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18
쉬는 청년들은 정말 사회에서 정의한 대로 그냥 쉬고 싶어 할까?
모든 쉬는 청년들의 마음을 내가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잠깐의 휴식 뒤에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일을 다시 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도 꽤 많을 것 같다.
일을 다시 하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데 왜 다시 일을 하기 어려운 걸까?
내 주변을 예로 들면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서 알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았다.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 내 적성에 잘 맞을 것 같아서 선택한 직업이 스트레스를 안겨주어 휴식을 택했다.
그래서 다음 일은 나에게 더 잘 맞는 일을 찾아 더 오래 일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20년 넘게 찾지 못한 적성에 맞는 일을 퇴사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찾기란 참 어렵다.
어떤 직업이 나와 잘 맞을지 신중하게 진로상담도 받아보면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찾을까 말까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여유를 좋게 보지 않는 분위기인 것 같다.
면접에서도 조금이라도 공백기가 생기면 그동안 뭘 했는지 꼭 물어보고, 이 질문의 대답에 따라 내 이미지가 결정되기도 한다.
아직은 우리 사회에서 공백기간이 3개월 이상 길어지면 시간 낭비 했다는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 같다.
일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분들 외에 더 오래 휴식을 선택한 청년들에게는 어떤 원인이 있었을까?
위에서도 말했지만 내가 모든 쉬는 청년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 감히 추측해 본다면,
아마 사회생활을 하며 받은 마음의 상처들과 치열한 일상에 쏟은 에너지가 아직 회복되지 않아서 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전문적인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내 개인적인 의견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집 밖에도 나오기 힘든 마음을 먼저 돌봐야 하는 청년들을 위해선 심리상담과 같은 정신건강 서비스가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심리상담 비용이 저렴한 편이 아니라 늘 주저하게 된다.
2024년 하반기에 정부에서 마음투자 지원사업이라는 걸 했었는데, 개인의 소득 수준에 맞춰서 심리상담 지원금을 제공해줬다.
나도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통해 현재 상담을 받고 있는데, 심도 있게 진로에 대해 상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도움이 되고 있다.
2025년에도 지원사업을 한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외에도 더 저렴한 온라인 상담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사람들과 만나기 힘든 상태일 때는 비대면 상담이 덜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심리상담에 대한 국가자격증이 없고, 상담 관련 학회에서 받는 민간자격증뿐이라 상담사의 자격증을 잘 살펴본 후 상담을 받아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심리상담 학회로는 한국심리학회, 한국상담심리학회, 한국상담학회가 있다.
마음을 돌아보는 것 외에 또 중요한 게 하나 있다. 바로 돈이다.
일을 그만두고 나면 직장에 다닐 때보다 경제적으로 쪼들리기 때문에 더 밖에 나가기 어려워지게 된다.
나는 마음투자 지원사업 외에도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참여하고 있는데, 한 달에 최대 50만 원을 6개월까지 지원해 주면서 취업활동을 권장하는 프로그램이다.
알바를 하고 있다면 알바로 버는 금액을 뺀 지원금을 받을 수도 있다.
심리상담을 받는 것처럼 구체적인 진로상담을 받기는 어렵지만, 나름 취업 활동에 대한 계획을 담당자와 함께 짜고 나서 관련 학원을 다니는 등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은 취업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또 달에 두 번씩 의무적으로 취업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혼자서 동기 부여가 어려웠던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쉬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커뮤니티라고 생각한다.
직장에 다닐 때는 자연스럽게 내 직장 안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직장을 그만두고 홀로 사회에 나오니 내가 소속되는 곳은 나의 집뿐이다.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면 더 우울해지기 쉽고 집 밖으로 나오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또,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다른 사람들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나면 의욕이 생기기도 한다.
아래에 내가 소속되어 봤거나 주변에서 추천했던 두 커뮤니티를 추천한다.
니트생활자: https://neetpeople.kr
요즘사(요즘 것들의 사생활): https://yozmsa.com
이외에도 찾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잘 찾아보면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작년 하반기에 영등포에서 ‘우린, 지금 요술이 필요해’라는 일반인들의 예술가 양성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예술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작업물을 만들 수 있는 장소와 예술가 1:1 멘토링 등을 지원하여 전시회를 열 수 있도록 지원했다.
나도 친구가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지나갔을 프로젝트였다.
다들 어디서 이런 정보들을 잘 찾는 걸까? 문득 궁금해진다.
내가 소개한 것들 외에도 도움이 되는 활동들이 더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 이외에 쉬는 청년들이 원치 않는 쉼을 멈추고 다시 의지를 가질 수 있을 해결 방법들이 더 있을 것이다.
요약해보면 나와 내 주변의 쉬는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정리해 봤을 때 아래 세 가지를 가장 원했던 것 같다.
진로상담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신건강 서비스
경제적 지원 및 취업활동 동기 부여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필요한 것들을 제공받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제공하는 활동들은 성과가 꼭 나야 하기 때문에 개인의 고민을 심층적으로 토론하고 분석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씁쓸하지만 성과가 나야 다음 해에도 예산이 나오니 이해가 아예 안 되는 건 아니다.
이외에도 쉬는 청년들이 쉼을 뒤로하고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생겨나 모두 원하는 삶의 방향을 따라 다시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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