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이 되었다.
20대를 돌아보니 후회 없이 잘 놀았던 것 같다.
그저 그런 대학교를 나와 적당히 공부하고 토익시험을 봤다.
남들 다 하는 교환학생, 인턴 등을 하며 분위기에 이끌려 살았다.
해외여행도 꼭 가봐야 된다고 해서 돈을 모아 다녀왔다.
이성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
식당, 카페, 백화점 등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로 돈도 꾸준히 벌었고
경험의 '양'을 추구했던 시기였다.
아쉬운 건 성취감을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다.
정작 나의 진정한 가치를 높이는 일을 하지 못했다.
졸업 후 그저 그런 회사들을 전전하던 차에
29살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마침내 내 이름으로 된 사업자를 냈다.
준비된 결정이라기 보단 그 순간 이 선택지가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많이 혼나고 배웠다.
어쩌면 더 쉬운 길이 있었을 텐데.. 하며 순간 생각이 부족했던 나를 탓하기도 했다.
반면에, 외부의 자극과 강제성이 덜한 환경이 갖춰지면서
나는 더 여유롭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되었다.
상처를 받더라도 회복이 빠를 수 있었다.
결국 나에게 맞는 환경을 갖춘 덕분에 사업이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했음에도
1년을 잘 버텨온 거라는 결론이 났다.
1년, 회사를 다닐 때는 그만두고 싶어 미칠 것만 같았던 긴 시간이었다.
하지만 작년 한 해는 나 스스로도, 사업체도 잘 다져온 기간이라고 여겨진다.
환경에 변화를 주지 않는데도 다음 1년이 기대된다니, 처음 있는 경험이다.
나는 변화를 통해 늘 동력을 받곤 했는데 이직을 늘 해결책으로 앞세웠다.
이직하면 환경도 바뀌고, 사람도 새로워지고, 업무도 변경되니 그 자극을 즐겼다.
사업은 좀 달랐다. 어쩌면 더 루틴 하고 지겨운 일들이 가득하지만
크든 작든 해프닝이 생기고
3개월 계획이 생기고, 1개년, 5개년 계획이 잡히면서 자꾸만 새로이 할 일이 생긴다.
굳이 환경을 바꾸지 않아도 많은 것들이 나에게 자극을 주어서 좋다.
새해가 밝았고 신년 연휴도 알차게 잘 쉬었으니 나의 서른이 진짜로 열렸다.
올해는 20대 때 하지 못해 아쉬웠던 '나의 가치'를 돈독히 채워 올리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잘할 수 있어,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