷리스트였던 바디 프로필을 촬영하기로 결심했다. 20대에 멋진 몸 한 번 만들어 보자는 게 이유였다. 그리고 지금은 32일, 딱 한 달을 남겨둔 시점이다. 보통은 100일 준비한다지만 무모하게도 가장 적당한 날짜에 내 몸을 끼워 맞추자는 생각으로 72일 준비를 시작했다. 연말까지 음식을 참고 싶지 않았던 마음을 반영한 날짜 선정이다. (12월 15일 촬영합니다.)


  나를 잘 아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길게 끌면 지치는 사람. 준비한 지 약 한 달이 지난 시점, 많이 연약해져 있음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처음에 열정이 불타올랐다가도 뒷심이 약해 잘 무너지는 스타일이다. 끝까지 오기를 부리지 못한 채로 대충 마무리된 결과물을 자기 합리화로 포장하는 굉장히 안 좋은 습관이 있다. 그래서 여태까지 이렇다 할 결과물이 없는 것도 스스로의 콤플렉스로, 이번 바디 프로필을 기회로 오명을 씻겠다는 의지도 있었다. 그러나 또 드러나는 나쁜 습관에 마음이 쓰이는 요즘이다. 


 첫 인바디 측정에서 체지방률 33%, 경도 비만이 떴다. 원래도 날씬한 편은 아니었지만 회사 다니는 동안 정말 내 몸에 신경을 써 주지 못했다. 잦은 회식과 무분별한 간식 섭취, 맵고 짜고 단 음식의 향연. 

2020년 10월 5일부터는 이 모든 걸 스톱하고, 트레이너 선생님이 제시한 식단과 운동 가이드라인을 열심히 따라 하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두 번 식단 도중 무너졌고, 치팅 데이에는 적당한 섭취가 아닌 폭식을 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데, 식이가 제일 힘들다. 생각보다 따라주지 않는 몸에 화도 나고, D-day 당일에 그저 그런 결과물을 찍어내는 상상을 하면 우울하기 그지없다. 특히나 호르몬의 영향을 받을 때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호르몬을 핑계로 어제는 집에 남아있는 모든 간식을 모조리 먹어 치우고, 밥 한 공기와 엄마가 해 준 반찬들을 정신없이 먹어치웠다. (다이어트 식품을 많-이 먹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다이어트와 달라진 점이라면, 다음 날 다시 일어선다는 것이다. 어제 폭식 후 조금의 자책을 했지만 덕분에 그 어느 날보다 푹 잘 자고 일어났다. 일어나서 운동복으로 갈아 입고 땀을 흘리며 공복 운동을 마무리했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공복 운동을 지금은 꽤 높은 강도로 해낸다. 아침은 건너뛰어 몸을 비워주고, 점심부터는 다시 클린 한 닭고야 (닭가슴살, 고구마, 야채) 식단으로 맛있게 배를 채웠다. 


 이번 다이어트를 진행하면서 몸은 한순간에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한 달 8kg 감량' 사례들을 보면서, 나도 두 달 반이면 8kg은 감량할 수 있겠지? 생각한 것이 오류였다. 그러나 사람마다 지방을 연소하는 시간에는 차이가 있고, 나는 느린 편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내 몸이 바뀌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기대하는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사진에 체지방이 깨끗이 제거된 모습을 담기는 어렵겠지만, 이 기간 동안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 보일 결과물을 받아보는 것, 그게 나름의 의미일 것 같다.  




단호박, 고구마, 닭가슴살, 오이, 방울토마토 ! 외식도 샐러드로.



 이번 다이어트로 인해 얻는 점들이 참 많다. 나의 한계라고 생각했던 지점을 뛰어넘는 수행을 하는 순간이다. 위에 말했듯이, 공복 운동은 나에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다. 아침에 배고픔을 유난히 강하게 느끼고,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현기증이 쉽게 찾아오는데 누군가는 우습다고 생각하겠지만, 하면 큰 일 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목표를 생각하면서 해내고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모두들 공감하는 부분이자 이 운동의 매력일 텐데,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중량을 이겨낼 때도 성취감을 주는 한 순간이다. 그리고 하기 싫은 날 해내고 가뿐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을 느낄 때도 그렇다. 식단으로 지치고, 운동으로 이겨내고를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이 모든 순간을 먼저 이겨내고 멋진 몸을 가지게 된 자들에게 존경심을 느끼게 되고, 보통 정신력으로는 해낼 수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도 이 반열에 들고 싶어 지는 것이다. 


 바디 프로필이라는 단기적인 목표 설정을 통해 운동과 식단으로 나를 관리하기 시작했지만, 촬영이 끝난다고 이전처럼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 무너지지 않고 자기만족을 위한 '멋진 몸'을 계속 다듬어 나가는 과정은 아름답고, 일상과 생각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유지어터'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나를 다듬어 나가고 싶다.  바디 프로필을 준비하는 근 한 달간의 시간에서, 나와의 싸움을 몇 번이나 이겨냈는지 모른다. 물론 진 순간도 있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문제없다. 이 과정을 겪어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것에 공감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성장했음을 느낀다. 






 누구나 마음속에 '하고 싶은 것'은 있다. 아무리 하고 싶은 게 없다는 사람이라도, 희미하게나마 열망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부의 축적이든 사랑이든 뭐가 되었든 말이다. 내게는 다이어트가 그랬다. 정확히는 '멋진 몸'이었다. 입고 싶은 옷을 자유롭게 입는 것.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결심과 실천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이 두 가지가 가장 어렵기 때문에 결정은 미뤄지고, 열망은 그저 열망으로만 남는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하는 말로 한번 사는 인생, 현실과 여러 가지 이유들에 뒤엉켜 하고 싶은 것을 이루지 못하고 떠난다면 그만큼 아쉬운 인생이 어디 있을까 싶다. 동기가 어찌 되었든, 이루고자 하는 것을 위해 발을 내디딘 사람들은 빛이 나고 그 가치를 얻을 자격이 있다. 도전하는 나, 그리고 도전하는 모두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꾸만 상처 받는 나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