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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롱 Mar 01. 2020

도망치는 건, 실패가 아닐거야.

퇴사 이야기 


세 번째 퇴사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곧 '전 직장'이 될 곳에서 강요당했던 것은 열정과 헝그리 정신이었다. 도무지 나는 이 조직에서 그 두 가지를 발휘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고, 결국 버티다 버티다 퇴사라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일에 대한 욕심이 많다. 성취감과 흥미를 중요시하며 취업 준비를 할 때부터 '내 일'을 고르는 데 굉장히 신중했다. 준비할 시간에 필드에서 구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남들과 달리 뼈 빠지는 취업 준비를 뒤로 하고 무작정 작은 회사에서 시작해 내 자리를 만들어 냈다. 일 이야기를 할 때는 눈이 반짝거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지, 더 효율적으로 일 할지를 매일 고민했다. 

그래서 인정받아왔고 나 없이는 버벅대는 회사에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 


적어도 나는 그랬는데, 어느 날 나의 노력이 생각보다 저평가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 아무리 힘들어도 잡고 있던 강아지풀 같은, 여리한 희망의 끈들이 툭 끊겼다. 

회사는 내 열정의 크기가 작다고 말했고 나는 순식간에 의욕을 잃은 직원으로 전락했다. 

부족한 열정에는 동기 부여가 기름이다. 회사는 스스로 동기를 탐색하길 바랬고 ,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자기 계발서를 읽고 영감을 얻을 만한 기사나 영상들을 찾아보며 자책하기를 반복했다.

모든 게 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정확히 6개월 전, 새로운 시작을 고민하며 이 곳에 있는 나를 걱정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복지'와 같은 회사 처우에 대해 남들과 비교하며 더 나은 곳으로 가야 하지 않나 하는 고민이 가장 컸다. 그때 회사는 나를 이렇게 설득했다. 


'자꾸 상황을 바꾸려는 것도 너의 습관이다.'

'한 번 이겨내 봐라, 목표를 정하고 달성해서 그 단 맛을 알아봐라.'

'다른 회사에 간다고 달라질 것 같냐, 너는 이 습관을 극복하지 못하면 어딜 가나 똑같다.'


회사는 나의 단점을 너무나도 콕 집어 이야기했다. 

나도 알고 있던 나의 치명적인 단점, 나 스스로를 작아지게 만드는 나의 단점인 '자기 합리화'를 나의 계속되는 실패 원인으로 꼽으며 이겨 내어 보라며 나를 설득했다. 

그때 이후로 내 단점을 극복하고 싶어 더 열심히 했다. 어쩌면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다. 자극받은 것이다.

나 스스로에게 지는 기분이 싫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그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나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실질적인 보상이 아닌 말로만 반복되는 당근은 효용성이 길지 않았고 

나는 결국 패배를 선언하며 이전과 같은 방법으로 '도망'치겠다고, 그렇게 결정해 버렸다. 

'아, 이렇게 또 한 번 도망을 치는구나, 난 이대로 낙오자가 되어 버리는 걸까?'라고 생각하기를 수십 번,

더 이상 우울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자기 위로를 할 때가 된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쓴다. 


이 곳에서 또한 조금 더 버텨내고 이겨냈다면 분명히 다른 성취가 있었을 것이다. 

다만, 지금의 '도망'은 내가 더 상처 받고 약해지기 전에 할 수 있는 필수 불가결한 것이리라. 

대신 다음 고비에서는 다시는 도망치지 않고 조금 더 힘내어 맞붙으리라 나와 약속한다. 

도망치지 않고 이겨내어, 나는 도망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와, 그들에게 증명하리라고 다짐한다. 


지금 도망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 없이 작아지고 짓밟혀 이미 상처 받고 많이 다쳤기 때문이다.  

이 흉터가 아물고 나면 더 큰 상처를 감내할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겠지? 

라며 재차 나를 위로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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