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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것 같아 part.2

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20

by 일라

왜 우리는 자주 아직 이룬 게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조바심을 내는 걸까 하고 생각해 보면 남들과 비교를 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저 사람은 대기업도 다니고 차도 사고 집도 샀는데 그동안 나는 뭐 했지?
저 사람은 이제 결혼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아직 인연을 못 만났을까?

이런저런 비교들을 할 때마다 나를 실험대 위에 세워두고 요리조리 어디 잘못된 곳은 없나 세밀하게 분석한다.
하지만 나도 그저 지구상에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일 뿐인지라 모난 곳이 꼭 몇 개는 보이게 된다.
그럼 왜 그런 모난 부분이 생겼는지 자책하고 내 모난 부분을 가지고 있지 않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부러워하고, 그러다 보면 내가 이룬 것들은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 같다.

나는 나의 20대를 나의 부족한 점을 자책하고 내가 부족한 점을 꽉꽉 채워 장점으로 만든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쓴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특히 20대 초반은 지금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괴로운 날이 더 많았다.

하지만 남은 인생이 얼마나 길지 모르는데 부러워만 하고 살고 싶지는 않아서 나 자신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상담도 받고 심리학 공부도 하면서 남이 아닌 나에게 좀 더 집중하다 보니 내가 이룬 것들에게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좀 더 귀 기울일 수 있도록 바뀌어가는 것 같다.




아예 남들과의 비교를 안 하고 살면 좋겠지만, 우리는 사회적인 인간이고 요새는 sns가 발달해서 누가 뭘 자랑하고 있는지 더 쉽게 접할 수 있다.


예전에 대학교 심리학 수업 때 피지라는 나라의 행복도를 조사한 이야기를 들었다.

피지의 국민들은 대다수 행복했는데, 어느 날 그 행복도가 대폭 낮아졌던 것이다.

이유를 보니 피지에 TV가 보급되고부터 사람들은 TV에 나오는 예쁘고 날씬한 사람들, 멋진 성과를 이룬 사람들을 보게 되었고, 그들과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해 행복도가 낮아졌다고 한다.

이렇듯 남들과 비교하는 건 이미 행복했던 사람의 삶도 바닥으로 끌고 내려갈 수 있는 것 같다.


특히 나라 크기도 좁고 그보다 더 좁은 서울에서 경쟁이 치열한 우리나라에서 비교하지 않기란 정말 어렵지 않을까.

요즘에는 성인들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예전 세대들보다 더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우며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동시에 휴식을 원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4년 버전에서는 모든 게 완벽한 '육각형 인간'과 시간을 쪼개 써서 더 발전하려는 '분초 사회' 키워드를 주목했는데, 그와 동시에 신경적으로 평온함을 찾고 싶은 '도파밍'이란 키워드도 주목했다.

2025년 버전의 트렌드 코리아에서는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 키워드가 등장했는데, 이제 치열한 경쟁이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에게 잔잔하고 평범한 보통의 하루의 소중함이 더 주목받고 있는 것 같다.


경쟁은 끝이 없고, 내가 아무리 평생 빠른 속도로 달리고 싶다 해도 어느 순간에는 건강 때문에라도 속도를 줄여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끝없이 경쟁하는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좋은 동기 부여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대기업에 들어가 큰 집을 사고 멋진 차를 몰고 돈 걱정 없이 여행 다니는 사람이 나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나는 대기업에 다니지도 않고 사실 그다지 다니고 싶은 생각이 크지도 않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대기업에서 할 수 있는 일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남과의 비교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내가 원하지 않는 삶의 방식이 포함되어 있을 때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걸 선망하고 원한다고 해서 그걸 나도 같이 원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퇴사를 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보니 유명한 기업에 들어가 회사원으로 사는 삶을 살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만의 삶을 잘 살아가고 있었고, 나름의 행복을 찾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가끔은 조금 우울할 때도 있고 막연하게 불안도 느끼지만 대체로 괜찮은 일상.
아무리 써도 넘칠 만큼 돈이 풍족하진 않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가끔 사고 싶은 물건도 살 수 있는 여유.
실패에 자신감을 잃었지만, 또 시작하면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과거의 성취 경험에 기반한 희망.

남들과 비교하는 날을 늘리는 것보다 이런 내 일상의 마음에 드는 점들을 되돌아보는 날을 늘려보려고 한다.

오늘이 잘 안 되었다면 내일 다시 도전하면서 나에게 찰떡으로 맞는 내 일상을 만들어가고 싶다.





찰떡 직업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강아지 멍순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www.instagram.com/illam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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