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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kown Kim Jul 05. 2019

빅데이터? AI? 쓸만한가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농업적 근면성!

 예전에 카메라 상품기획을 할 때의 얘기입니다. 회사에서 굉장히 트렌드에 민감한 부서 쪽에서 제안을 합니다. 우리 소비자 서비스 즉 CS에서 엄청나게 많은 고객들의 얘기들이 들어오고 있으니 그것을 이용해서 상품기획을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요즘에 빅데이터가 뜬다는데 그것을 이용하면 CS 뿐만이 아니라 인터넷에 사람들이 블로그에 올린 내용 SNS에 올린 내용까지 모두 끌어 모을 수 있습니다. 그걸 이용하면 더 좋은 상품기획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듣자마자 오옷 대단한 생각인데?라는 느낌적인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빅데이터 분석을 하는 업체를 만나기로 했죠. 업체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그 고객 데이터를 통해서 우리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얘기였어요. 바로 CRM에서 나온 얘기와 많이 비슷했죠.


 CRM이 시작되었을 때에도 비슷한 케이스가 많이 회자되었습니다. 우리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을 잘 알아야 해. 그 고객들이 누구인지 어떤 제품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언제 구매하는지 어떻게 자극해야 하는지 그런 것들을 연구해서 좋은 메시지를 만들어야 해.. 그럼 매출이 많을 오를 거야. 그래서 정말 많은 기업들이 CRM에 많은 투자를 하기 시작하고 시스템을 만들고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어마어마한 투자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실제 매출에 정말 도움이 된 기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빅데이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엄청난 투자가 이어졌습니다. 아마존과 같은 클라우드 업체들은 엄청난 부를 축적했습니다. 각 기업마다 빅데이터 엔지니어를 높은 가격에 썼습니다. 그래서 매출이 2배 올라가고 했을까요?


 빅데이터 이후에는 잠시 머신러닝이 인기를 끌더니 AI가 또 엄청난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기업들은 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 투자는 또 AI 엔지니어의 몸값을 띄웠고 컨설팅 회사들은 엄청난 부를 축적했습니다. 그래서 AI를 이용해서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나요?


 AI관련 컨설팅 회사를 만났습니다. AI가 고객의 의도를 대부분 이해한다고 하더군요. 하나 질문했습니다. "그럼 AI는 고객의 문제도 일반 CS 상담원처럼 해결해 줄 수 있나요?" 대답은 Yes 였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죠. 정해놓은 답이 있으면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럼 정해놓은 답은 누가 만드나요? 사람이 한다는 얘기였죠. 머신러닝은 어디 가고요?


 예전 빅데이터 분석 업체를 만났을 때도 같은 얘기였습니다. 다양한 채널에서 데이터를 축적했습니다. 그 럼 그 데이터가 쓸고 있는지 없는지는 누가 알 수 있나요? 결론은 사람입니다. 정제된 데이터가 실제 제품 개발에 이용되는 것은요? 사람입니다. 현 AI와 같은 상황인 것이죠.


 제가 회사에서 제일 싫어하는 내용은 바로 농업적인 근면성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새로운 트렌드가 생긴다고 해도 결국 그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은 농업적인 근면성입니다. 밤 10시까지 일하는 농업적인 근면성이 아니라 일을 정의하고 그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KPI를 정하고 그 KPI를 이용해서 달성할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자원을 배분하고 결과를 Tracking 하는 기획의 농업적인 근면성 말이죠.


 사장님이 가져가야 할 농업적인 근면성은 이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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