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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리 Sep 19. 2023

작은것을 생각하는 사람

내 가까이 있는 이는

작은것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조금 남은 맛난음식을 양보하고

퇴근길을 줄여주려 지하철역으로 마중나온다.


하루종일 밖에서 붙은 더러움이

행여나 다정한 보금자리에 옮겨올까

집에오자 마자 몸을 깨끗이하고

매번 꼼꼼히 양치한다음 비슷한 시간에 잠이든다.


고깃집에서는 먹성좋고 성미 급한이들을 위해

먼저 고기를 정성껏 구워준후 자신의 배를 채우고

주말에는 색깔별로 두번 나눠 빨래를 돌린다.

가끔은 삶아 주기도 한다.


따뜻함이 좋고 정이 느껴지는 세상에 드문이이다


그런데...

세세한 일상에 신경을 많이 쓰다보니

쉽게 스트레스도 받는다고 한다.


어질러진 식탁과 어수선한 싱크대를

싫어한다.

더불어 여러 활동에 지쳐 집안일을 등한시하는 내모습에 잔소리가 많다.


항상 거북이도 모든 발을 넣고 구르면 빠르다. 는 식으로

최선을 다해 큰 목표로 나아가는 삶을 살아온 내게는


그런 작은것을 생각하는 사소한 지적이 스트레스이다.


계속되는 지적은 그에게서 시작하지만 간헐적 반항은 내가 한다.


사소한 일은 그만 생각하고 보다 큰 일에 도전해보라 다그친다.


그렇게 작은것을 케어하고 스트레스적은 삶을 살고싶은 이에게 간혹 좀 커다란 상처를 주고 만다..


큰돌만 채우며 그릇을 채워왔던 나에게 이젠 작은 돌 모래도 주변에 채워 건강해지라는 그에게

나는 왜 이제라도 큰 돌을 채우지 못하지 하고 반문하고있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는 거야."

"내겐 이게 현실적인데..?"


꿈많은 중년.. 따뜻한 그러나 궁시렁 거림이 많은 동반자..

우리의 이질적인 사랑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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