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아 Jul 29. 2020

이제 그만 폰을 내려놓습니다.

#지루한 것의 가치 #느림의 미학 #견디는 힘 #디지털 디톡스

'유익하지만 지루한, 장문의 글을 나는 집중해서 끝까지 읽을 수 있는가' 생각해본 적이 있다. 필독서라고 여기저기에서 추천받아 사두었지만 그대로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안나 카레니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등 묵직한 그들이 책꽂이에 한켠에서 나를 노려본다. 책 장에 두기만 해도 이미 나 역시 현자가 된 듯한 느낌에 뿌듯하다. 하지만 정말 뽑아내어 완독 할 용기는 안 난다. 뽑아 들 때마다 '아 지난번에 어디까지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나.'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또 시작하고... 마치 수학의 정석의 앞부분과 성경의 창세기만 새까맣게 손자국을 남겨본 사람이라면 공감하리라. 사실 위의 책들은 오히려 재밌는 문학과 실용서에 속한다. 정말 읽고 공부하고 싶은 것은 논문에 가까운 전문 지식 서적들이다. 완독 후에 내가 얼마나 성장해 있을까... 늘 상상만 한다. 지속적으로 유익하고 두꺼운 책을 읽어 온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나처럼 브런치나, 블로그 또는 각종 유튜브 영상 또는 웹툰, 드라마, 기사에 매일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쉽지만은 않으리라. 처음 책을 출간하기 위해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고, 편집장님은 내 의도와 관계없이 어느 정도 이상의 긴 호흡을 가진 글들은 아예 빼버리거나, 아니면 같은 주제더라도 여러 꼭지로 잘라서 갈 것을 요청하셨다. 요새 독자 분들의 기호에 맞지 않다는 이유였다. 이제 사람들은 긴 글을 잘 읽지 않는다.   


그 대신 글씨체와 글씨의 색이 바뀌고, 심지어 중간중간 재밌는 사진과 이모티콘이 섞인 글들 또는 드라마나 웹툰 그리고 자극적은 유튜브 영상은 쉽게 빠져들어 보게 된다. 하지만 그 마저도 내용이 길어지면 중간중간 넘어가며 속독으로 읽는 분들도 많다. 아마도 스스로는 많은 양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받아들이며, 내용 이해력 또한 높다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그랬다. 세상을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어쩌면 우리의 뇌는 이미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춘 상태일지도 모른다. 어마어마한 연봉을 벌어들인다는 유명한 유투버들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대부분 빠른 화면 전개와 다양한 효과음들이 오감을 자극하고 있었다. 요새는 6세 아이들도 직접 채널을 운영하여 강남의 빌딩을 사는 시대라 한다. 아이들을 위한 채널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사실 어디에서든 이 영상 하나면 아이들을 순식간에 조용히 시킬 수 있다. 우리 아이들도 영상 노출을 최소화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유튜브 영상을 잠깐이라도 보여주는 순간 마법같이 조용해지고, 모든 찡찡거림을 일순간 진정시킬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모두가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은 사실, 자극적인 영상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커서 집중력 결핍, 안, 우울감을 느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우리 뇌에는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분비된다. 특히 영상 자극에서 화면이 빠르게 움직일 때, 효과음이 날 때 뇌에서는 도파민이라는 물질을 분비하고 이는 우리에게 자극을 주게 된다. 특히 미디어 노출이 유년기에 이루어지기 시작한, 지금의 30대 이하 젊은 세대의 뇌는 이미 화려한 효과음과 빠른 화면 전환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재밌는 영상을 보거나, 자극적인 미디어 안에서만 살 수는 없다. 우리는 살면서 때론 두껍고 지루하지만 도움이 되는 책을 읽어야 할 때도 있고, 이렇게 글을 쓰기도 해야 하고, 공부를 해야 하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기도를 하거나 명상을 통해 인생을 돌아보기도 해야 한다. 이런 시간이야말로 사실 민낯의 나를 직면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시간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폰만 잡으면 수많은 기사들이 자극적인 제목으로 우리의 시선을 잡아 끈다. 유튜브 속 영상 매체들은 말할 것도 없다. 지속적인 독자들과 시청자들의 조회수, 팔로우 그리고 관심을 끌기 위해 최대한 자극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단지 소재나 영상, 글의 내용뿐이 아니다. 우리가 보면서 재밌다고 느끼는 글들이나 영상 매체를 떠올려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곧바로 휙휙 빠르게 화면이 전환되고, 무의식 중에 계속 효과음이나 자극적인 사진 또는 영상 자료들이 삽입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도파민 수용체는 이제 몇 개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웬만한 자극이 없으면 끈기 있게 집중하기가 힘들다. 굳은 의지로 책을 집어 들어도 한 페이지를 채 넘기지 못하고 글을 읽다 중간에 금방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만다. 오지도 않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하고, SNS를 새로고침 하고, 포털 창의 실시간 검색어를 들여다본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중독되어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이 자극들을 원하는 것이다. 도파민 수용체가 줄어든다는 것은 우리가 평범한 일상생활을 더 이상 즐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일상이 즐겁지 않다면 계속해서 자극을 얻기 위해 수많은 것에 중독이 되어간다. 쉽게 얻을 수 있는 중독이란, 도파민 수용체를 자극할 거리들이다.


노트를 펼쳐놓고 적어보았다. 내가 어떤 단기 자극에 중독되어 있는지. 무엇보다도 심한 중독은 스마트폰. 그리고 커피와 술. 나는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이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파민 자극 즉 '짧은 자극'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 지금 내게 필요한 영혼의 디톡스다. 우선 스마트 폰을 하루에 딱 두 번만 보기로 결심했다. 폰만 내려놓아도 눈 앞의 아이들에게 완전히 더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잡아먹던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고 싶다. 스마트 폰은 정말 너무 스마트해서 함께 있는 날 멍청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더 건강한 선택을 하기로 결심했다. 짧은 자극에 노출되지 않고, 온전히 나로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지루하지만 유익한 책을 읽고 스스로의 힘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하는 것,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이다. 쉽게 얻어지는 짧은 자극들에서 벗어나 스스로에 대한 의미 있는 고찰과 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도록 돕는 것은 결국 명상과 독서밖에 없었다. 내 인생에 자발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순간들을 만들어야겠다.


안녕 스마트폰, 이제 그만 헤어져. 각자 생각할 시간을 좀 갖자.




** 의지가 약해서 브런치에 고백하고 시작하려 합니다. 오늘부터 1일입니다. 응원도 좋고 동참도 좋습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한쪽 귀가 갑자기 안 들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