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매뉴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lkown Kim Jul 10. 2019

농업적 근면성

당신의 사장력은 +1 되었습니다.

 16년 전 회사에 입사해서 제일 싫었던 것은 바로 야근이었습니다. 새벽 1시까지 일하고 너무 짜증 나서 미친 듯이 술을 또 마시곤 했었죠. 물론 더 싫었던 것은 주말출근이었습니다. 일요일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혼자 나와서 걸터앉아서 내가 왜 이러고 사나 허탈해했죠. 그리고 그때는 '이 모든 것이 농업적 근면성 때문이야' 단정했었습니다. 선배들이 늦게까지 일하는 것은 그냥 부장님께 보여주려고 일하는 걸 꺼야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선배들은 진짜 농업적인 근면성을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흔히 주니어들은 농업적인 근면성을 싫어합니다. 그럼 진짜 농업적인 근면성이 뭘까요? 저는 잔디밭에서 잡초뽑기라고 생각합니다. 미친 듯이 뜨거운 날에도 구질구질한 날에도 잔디밭에 앉아서 한 땀 한 땀 잡초를 뽑아야 하죠. 물론 제초제로 뿌려서 잡는 스마트한 방법이 있지만 제조제를 사야 할 예산이 책정되어 있지 않다면? 꼼짝없이 앉아서 잡초를 뽑아야 하죠. 그리고 누가 더 끈질기게 끝까지 뽑냐에 따라서 잔디밭의 퀄리티는 달라집니다.



 저는 리테일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리테일을 운영했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리테일이라는 분야는 디지털 Tool이 퀄리티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완벽한 프로세스가 완벽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누가 더 살벌하게 끝까지 끈질기게 쪼냐가 결과를 보여주죠. 제가 생각하는 농업적인 근면성은 이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살벌한 리테일 헤드가 있는 국가는 여기에 디지털 Tool이 추가되었을 때 미친듯한 성과를 보여줍니다. 전 국가에 새로운 포스터를 설치한다고 할 때 대충대충 관리하는 리테일 헤드가 있는 국가는 아무리 프로세스와 툴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2달 걸릴 것이 일 이주가 당겨질 수 있지만 미친 리테일 헤드가 있으면 2달 걸릴 것이 일이 주로 당겨질 수 있습니다. 그게 농업적 근면성의 눈부신 결과지요.


 사실 이런 농업적인 근면성이 발휘될 수 있는 분야는 많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리테일에서부터 우리의 고객 서비스를 담당하는 CS까지 많은 분야가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Project leader는 농업적인 근면성을 탑재해야 합니다. 그래서 프로젝트의 to do list와 각 Task들의 일정과 목표를 닦달해야 하는 거죠. 그게 진정한 농업적 근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끈질기게 끝까지 말이죠.

매거진의 이전글 사업에 컴퓨터 필요한가요? 스마트폰이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