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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kown Kim Jul 25. 2019

사서와 상소..

회의록과 VOC의 중요성

 조선시대 왕들은 참 힘든 삶을 살았습니다. 물론 강력한 왕권을 지니기도 했지만 이전 시대와는 달리 신하들의 견제도 만만치 않았죠. 이를 설계한 것은 정도전. 그는 왕이 약간 삐리 해도 신하들의 시스템에 의해서 나라가 잘 돌아가기를 바랐습니다. 네네 Just 바랬죠. 물론 그 시스템이 잘 돌아간 것은 아닙니다. 그 신하들이 둘로 넷으로 나뉘어서 치고받고 싸웠으니 말이죠. 하지만 처음 설계한 정도전의 의중을 알 수 있는 두 개의 왕권 견제 장치가 있으니 바로 사서와 상소입니다.


 사서는 어떻게 보면 서기입니다. 왕을 따라다니면서 왕이 뭘 얘기했는지 뭘 행동했는지 다 적습니다. 말 그래도 모조리 다 적습니다. 그리고 목숨을 걸고 적은 내용을 지키죠. 누군가가 손대지 못하게 말입니다. 적은 내용은 왕이 죽은 후에 책으로 만들어집니다. 그것이 우리가 보고 있는 조선왕조실록입니다. 이 사서 때문에 왕은 쌍욕을 하고 싶어도 꾹 참고 성질부리고 싶어도 점잖게 얘기합니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사서에 집중하는 이유는 그 기록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전 시대와는 달리 조선시대를 잘 Tracking 할 수 있습니다. 사서에 적혀있는 숫자들을 이용해서 왕이 어땠는지 통계를 내기도 하죠. 기록이 있기 때문에 말이 글자화 되고 그 글자들이 모여서 Data가 되고 분석이 되는 것이죠.


 정도전이 설계한 또 하나의 왕권 견제장치는 바로 상소입니다. 말이 좋아서 상소지 요즘 말로 하면 악성 댓글이죠. 점잖게 팩트로 때리는 것부터 목숨 걸고 하는 욕설까지 다양하죠. 재미있는 것은 이 모든 상소를 읽는 시간이 바로 자기 전이었습니다. 물론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제가 왕이라면 꼭 읽고 싶을 거 같습니다. 악성 댓글이지만 뭔가 나에게 진솔한 얘기를 하는 거니까요.


 이 두 가지 장치는 조선시대 내내 잘 작동합니다. 긍정적으로 작동하면 선왕이 되는 것이고 사서와 상소를 무시하거나 거부하면 악몽이 시작되는 것이죠. 저는 재미있게도 이 두 가지 장치가 요즘 시대의 사장님들에게도 잘 작동할 수 있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사서는 누가 되어야 할까요? 바로 사장님 자신이 시작해야 합니다. 뭐든지 다 기록해야 하죠. 매출 매입 손익 지출 모든 것을 기록하고 분석해야 합니다. 대충 예상해서 '이 정도면 돈이 남았겠지. 이 정도면 내일 재료는 다 준비가 되겠지 이 정도면 손익분기를 맞췄겠지'와 같은 것은 잠재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기록해야 할 모든 것은 사업을 하면서 장사를 하면서 혼자 할기는 쉽지 않습니다. 즉 다른 분들과 협업을 하든지 고용을 하든지 해야 하는데 그때 항상 하는 것이 바로 Meeting입니다. 회의죠. 그때그때 꼭 회의록을 작성해야 합니다. 물론 회의록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는 다음에 자세히 말씀드리겠지만 꼭 회의록을 작성하고 어떻게 의사 결정되었는지 정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Action item을 엑셀로 목록화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사장의 역할이죠.


 그럼 상소는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요? 대기업에서는 요즘 말로 VOC (Voice of customer)라고 해서 관리를 합니다. 정기적으로 정리해서 윗선에 보고하죠. 물론 대부분 무시당하거나 대부분 개선되지 않죠. 정말 혁신을 원하는 사장님이라면 꼭 VOC를 읽어 보셔야 합니다. 특히 정리된 내용을 보고 받는 것보다는 모든 내용을 세세하게 읽어봐야 합니다. 그래야 고객들의 Unmet needs를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세상은 점점 변해가면서 Digital 도구들을 이용해서 위 두 가지 장치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꼭 알아야 할 것은 꼭 Zendesk나 Trello  Jira 같은 Digital Tool이 아니라 엑셀을 이용해도 꼼꼼히 관리할 수 있는 '농업적 근면성'이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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