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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kown Kim Jun 14. 2019

라이프 스타일을 팔다 (TSUTAYA) 1/3

정확한 타깃 설정과 콘셉트의 중요성

책을 읽게 된 배경은 그냥 교보 전자도서관에서 읽을 책이 없어서 돌아보다가 얻어걸려서 전자책으로 읽는 중으로 현 1/3 정도 소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자인 마스다 무네아키 님이 자신의 새로운 도전인 다이칸야마 TSUTAYA를 기획하면서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의 기획력과 고객을 분석하는 모습에 다시 한번 감탄 중입니다. 특히 TSUTAYA 서점은 매거진 B에도 소개되어 두 서적을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마즈다 무네아키 사장은 1975년 10년의 회사생활 정리하고 Tsutaya 서점 히라카다점을 오픈합니다.(투자금 100만 엔). 뭐 10년간 회사에서 뭘 했는지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패션 전문 기업에 들어가서 점장, 홍보이사 등을 역임합니다. 아시죠? 10년이면 과장급입니다. 과장이 점장에 홍보이사까지 분명히 기업에서 굉장히 잘 나가는 사람이었을 것이고 점장을 하면서는 현장을, 홍보이사 기간 동안은 마케팅에 대해서 확실하게 감을 잡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회사를 때려치우고 TSUTAYA 서점을 만듭니다.  
  
  TSUTAYA 서점의 Mission은 찾아오는 사람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삶의 여유로움을 되찾기 위한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서적, 비디오, 레코드 판매 혹은 대여하여 멀티 패키지 스토어라는 개념을 정립합니다. 40년대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고 10년이 흐른 후 생산의 주역이 소비의 주역으로 변화하면서 단순 사용을 목적으로 하던 공산품은 점점 더 패션을 목적으로 진화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서비스들이 80년대에 생겨난 것도 바로 이 베이비품 세대였죠. 그 Target에게 '라이프 스타일'을 판매하고 아니 라이프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와 장소 제공하고자 하였습니다. 당연히 입소문을 타게 되고 똑같은 방식의 프랜차이즈 매장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로 1985년 전국의 1400여 개 프랜차이즈 매장을 네트워크 화하기 위해 Culture Convenience Club을 설립하게 됩니다. 하지만 CCC에게 TSUTAYA는 대표작일 뿐 CCC의 대표적인 기능은 바로 기획을 판매하는 것이었습니다. 전국 TSUTAYA 매장 중 90여 개만 CCC에서 콘셉트를 기획하여 운영하는 것이죠. (히라카다역 본점, 시부야, 롯폰기 힐즈...) 다이칸야마 프로젝트도 그중에 하나입니다.

 다이칸야마 프로젝트는 우리나라의 장진우 거리처럼 '서점이 창조하는 거리'를 모토로 하고 있습니다. 도심의 푸르른 녹음으로 둘러싸인 약 12,000제곱미터 부지에 TSUTAYA 대형 매장 3개와 다양한 전문점을 같이 입주시켜서 하나의 Landmark를 만든다는 개념이고 실제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게 되었죠. 그 비결에는 정확한 Targeting이 제일 중요했다고 보는데요. 그들은 어떻게 Target을 재설정하였을까요? 

 기존 TSUTAY 서점의 성공을 이끌었던 베이비붐 세대(단카이 세대)가 대부분 퇴직하는 2011년이 일본 경제에서 큰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여유로와진 것이죠. 또한 단카이 세대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기 위해서 자각적이면서도 능동적으로 움직였던 일본 최초의 세대입니다. 바로 단카이 세대 즉 어른을 바꾸는 어른(프리미어 에이지)이 타깃인 것입니다. 거기에 인터넷의 발달로 현실적인 공간에 모일 필요성이 적어진 현대 사회에서 이 Target의 힘은 더 커지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TSUTAYA가 보여주었던 여유로운 라이스타일을 한층 성국 해진 프리이어 에이지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자명한 것으로 이는 새로 결혼한 다음 세대에게 새로운 지침이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죠.

 그럼 새로 생기는 다이칸야마 TSUTAYA 서점에게 과연 카페나 레스토랑은 필요할까요? 저자는 이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서 카페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스타벅스가 보여준 하나의 문화공간으로서의 카페 이상의 뭔가의 의미를 찾은 것이죠. 그가 정의한 카페는 한잔의 커피라는 '물건'이 아니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행위'를 제공하는 장소입니다. 좀 어렵죠? 이 물건과 행위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하면 물건이란 개개인이 독점하는 것입니다. 커피 한잔은 한 병이 마시게 되어 있교. 2인이 공유하려면 나눠야 합니다. 하지만 '행위'란 기본적으로 공유로 향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여러 명이 동시에 나눌 수 있는 것이죠. 즉 카페란 이 행위에 기반해서 다양한 이벤트, 수많은 대화들이 주고받는 가운데 모인 사람들의 가치도 같이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서점에 카페는 꼭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과연 일반 카페나 서점 주인 분들 가운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아니 일반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들 가운데 이런 Target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합니다. 하지만 저를 더 놀랍게 한 것은 기획이라는 것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었습니다. 기획이라는 것은 결국 정보에서 창조력을 더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인데 정보에서 바로 결과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바로 정리와 정돈 그리고 Maintenance과정을 거치게 되는데요. 우선 정리는 필요 없는 것을 버리는 행위입니다. 반드시 쓰레기가 나와야 하는 것이지요. 정돈은 이 정리해서 남긴 것들 중에 필요한 것을 바로 꺼낼 수 있도록 인덱스를 붙이는 행위이지요. 또한 Maintenance는 사물과 정보를 입수했을 때의 상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누구나 와서 다시 재 사용할 수 있도록 말이죠. 다시 말하면 기획이란 정보를 수집하고 분별하여 정리하고 인덱스를 붙여 정돈하여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것을 의미하고 그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어야 비로소 지적 생산력이 높아지고 창조적인 기획이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역시 일본분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동안 너무 즉흥적인 기획에 의존하던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기획자가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것 중에 제일 충격적인 것은 바로 '새로운'의 오류입니다. 저자 생각에는 '새롭다'하는 것은 기획자 입장에서 자기 멋대로 고객에게 강요하는 것이라는 거죠 (살짝 마음이 찔렸습니다.) 거기엔 '고객에게 의미 있는 가치란 무엇인가?'라는 논의가 없다는 것입니다. 흔히 광고 문구에 있는 "이것은 세계 최초의 시도입니다."라는 것은 "처음 시도되는 일이라 다소 당황스러운 점이 발생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스마트폰 제조회사가 제일 잘하는 것이지요. 고객은 특별히 새로운 서비스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느끼기에 쾌적하고 높은 가치 서비스를 원할 뿐 새로운 서비스든 오래된 서비스든 그다지 신경 쓰지 않지요.
그런 면에서 애플이 그렇게 브랜드력을 잘 유지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세계 최소', '새로운 업태', '새로운 발상' 등은 매장 측의 논리에 지나지 않다는 것입니다. 현장 즉 고객이 존재하는 곳에서 고객에게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때에 비로소 진정한 기획이 탄생된다는 겁니다. 현직에 있는 리테일과 마케팅을 업으로 하고 있는 저로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더군요.

 아직 1/3밖에 읽지 않았지만 이 저자는 여러 가지를 얘기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객에 대해서 기획에 대해서 미래에 대해서 계속 저자가 물어보는데 아직 저는 확실한 대답을 못해주고 있습니다. 왠지 이 책의 맨 마지막 장을 덮게 되면 그리고 다이칸야마 TSUTAYA에 가보게 되면 왠지 그 대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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