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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아 Dec 11. 2021

아프면 집에서 쉬는 게 맞나요?

우린 왜 아파도 학교에 가야 했는가, 왜 회사에 가야 하는가

오늘도 아침부터 전쟁이다. 꼬맹이들을 프리 스쿨(유치원)에 보내기 시작하면서 아침마다 등교 준비로 한 바탕 난리가 벌어진다. 전 날 아무리 일찍 재우려 해도 일찍 잠들지 않고, 아침에 딱 20분만 일찍 여유 있게 깨우려 해도 깨우는 것이 쉽지 않다. 하긴 나조차도 밤엔 자기 싫고 아침엔 일어나기 싫은 저녁형 인간이니 누굴 탓하랴. 거기다 아이들은 학교를 보내기 시작한 이후로 자꾸 잔기침이며 감기를 달고 살아서 컨디션 오락가락한다. 겨우 일어나 앉아 아침을 느릿느릿 먹고 있는 아이들을 다그쳐 기분 좋은 상태로 학교에 보내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다가오는 등교 시간에 마음이 급해져서 "빨리빨리! 지금 장난칠 시간 없다고!! 아니 이럴 거면 다니지 마!"하고 소리 지르고 싶은 그냥 내가 되었다가 '아이들도 처음 하는 사회생활에 힘들 텐데 괜히 다그치지 말아야지.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자.' 하며 오은영이 되었다가 한다. 아주 지킬 앤 하이드가 따로 없다. 나도 모르게 아이들 책가방을 들었다 내려놓길 반복한다. 이 짧은 아침 시간, 수많은 인격들이 동시에 내 얼굴 안에 담겨있다.


여기는 미취학 아동의 유아교육 기관의 교육비가 매우 비싸다. 한국의 어린이집이 무상으로 아침부터 오후 4시까지, 밥도 먹여주고 간식도 먹여주었던 것에 비하면 정말 손이 떨릴 정도이다. 프리스쿨 등록비로 첫째는 대충 5500불(640만 원), 둘째는 2500불(294만 원) 정도의 학비를 내야 했다. 둘 다 방학이 2달이 넘으니 일 년에 10개월만 학교를 간다. 첫째는 주 5일, 둘째는 아직 어려서 주 2일밖에 안 받아준다. 그나마도 스케줄은 반나절이라 12시 반, 1시 반이면 돌아온다. 당연히 직접 차로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하며 점심도 간식도 다 싸서 가야 한다. 아침에 전쟁같이 보내 놓고 돌아와서 집 정리를 끝내고 재택근무 중인 신랑의 식사를 준비하고 남은 녀석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다 돌아서면 다시 데리러 가야 한다. 그마저도 금요일은 무슨 공휴일, 대체 공휴일, 교사 수업 준비일, 학부모 상담일 등등의 이유로 학교를 가는 날보다 안 가는 날이 더 많다. 그러니 학교를 보낼 수 있는 날은 충실히 보내고 싶다. 솔직히 교육비가 아깝기도 하고, 안 다니면 모르겠지만 가기로 한 이상은 아이들이 최선을 다해 성실히 등교하는 태도 또한 중요한 일 임을 가르치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 컨디션을 바라보는 관점이 나와 신랑이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자란 신랑은 아이들이 아픈 것에 대해 더 엄격하다. 엄격하다는 말은 엄격하게 집에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아프면 쉬어야 한다고 한다. 어쩌면 당연한 말인데 왜 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난 속이 터질까. 지금 열이 전혀 없고 아이들이 팔팔하게 뛰어다니더라도, 학교 가기 이틀 이내 열이 났었던 적이 있으면 보내지 않는다. 콧물이 나면 보내지 않는다. 기침이 나도 보내지 않는다. 37.5도 정도의 미열이 나면 당연히 보내지 않는다. 같이 사는 형제 중 누군가 열이 나면 건강한 다른 아이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물론, 아픈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것은 엄마인 나이다. 


나는 반대의 의미로 엄격하다. 좀 과장을 보태면 아파서 쓰러지지 않는 한 학교는 보내고 싶다. 아프면 필요한 약을 먹인다. 사실 애들의 컨디션은 좋다가도 금방 나빠지기 일쑤고, 기운이 없는 듯하다가도 놀이에 집중하면 또 팔팔하게 잘 놀기 일쑤다. 거기에 더해 우리는 애가 셋이다. 셋 다 아주 아주 멀쩡한 날 보다 일교차가 커지거나 전 날 좀 피곤하게 놀고 나면, 아침 컨디션이 살짝 별로였다가 오후에 나아지기 일쑤이다. 한 아이가 가벼운 재채기나 기침에, 그 다음 주엔 다른 아이가 맑은 콧물이 흐르고 있을 때도 종종 있다. 하루 이틀 그러다 지나간다. (때론 알러지인지 감기인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심각한 독감이나 장염이 아니라 그냥 가벼운 감기는 오고 가고, 또 오고 그냥 그러면서 아이들이 큰다. 그러면서 면역력도 생긴다고 믿는다. 이렇게 거창하게 이유를 붙였지만 겨우 3시간 후면 돌아오는 학교인 걸. 


신랑의 기준에 따라 아무도 아프지 않은 날만 학교를 보내야 한다면 사실 아무도 학교를 갈 수가 없을 것 같다. 알고 있다. 지금 시기가 시기라 조금이라도 아픈 것에 모두가 예민해져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신랑은 내게 다른 아픈 아이가 학교에 온다고 생각해보라고, 안 반갑지 않겠느냐 되묻는다. 할 말이 없어진다.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아픈 아이는 집에서 쉬는 것이 맞다. 자기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 있는 아이들로 키우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우린 그랬다. 초중고 12년을 그렇게 살았다. 아니 대학 생활도 심지어 직장 생활에서도 근태도 여전히 무척 중요한 요소였다. 일어나 보니 아침에 갑자기 몸이 좀 안 좋아서 오늘은 쉬겠다고 말하는 것이 쉽게 용납되는 환경에 살아본 적이 없다. 감기 정도는 아픈 것에 속하지도 못했다. 심지어 열이 나도, 코피가 나도, 너무 아프면 등교 전에 병원에 들렀다 가더라도 학교는 가야 했다. 우리 엄마만 매정하게 그런 게 아니라, 내 친구들도 다 그랬다. 평생 그렇게 살았다. 그래서 어쩌면 '아프면 집에서 쉰다.'라는 당연한 명제를 받아들이는 것이 좀 어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몸에 베인 억척스러운 성실함을 아이들에게 어쩌면 물려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해 아이들의 컨디션을 조절했고, 정성을 다해 등교 준비를 시켰고 그렇게 드디어 2시간 남짓한 자유 시간이 생겼다. 물론 막내는 아기띠로 안아 재우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그래도 감사하다. 다음 주부터는 겨울 방학이라 또 3주를 집에서 함께 해야 하므로.


그래, 아프면 집에서 쉬는 게 맞다. 근데 왜 눈물이 날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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