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들어가기 전부터 유명한 분이었다. 각종 강연회에 토론회에서 영어로 좌중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방송에서 다큐까지 만들었다. 그래서 다들 기대가 컸다. 입사가 가시권에 들어온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슬슬 다들 예습을 하기 시작했다. 그분이 좋아하는 스타일 그분이 이전 직장에서 했던 말들 행동들을 사람들은 하나하나 수집해서 기억하고 몸에 익혔다. 그리고 드디어 전문가분의 입사.
입사하자마자 바로 조직의 비전에 대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전혀 다른 일하는 방식 전혀 다른 솔루션으로 질주가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한마디 한마디에 주목했고 보고를 들어가는 내내 긴장했다. 옷차림을 맞추고 얘기를 맞추고 우리가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방향이 맞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맞았다고 생각한 것은 그분이 이전 직장에서 이런 방식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 추측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일이 되어가는 과정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그분은 그냥 '보고만 받으셨던 분'이구나.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그 분야의 전문가인지 아닌지를 아는 방법은 굉장히 단순하다. 그 분야에서 실무를 했었냐는 것이다. 실무를 했다는 의미는 어떤 분야에서 프로젝트의 콘셉트를 정하고 의사 결정자를 설득시켰으며 관계부서를 모아서 회의를 하고 목표를 정해서 질주했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서 바닥부터 굴렀다는 뜻이다. 그래서 일이 될 수 있는지 여부와 정확한 목표와 그에 따른 일정을 알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보고만 받은 사람들은 다르다. 그 실무자가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은 결과를 보고 받다 보면 어느샌가 내가 한 것처럼 느끼기 시작한다. 당연히 디테일을 모르므로 비현실적인 목표와 일정을 당연시한다. 그리고 실패하고 실무자를저성과자로 몰아세운다. 그리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도망간다. 그러면? 실무자만 야근을 하며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갈아 넣다가 산화한다. 물론 모든 사장님들이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그럴 수도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전문가들의 말을 들을 필요는 있다. 권한을 줄 필요도 있다. 그렇게 적어도 4계절이 지난다면 그다음에는 미친 듯이 달려도 좋다. 달리고 싶다. 정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