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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롱 Oct 24. 2021

나만 빼고 다 잘 되고 있는 것 같을 때

비교로부터 정신 승리 하기


'세상 사람들은 나만 빼고 다 집도 있고, 차도 있네.'


"OO이가 이번에 결혼하면서 경매로 아파트를 샀다더라."

"**이 사업하던 게 잘 돼서 이번에 벤츠 샀대."

.

.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소식들이 요즘은 다 이렇다. 분명히 다른 이야기들도 많이 나누었을 텐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누가 무엇을 샀고, 얼마에 샀다더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도 모르게 같은 내용을 되새김질하다 보니,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또 그 이야기를 전한다.

"누가 뭘 샀고, 얼마에 샀대."


이야기는 똑같은 형태로 퍼지고 퍼져 소문이 난다.

"친구의 친구 얘긴데... 그 집을 얼마에 샀다더라."

'세상에는 나 빼고 다 집도 있고 차도 있어'와 같은 비약이 완성되는 과정이다.





비교로부터 정신 승리하는 법

아무리 남과 비교를 하지 않으려 해도 어딘가 한참 초라한 나의 일상은 자연스레 남들과 비교 대상이 된다.

그러나 건물이 세 채 있어도, 좋은 사람과 결혼을 하고 차곡차곡 자산을 모아 얼마 전 집을 산 사람도 부러워할 대상은 늘 있기 마련이다.


사람이면 당연하게 느끼는 감정이니, 그 감정에 잠식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로 한다.

혹은 나는 젊음을 무기로 "나도 곧 좋은 날이 머지않았어!, 다 잘 될 거야!" 하며 큰 소리 떵떵 치곤 하는데,

좋은 방법이지만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내 걱정을 하기 시작하면, 자기 위로로 끝날 일은 아니다.


엄마는 유독 요즘 나에게 다른 집 딸, 아들이 얼마나 좋은 차를 샀고 얼마나 시집, 장가를 잘 갔는지 얘기한다.

다들 서른 언저리의 자녀들을 두었으니 집 사고 차 사고, 결혼도 하고 당연히 그런 시기다.

나는 그중 1등이 아니었을 뿐, 언젠가 나의 이야기가 될 거라는데도 자꾸만 초조해한다.

엄마의 머릿속에도 다른 대화 내용은 다 사라지고 오로지 누가 무엇을 샀고, 얼마에 샀는지만 맴돌고 있어 보였다.




나는 엄마가 남 부러운 소리를 할 때마다 그런다.

"엄마, 사람들이 왜 우리 빼고 다 집 사고 차 사는 것 같은지 알아? 집 사고 차 산 사람은 사실 많은 사람들 중 몇 안 돼, 근데 그 소수만 좋은 일을 입 밖으로 얘기를 꺼내서 그런 거야. 안 좋은 일은 우리보다 한참 많을지도 몰라. 좋은 일만 얘기하니까 우리 귀엔 좋은 일만 들리는 거야."


엄마는 내 얘기를 듣곤 피식 웃었다.

"그러네."

"엄마, 이렇게 생각해 봐. 우린 좋은 일 말할 건 딱히 없지만... 남한테 숨길 나쁜 일도 없잖아. 그게 선방이야."

엄마는 나를 바라보곤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몇 번이나 이런 식으로 안심을 시켰지만 엄마가 불안해할 때마다 나는 또 똑같은 말로 받아친다. 어쩌면 조급한 마음을 위로받고 싶어서 일부러 또 나를 닦달한 걸지도 모른다. 아무렴 상관없다. 백 번도 더 똑같은 말을 해 줄 수 있다. 나를 충분히 위로하고 나면 다른 사람도 안심시키고, 위로할 수 있다.



예전에 흥미롭게 읽은 책,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었다.


내 인생은 롱테이크로 촬영한 무편집본이다. 지루하고 구질구질하게 느껴진다. 반면 다른 사람의 인생은 편집되고 보정된 예고편이다. 그래서 멋져 보이는 것이다.



나의 좋은 면만을 편집해서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성인 것 같다. 나도 인스타그램 속에서는 맛있는 것만 먹고 다니고 좋은 제품을 입고 쓰는 모습이 전부이다. 그냥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좋은 것을 보여주었을 뿐, 별로인 건 남한테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썩은 안 쪽까지 쉽게 꺼내는 사람은 드물다. 그 사실을 알고 나면 이 세상에서 나만 빼고 다 잘 되는 것만 같은 그 기분은 조금 접어둘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상황으로 인해 내가 작아지는 느낌을 받을 때면, 나도 가끔 엄마에게 해 줬던 말을 똑같이 스스로에게 한다.

그리고 지루한 롱테이크를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재밌게 만들 수 있을까? 그 방법을 고민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정신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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