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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kown Kim Oct 30. 2019

술4

일일단상 중독

#일일단상 #중독 #술4

그에게 술의 알파는 맥주였으나 오메가는 소주였다.

술에 둔감해진 건지 아니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건지
더 이상 소주를 먹어도 구토는 없었다.
소주를 정복한 후 술에 쓸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자
각종 다른 나라의 술을 연구했다.
와인을 종류대로 분류하고 향기를 배우고 지식을 자랑했다.
해외로 나가면 들어오는 대한항공에서 21년산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소맥을 어떻게 하면 예술적으로 섞을 수 있는지
비율을 연구했다. 한 모금에 어울리는 비율, 한 잔을 가득 채울 때
어울리는 손끝의 느낌을 익혔다.

가끔씩 혼자 바에 가서 양주 한 병을 다 비워내기도 했다.

그렇게 술, 사람 그리고 분위기를 좋아하던 사람은
술을 너무나 사랑하게 되었다.

작은 잔을 비워내는 번거로움이 너무 귀찮아서
어릴 적 경악을 금치 못했던 외삼촌들이 하던 것처럼
소주를 글라스에 먹게 되었다.

중독은 아니라고 확신했지만
주중이면 밤에 만원 4캔짜리 맥주를 골랐고
주말이면 매 끼니마다 술을 챙겼다.

#실화인듯실화아닌실화같은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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