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쉬었는데 왜 피곤하지? - 아무리 자도 피곤해

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16

by 일라

“백수가 과로사한다”

처음 들었을 때는 재밌는 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점점 이유가 궁금해졌다.

직장을 다닐 때는 피곤한 상태가 디폴트인 게 당연하게 느껴졌는데, 왜 백수가 됐는데도 피곤하지?

누가 들으면 일도 안 하고 쉬는 주제에 호사를 누리느라 양심이 없어졌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나와 비슷하게 직장을 그만두고 자기만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친구와 만났을 때 왜 직장을 그만뒀는데도 매일 피곤한지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분명히 회사를 다닐 때보다 업무,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확실히 덜 받는 것 같은데 왜 매일 피곤할까?


회사에서는 주간 회의 등 정해진 일이 있는데 백수가 되고 나선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에 들 때까지 디테일까지 내가 직접 주도해야 해서 그런 건가?

뭔가를 주도할 때 정신적 에너지가 많이 쓰이곤 하니까.

또 다른 추측으로는 걱정과 고민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미래를 걱정하고 뭐 해 먹고살아야 하지 고민을 하다 보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에너지가 벌써 바닥을 보인다.


뭐가 되었든 떨어진 에너지는 그냥 가만히 쉬거나 잠을 충분히 잔다고 해서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에 다닐 때보다 얼굴이 더 퀭해진다거나 자잘하게 어딘가 아플 때도 있었다.


백수가 과로사했다고 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직장에 다니다가 과로사하면 사람들의 안타까움과 위로라도 받지, 백수가 과로사했다고 하면 과로사 명함도 못 내밀 것 같다.

백수에게 과로사라는 호칭이 사치스럽다는 지탄을 받을지도 모른다.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피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그러다 어느 날 우연의 기회로 '자는 것은 쉬는 것이 아니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잠으로는 에너지가 모두 차지 않으며 더 다양한 휴식 방법들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에너지가 떨어졌을 때 쉬면서 에너지를 다시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활력’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예를 들면 온전한 휴식을 위해서 충분한 수면, 신체적 휴식(예. 운동, 산책, 샤워), 심리적 휴식(예. 친구 만나기, 창작활동 하기), 사회적 휴식(예. 여행, 옷 갈아입기, 방 구조 바꾸기, 외식하기) 등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피로 유형을 4가지로 분류했는데 유형들은 다음과 같다.

1) 이상적인 유형: 낮에 활동하며 일시적인 피로를 느껴도 휴식 후 금방 회복함

2) 일개미 유형: 브레이크가 고장 난 것처럼 쉬지 않고 달리다가 휴식할 수 없게 됨

3) 배짱이 유형: 활동적이지 않고 아침부터 움직이는 게 힘듦

4) 녹초 유형: 조금만 활동해도 금세 피곤해지고 휴식 후에도 회복되지 않음


내가 이상적인 유형이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난 배짱이 유형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힘이 없어서 소파에 누워있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배짱이 유형인 나에게 부족한 활력을 채우기 위해 운동량도 늘리고 창작활동 횟수도 늘려보니, 전보다 활동 시간이 늘었는데도 피곤함이 덜 해서 깜짝 놀랐다.


또,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의 의미를 이 책에서 유추해 볼 수 있었는데

백수일 때 가장 많이 하는 것 중 하나가 무엇일까?

내 앞날에 대한 걱정일 것이다. 앞날에 걱정하다 보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다.

쌓인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호르몬을 분비시키고, 코르티솔은 항염증 반응을 일으켜 면역력을 떨어트리는 원인이 된다.


정신이 피로하면 신체도 피로하게 된다.

피로가 축적되면 호르몬의 이상이 나타나 당뇨병, 고지질혈증 등 여러 질병도 초래한다고 한다.

나는 그냥 내 앞날을 걱정했을 뿐인데 몸까지 시름시름 앓고 있던 것이다.


나의 미래를, 나의 커리어를 고민하면서 스트레스를 아예 받지 않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만큼 해결책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스트레스로 시름시름 앓는 하루를 사는 것보단 기회가 될 때마다 활력을 높이는 활동들을 시도해 보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거다.

실제로 나도 활력을 높이는 활동을 했을 때 몸에 염증 반응이 덜 했고 피로감도 덜 느껴졌다.


쉬어도 쉬어도 피곤하다면, 아무리 잠을 자도 피곤하다면 활력을 높일 수 있는 활동을 해보자.

백수가 되어 더 여유 시간이 생긴 만큼 나에게 맞는 활력 활동들은 뭐가 있을지 찾아보는 것도 나를 아껴주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찰떡 직업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강아지 멍순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www.instagram.com/illamun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백수에게도 루틴이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