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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아 Feb 03. 2021

제가 갑입니다 멘탈갑

#다이아 멘탈 #마음 근육을 키우는 법 #회복탄력성

예전 다니던 회사에는 존경스러운 선배가 하나 있었다. 그 선배를 존경했던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나보다 직급이 높아서도, 일을 잘해서도, 술을 잘 마셔서도 아니었다. 물론 어딜 가도 빠지지 않는 외모와 언변에 더해 일도 부족함 없이 잘했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그녀를 돋보이게 했던 일은 바로 그녀가 부장님 앞에서 와장창 깨졌을 때였다. 업무 성과가 뛰어나서 승진이 빠르다거나, 사내 정치나 처세술에 뛰어난 사람들은 소위 '난사람'으로 부럽긴 해도 존경스럽지는 않았다. 그 중 난사람이었던 미혼의 50대 부장님은 회사 임원 중 최연소 여성 임원으로 올라간 대단하신 분이었다. 하지만 그분의 일 중독과, 아랫사람을 조지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대상을 가리지 않았는데, 하필이면 그 선배가 그 타깃이 되었던 날이었다. 그럴 때면 사무실은 전체가 고요해졌다. 그 자리가 불편해 슬며시 피하는 사람도 있었고, 나갈 타이밍을 못 잡은 사람들은 조용히 파티션과 하나가 된 듯 벽의 그림자처럼 고개 숙여 일했다.


사무실 전체가 쩌렁쩌렁 울리는 고성의 나무람에 이어, 비아냥 거림에 인신공격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심지어 임산부에게도 망설임 없이 결재판을 던질 수 있는 분이셨기에. 오늘은 어디까지 그 피치가 올라갈까 다들 조마조마 숨 죽이고 일을 하고 있던 차였다. 그 존경스러운 선배는 고개를 숙이고 석고대죄의 자세를 하고 있었다. 선배는 지금쯤 얼마나 수치스러울까. 또 얼마나 마음이 상할까. 뭐라 위로를 해야 할지 선배를 바로 따라 나가는 게 좋을지 아닐지 고민하며, 머릿속은 온갖 위로의 단어들과 부장님에 대한 욕을 나열하고 있을 때 즈음 "꼴 보기 싫으니까 결재판 들고 꺼져!"로 그 날의 푸닥거리는 일단락되었다.


너무 티 나지 않게 슬금슬금 선배 사무실로 따라갔다. 음료수 하나를 건넸다. "선배 괜찮아요? 아 진짜 김 부장님 너무 하시네요."로 말을 잇는데, 선배는 이미 음료수를 들이키며 "에이 부장님 뭐 하루 이틀이냐. 금요일 뭐해? 서윤이가 술 한잔 하자는데, 새로 생긴 이자카야 콜?" 하는 거 아닌가. 눈이 동그래졌다. 선배는 나보다 네 살 위이긴 했지만, 그 회복탄력성이 남달랐다. 나이 성별 없이 부장님 푸닥거리의 타깃이 된 자는 눈물 콧물 다 쏟고 사직서를 다시 새 고침하여 품에 안아야 하거늘. 선배는 진정 괜찮았다. '뭐 그리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잘못된 건 고치면 되는 거고, 원래 그분이 신경질적이니 자기 화에 자기가 넘어가는 것이 어른스럽지 못하다.'라고 느낄 따름이었다. 선배는 오히려 김 부장을 위로하듯 퇴근길에 따뜻한 홍삼차며 초콜릿을 사다 부장님 책상에 올리고 떠났다. 내가 본 갑 중의 갑이었다. 멘탈갑. 이건 누가 봐도 선배가 이긴 게임이었다. 그 선배처럼 멘탈이 단단해지고 싶었다. 멘탈의 굳기가 아주 강철이 아니라 다이아몬드였다. 어디 부딪혀도 깨지지 않는 저 반짝이는 다이아 멘탈은 어떻게 얻어지는 것일까.


매년 빠짐없이 등장하는 나의 신년 계획 중 하나는 운동하기. 매일 운동하는 습관을 갖는 것은 참 쉽지 않다.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엄마인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하기란 정말 쉽지 않고, 아이들 없이 시간을 내기란 더 어렵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자연스럽게 몸에 근육이 붙는다. 근육이 생기면 기초대사량이 높아지고, 체력이 길러진다. 몸을 위한 운동도 그렇지만, 마음을 위한 운동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위한 운동을 할 때 자연스럽게 마음 근육이 생긴다. 마음 근육이 생기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현재 내가 있는 곳에서 집중할 수 있다. 몰입하여 한 가지 일을 하게 되면 좋은 결과는 덤이다.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다. 타인의 기준에 의해 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채점표에 의해 나를 정의할 수 있게 된다. 다이아 멘탈로 가는 길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음의 근육을 키울 수 있을까? 우선 필요한 것은 나를 점검하는 것이다. 피트니스 센터에 가도 인바디 체크를 통해 몸의 근육량과 지방이 어느 부분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파악한다. 마음의 근육을 점검하기 위해서는 삶의 어떤 부분에서 내 멘탈이 바사삭 무너지는지 돌아보아야 했다. 나의 문제는 주로 나에 대한 평가 기준을 타인에게 둘 때에 무너져 내렸다. 사실 남들이 뭐라 하든 그리 중요하지 않다. 존경스러웠던 그 선배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부장님이 뭐라고 소리를 질러도 자신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장님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설사 업무 중 잘못한 부분이 있었더라도 그것을 과장하여 스스로를 다그칠 필요가 없었다. 내가 나를 너무 사랑하는데, 내 가치가 이렇게 높은데 남들이 뭐라 해봤자 그것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 결국 나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것도 일으킬 수 있는 것도 나뿐이다.


세상의 갑 오브 갑은 멘탈갑이라 생각한다. 스스로 말고는 누구에게도 내 인생의 갑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인생의 실패는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오늘 또 배웠고 자라고 있다. 오늘도 한 뼘 더 성장했다. 돌아보면 감사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부족한 부분을 성장시키며 오늘도 하하하 큰 소리로 웃을 수 있으면 됐다. 그저 을의 정신 승리일지 몰라도... 세상을 향해 조용히 외쳐본다. 나는 갑이다 멘탈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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