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19
지난 에피소드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내용이었던 것 같아서 이번 에피소드는 에세이답게 내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려고 한다.
30대가 되고 나서 주변에 친구들이 종종 ‘지금까지 이룬 게 별로 없는 것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30대에 백수가 되고 나니 그 말이 왠지 좀 더 내게 와닿았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그래도 회사에서 했던 프로젝트 등이 내가 이룬 업적이라고 생각되었는데,
회사 밖을 나오니 갑자기 모래성에 파도가 들이닥친 것처럼 아무것도 안 남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회에서 30대에 이뤄놓은 게 없으면 인생이 망한 거다라는 말들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나이에 대한 강박이 심한 것 같다.
나조차도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갈 때 20대가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웠고, 뭔가 더 멋진 일을 이루지 못한 게 후회되기도 했다.
사실 20대에는 학교에 다니거나 돈을 벌거나 취준을 하며 이리저리 굴러도 보고 도전하느라 뭔가 멋진 일을 이루기에는 시간이 부족한데도 말이다.
평생을 노력해도 온 세상이 알아줄만한 대단한 일을 한 개 해내기도 어려운데, 겨우 20대를 보내는 10년 안에 대단한 업적을 이루는 게 가능한 일일까?
나는 정말 3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한심하게만 인생을 살아온 걸까?
하루는 할 일 없이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을 때 어떤 분의 글을 봤다.
내가 해놨던 모든 것들이 보잘것없어 보여도 다시 들여다보면 내가 이룬 소중한 경험들이라고.
누가 보면 추상적이기만 한 말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한 번 정말로 생각해 보자.
나는 상담사로 일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때 종종 도움이 될 때가 있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대화를 나눌 때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등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가 있었다.
또, 기획자로 일을 한 경험이 내 캐릭터나 혹은 다른 곳에서 이벤트를 기획할 때 도움이 되었다.
기획을 할 때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지금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분석할 때 내 경험을 활용할 수 있었다.
꼭 직업이 아니라도 작은 일상들도 나라는 사람을 빚어내는 데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예전에 모르고 했던 말실수들이 상대에게 상처가 되었다는 걸 깨닫고 나선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 그런 말실수를 주의하게 되었다.
알바를 하던 중 음료를 한꺼번에 여러 잔 만들어야 했을 때는 눈물을 먼저 흘리고 싶었지만 꾹 참고 레시피 실수를 하지 않고 모든 음료를 만들어낸 적이 있었다.
긴박한 상황에서 해냈다는 작은 성취감과 뿌듯함, 그리고 후에 다른 장소에서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바빠 보이는 사람에게 여유를 베풀 수 있는 배려심이 생겼다.
하나하나 떠올려보니 작은 것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살면서 배우는 중이지만, 적어도 20대 때의 나보다는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배려심을 가지도록 배울 수 있었다.
누가 볼 땐 음료 만들 때 바쁜 거 누가 모르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지만, 나에게는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었다.
정말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룬 게 하나도 없나?라고 내게 질문했을 때 나에게 의미가 되었던 일이 최소 한 개 정도는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이룬 게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어떤 것들이 이런 생각들로 이끈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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