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lkown Kim
Oct 29. 2019
술을 마신다.
처음엔 사람이 술을 마시지만
어느 순간 술이 술을 마시고,
마지막엔 술이 사람을 마신다.
자신의 주량을 아는 것!
중요하다. 하지만 이 또한 매우 주관적이다.
주량은 그때그때 다르다.
정신을 챙겨야 하는 신입 사원 회식의 주량과
가족과 편하게 먹는 술의 주량은 다르다.
월화수목금금금 격무에 시달리다 마시는
매캐한 연기의 삼겹살, 소주 한 잔과
땀 흘리며 올라와 산 정상에서 마시는
살얼음이 살짝 보이는 막걸리 한 잔의 주량은
차원이 다르다.
주량이 세다고 자만할 것도
술 한 잔에 얼굴이 발갛다고 주눅들 것도 없다.
중요한 것은 취하지 않는 것이다.
취하지 않으면 술과 음식 얼마나 아름답게 어울리는지 알 수 있다.
취하지 않으면 그 순간 그 사람들의 말을 아름답게 기억한다.
그 순간들이 나에게 소중하게 된다.
분위기의 몽롱함에 의존하지 말자.
흐트러진 의식의 끈을 부여잡지 말자.
기억해야 그 순간이 존재한다.
기억해야 그 순간이 소중해진다
#실화인듯실화아닌실화같은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