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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롱 Aug 02. 2020

자꾸만 상처 받는 나에게

마음의 병은 아무도 모르게 찾아온다고 했다.


한동안 몇 문장의 일기라도 글을 쓰지 못한 것은새롭게 취업한 곳에서의 적응과 더불어 무기력증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이 곳에서 나의 자리를 찾고 적응하는데 꽤 큰 힘을 쓴 것 같다. 어느 날은 기분 좋게 새로운 곳에서의 긴장감과 어색함을 즐겼고, 어느 날은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에 힘이 빠져 풀이 죽기도 했다. 무언가 허우적대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 또 다른 어느 날은 '내가 아직 한참 멀었구나, 나는 지금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구나.'라고 느꼈고 이유는 타인의 '말'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날은 한참을 울다가 '퇴사를 해야겠다. 최대한 빨리.'라고 마음먹은 날이다.


5개월 간의 짧은 근무였지만 계속 퇴사를 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모른척한 이유는 자꾸만 퇴사를 외치는 나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사람은 힘들고 특히 직장인들의 퇴사 욕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것이라고 하던데 나만 버티지 못하고 계속 도피하는 건 아닐까.

나에게만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직전 회사를 그만두면서 나를 위로한 말이 있다. 그대로 글 제목이 되었는데,
'도망치는 건, 실패가 아닐 거야.'

그만큼 나는 도망자라는 생각이 강하게 박혀 있었다. 지금 회사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만약 퇴사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어떤 힘든 상황에서든 버티는 사람들은 있는데, 왜 나는 그 버티기에 이토록 취약한 걸까? 성공 경험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 이유는 '인내심', '꾸준함', '버티기'의 부재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이건 좀 아닌데.. "의 경계를 넘나드는 회사 환경에서도 투덜대지 않고 묵묵히 버텨내려고 했다. 어른답게 이겨내어 결국엔 '버틴 결과 난 이만큼 성장했어요!'를 스스로 혹은 타인에게 증명하고 싶었다.


퇴사를 마음먹은 그 날은 힘들지만 그만두고 싶지 않다는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엉엉 울며 털어놓았는데, 그런 나를 처음으로 멀리서 바라본 날이기도 하다. 진짜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은 무엇인지 고려하지 않고 도피처로 현재 회사를 선택했다. 그랬던 나의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안간힘을 썼고, 상처가 연약해 크지 않은 타격에도 쉽게 무너져 내려 이렇게 또 무기력해하는  자신이 '싫어지고 있다' 발견한 .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니 한껏 작아진 자존감의 크기를 발견한 날.

지금이라도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 감사하다고 생각한 날.

마음의 병이 깊어지는 환경에서는 최대한 빨리 멀어져야 하고, 이 결정은 약해진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인 것을 알아챈 날.






그 날은 다행히도 금요일이어서 주말 동안 멍하니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보며 생각할 시간이 길게 주어졌다. 멍하니 침대 위에 누워서,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읽으면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앞으로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생각이 오고 갔다.충동적인 결정들은 배제하고, 나와 몇 가지 약속들을 하면서 복잡했던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타인의 말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도록 '내가 원하는 삶'에 집중해 보자.지금까지 해왔던 결정들이 혹여나 '나'보다는 '남'을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보고 그 결정들을 차근차근 나를 위해 수정해 나가자.

어떤 상황에서든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스스로가 정확한 방향과 목표를 가지고 선택한 것일 때 발휘될 것이며 그렇다면 나에게도 버티는 힘이 생기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조금 더, 진지하게 나를 위해 나아가 보기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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