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으고 잇는 도서관

EP11,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 조진만

by 건축에세이 일렁

[Prologue]

도서관은 윤동주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그의 시 <새로운 길>의 첫 구절에서 이름을 따왔다. 시인이 같은 길을 언제나 ‘새로운 길’이라 표현했듯, 건축가 역시 이곳이 늘 같은 자리에서, 그러나 매번 다른 하루를 품어주는 마을의 사랑방이 되길 바랐다.

그러한 편안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어디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산책로, 놀이터, 야외쉼터와 같은 주변의 기존 시설들과 호응하며 작동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0_thumbnail.jpg ©2022. illeong All rights reserved.


[Episode]

[도시와 숲을 잇는 이음매]

도서관은 뒤편에서 흘러나오는 구릉지형(비단산)을 따르면서도 거스르는 삼각형의 덩어리이다. 이전에는 건물 뒤편 공원으로의 진입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서관을 통해 뒤편 공원과의 연계성을 강화하였다.

또한 어느 방향에서도 진입이 가능한 개방적인 도서관이 되도록 계획하였다. 그러한 측면에서 옥외계단은 도시와 숲을 연결하고 다방향의 출입구를 만드는 데에 핵심적인 요소이다.

지상 2층 평면도
조감도


[연속성 : 숲을 닮은 조형]

도서관은 형태 및 재료의 사용에 있어서 메인 컨셉인 도시-사람-자연의 '연속성'을 잘 드러낸다.

먼저 형태를 살펴보면 크게 두 개의 삼각형 덩어리가 보인다. 하나는 지형을 거스르며 도시면을 향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 다른 하나는 지형의 흐름에 안착하며 랜드스케이프 건축을 표방한다. 이렇게 도시와 자연 양극에 적절히 대응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하 1층 기단부는 노출콘크리트 마감을 통해 비단산의 암반을 형상화한다. 특히 옥외계단의 조경 플랜트들은 마치 융기한 암반처럼 역동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

반면, 지상 1,2층의 자료실과 열람실에는 강화섬유레진그레이팅(GFRP)을 외장재로 적용하여 숲과의 연속성을 갖는다. 기능적으로는 직사광선의 유입을 조절한다.

지형을 닮은 기울어진 판들의 조합은 실내에 입체적인 공간감을 부여한다. 지상 1층 종합자료실의 계단식 독서공간이 그러하다. 이곳은 연주회나 북토크와 같은 행사 시에도 다양한 활용도를 보이는 줄기세포와도 같은 공간이다.


[외향성 : 관습의 탈피]

도서관은 두 번째 개념으로 '외향적' 내부 프로그램을 중요하게 다루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각기 다른 레벨에서 동일한 위계의 출입구들을 배치하여 건물이 면한 하굣길, 놀이터, 공원 등 다양한 맥락 속에서 내부 프로그램을 확장시켜 공유한다. 이를 통해 내부지향적 동선과 상징적 대공간이라는 기성 도서관의 관습을 탈피한 새로운 유형을 제안하였다.

지하 1층은 차량 및 보행 출입구가 나란히 위치하지만, 보행자 출입구는 기울어진 벽면을 따라 형성되어 더욱 흡입력을 갖는다.

지하 1층 평면도

어린이 열람실은 상부의 외부 계단을 내부 천정고에 반영하여 다양한 공간감을 형성했고, 동측 배치를 통해 놀이터와 시각적·물리적으로 연계되도록 계획하였다.

어린이 열람실


[Epilogue]

동네 도서관은 참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다. 건축공간이라는 것이 본래 최초의 기능적 토대 위에 사용자의 생활양식이 묻어나며 완성되는 거라지만, 도서관은 유독 주택도 아닌 것이 사람의 때를 많이 타며 처음과는 다른 분위기의 정취가 넘치는 아늑한 공간으로 바뀌어버린다.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내가 건축을 통해 남기고 싶은 것 또한 정직하게 구획된 기능이 아니라, 개개인이 다양한 활용성을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여지이다. 그 생각이 시작된 어릴 적 자주 가던 도서관의 무궁무진함이, 글을 쓰며 다시 떠오른다.


[이미지 출처]

조감도, 어린이 열람실

https://www.ohseoul.org/2020/programs/%EB%82%B4%EB%A5%BC-%EA%B1%B4%EB%84%88%EC%84%9C-%EC%88%B2%EC%9C%BC%EB%A1%9C-%EB%8F%84%EC%84%9C%EA%B4%80-2/event/167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회귀의 미술관, 물방울의 심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