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lkown Kim
Oct 29. 2019
그에게 술의 시작은 이랬다.
전형적 남중 남고를 나온 친구들과 다르게
술에 대해 무지했다.
너무 놀지도 공부만 하지도 않았기에
중간중간 친구들과 술을 마실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들이 즐겁지 않았다.
웬만큼 마셔서는 별로 취하지도 않았다.
젊어서 그리고 간이 아직은 피로하지 않아서 였다는 것은
대학교에 가서 알게 되었다.
누구에게 그렇듯 1학년 OT때 술을 마시게 되었다.
밥을 해 먹는 코펠에 술을 부어서 마신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술을 돌려가면서 마실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군대 다녀온 형들은 밤새 마셔도 아침에 샤워 한 번이면
정상이 되는 것도 신기했다.
마냥 취한다는 것에
그렇게 되면 아무 말이나 막 해도 된다는 것에
행동이 조금은 무례해도 된다는 것에 자유로움을 느꼈다.
그렇게 술과 친구가 되어 갔다.
그 친구가 그의 정신을 하나씩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모른 체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술의 힘을 빌려서
친구를 만들고
사랑을 하고
성인이 되어가는 척했다.
#실화인듯실화아닌실화같은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