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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아 Jun 30. 2020

간디 같은 사람과 함께 삽니다.

#간디의 부인이란 #상대적 소인배 #아니 그냥 소인배

간디, 가서 따지면 안 돼요? 이거 잘못된 거 같은데.

- 괜찮아요. 그래 봤자 얼마 되지도 않는데 뭐.

아니 돈이 문제가 아니라 기분이 나쁘잖아요.

- 에이 잊어버려요 그냥. 커피 사줄게요.


나 너무 화나요.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진짜 배려도 예의도 모르는 거 같아요.

- 많이 속상했겠네요. 이번엔 그 사람이 잘못한 것 같아요. 너무 생각하지 마요.

가서 똑같이 말해주고 싶어요! 너무 모욕적이에요.

-그러게. 좀 심했다.

 

부들부들... 용서할 수 없는 상대가 생기면 계속 생각이 난다. 그것은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어렵다. 예를 들어 어느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제대로 안 나왔다거나, 세탁소에서 옷이 망가져서 왔다거나 그런 화는 것은 비교적 금방 잊힌다. 그러나 가족이나 오랜 친구 사이에서 생긴 상처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관계를 끊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그 사람과 대화로 마음이 풀지 않는 한, 그 사람을 볼 때마다 머릿속에 그 상처가 떠올라 괴롭다. 생각 때문에 괴롭다는 이야기는 결국 생각하길 멈추면 괜찮다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문제는 그것이 내 뜻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신랑은 한결같이 잘 이해해주고 위로해준다. 하지만 본인이 같은 상황을 겪었을 때는 화를 잘 내지 않는다. 처음에는 의아했다. 왜 화가 나지 않는지. 회사에서 한 상사 분이 간디를 오해하고 무척 모욕적으로 대한 적이 있었는데 (전해 듣는 내가 다 화가 나고 복장이 터지던데!) 그저 앞에서 "잘못 이해하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설사 그 말씀이 맞더라도 표현 방식이 적합하지 않다고 느껴집니다."하고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그냥 그 이후에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른 후 상사가 사과를 하셨을 때 무슨 일인지 기억을 못 했을 정도로... 그냥 살고 있는 그 순간에만 몹시 집중해서 산다. 오해를 풀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그냥 차라리 일에 집중해서 성과를 낸다. 언젠가 오해가 풀리면 다행이고, 안 풀려도 상관없다는 생각이다. 내가 잘못이 없으면 상대방이 나를 뭐라고 생각하든 중요하지 않단다. 어떻게 그러냐. 


연애 시절엔 좀 걱정이 되었다. 공감 능력이 떨어져서 내가 이해받지 못할까 봐. 쉽게 희로애락을 느끼지 않는 듯, 늘 고요한 호수 같다. 좋게 말하면 참 무던하고 조금은 무심해서 한 살 어린 시동생 말에 의하면 어릴 때부터 '저 사람과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라고 한다. 왜냐하면 본인이 어떤 상황도 싸움으로 인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가 화가 나면 화가 누그러질 때까지 그냥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리고 객관적인 사실만 이야기한다. 그리고 지나면 잊는다. 그래서 화를 내는 일은 살면서 좀처럼 보기 어렵다. 순간적으로 화가 나더라도 그걸 마음에 품고 괴로워하는 일은 한 번도 못 봤다. 세상에 정말 슬프거나 안타까운 일이 있을 수는 있으나, 감정적으로 화를 낸다고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보통 생각은 그렇게 해도 막상 화가 날만한 일이 닥치면 언성이 높아지기 마련인데, 화를 느끼는 레벨이 나와 다른 듯하다. 상대가 잘못된 선택으로 우리가 손해를 보거나 어떤 불합리한 일을 겼었을 때 나는 화가 난다. 그러면 목소리를 높여 나의 주장을 그 자리에서 이야기하고 내 권리를 찾아와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데 신랑은 화가 함께 높아질 것 같은 자리에서는 자리를 피한다. 그리고 이성적으로 대응법을 찾는다.


그리고 잘 상처를 받지 않는다. 본인 말로는 상처를 받을 때도 있다고 하긴 하는데 글쎄... 너무 쉽게 잊는다. 프로 예민러인 나는 상대의 감정이 쉽게 읽히고 그래서 상대의 어려움에 공감이 잘 된다. 어딜 가든 소속된 단체 안에서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일을 찾아서 한다. 가족 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그룹에서 다 함께 편하지 않으면 상대의 의견이나 어려움을 무시하고 나 혼자 행복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또 반대로 안하무인인 상대를 만나, 상대가 나의 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경우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다. 관계를 끊어버리던지 그럴 수 없다면 상대를 고쳐놓던지 하고 싶은 마음이 치밀어 오른다. 그리고 오래오래 내게 던져진 그 상처되는 말을 곱씹으며 내 자존감을 낮추고, 상대를 강렬하게 미워한다.


부럽다 우리 간디. 나도 저렇게 살 수 있다면 늘 속이 편하련만. 간디에게 이 말을 하면 자기를 부러워하지 말란다. 나는 나만의 섬세한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아픔이 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같이 있으면 나만 너무 소인배 같은 걸. 쪼잔한 일로 화가 나고, 중요하지도 않은 상대의 의견을 마음에 품고 있는 내가 너무 하찮아지고 만다. 간디 같은 사람과 사는 나는 늘 고요한 그가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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