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레의 근사한 양생7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코로나에 걸렸지만, 신기하게 일리치약국 3인에겐 별일이 없었다. 내심 활동반경이 넓지 않고 생활이 심플해서일 거라 생각했다. 여름이 되면서 다시 유행하는 코로나는 감염력이 아주 높아서 그동안 걸리지 않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감염되기 시작했다. 7월 말 결국 나도 이번 유행을 비껴가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밤새 켜져 있던 선풍기 바람이 싫어지더니 몸이 으슬으슬했다. 순간 심상치 않다고 여겼다. 자기진단키트로 검사를 해봤더니 양성이었다.
순식간에 심한 오한과 발열이 시작됐다. 긴팔 티셔츠와 긴바지로 갈아입고 이불을 두 겹 덮고, 뜨거운 물을 담은 통을 껴안고 있어도 몸이 오돌오돌 떨렸다. 몸 여기저기가 아프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서 정식 진단을 받아야 하는데 꼼짝 못 할 정도로 아팠다. 오후가 돼서 겨우겨우 집 근처 내과에 가서 진단받고 5일분 약을 받아왔다. 해열진통제 두 가지, 기침약, 가래약, 위장약 해서 5알이 들어있었다.
발열 증상은 바이러스에 대항한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몸살과 두통 때문에 힘들었지만, 해열제는 안 먹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기침가래약은 증상이 없었으니 당연히 먹지 않았다. 대신 발한을 시키는 한방제제를 먹었다. 약을 먹고 이불 속에서 머물고 있자니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오한이 조금씩 사라짐을 느꼈다. 또 면역력을 올리기 위해 종합비타민과 고용량의 비타민C를 복용했다. 첫날은 입맛이 없기도 했고 온전히 면역 반응에 에너지를 쓰기 위해 한끼도 먹지 않았다. 둘째 날부터 죽으로 식사를 조금씩 했다. 오한은 빨리 사라졌지만, 발열과 두통, 몸살은 서서히 좋아졌다. 5일 후 정상 체온이 되었고 몸살과 찌르는 듯한 두통이 없어졌다.
5일간 앓으면서 한방이론 중 상한론(傷寒論)에 나온 태양병(太陽病)의 경과를 고스란히 밟았다. 상한론은 한나라 사람 장중겸이 집대성한 한방이론이다. 찬 기운에 몸이 상했을 때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논한다. 지금의 감기나 독감같은 바이러스 감염질환이 태양병에 해당된다. 코로나도 태양병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태양병은 병증이 인체의 가장 바깥 부위(表)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치료는 표(表)를 열어 바이러스 등의 외사(外邪)를 밖으로 밀어내는 약인 해표제(解表劑)를 쓴다. 나처럼 오한과 발열이 있는데 땀이 나지 않는 경우에는 마황탕이나 갈근탕을 써서 땀을 내야 한다. 비슷한 시기에 코로나를 앓은 중딩 조카는 나보다 증상이 심했다. 오한과 발열, 두통과 몸살의 증상은 같았고 거기에 심한 인후통까지 있었다. 또 열도 40도에 육박하여 증상이 무거웠다. 결국 조카는 한방제제와 해열제를 병행했다.
나의 투병 기간은 5일. 감기에 걸려서 낫는 기간과 별다르지 않았다. 더 아팠다는 거 말고는 별 후유증도 없었다. 물론 그간 사람들이 겪은 코로나의 양상은 다양하다. 롱코비드로 후유증이 길게 간 사람들도 있고 심지어 죽은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난 코로나가 감기나 독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감기나 독감으로도 약한 사람들은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이런 노약자가 아니라면 충분히 자신의 면역력과 적당한 치료로 코로나 감염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되었건 이렇게 치료를 할 수 있었던 건 내가 양약과 한약을 모두 공부한 약사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에겐 이런 방식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나의 코로나 투병기를 글로 쓴 이유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너무 걱정을 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최근 유행 중인 오미크론형은 치명률이 낮다. 앞으로의 변이도 점점 치명률이 낮은 쪽을 향할 것이다. 무엇보다 병을 치유하는 주체는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치유는 이런 감염의 경험들을 통과하면서 만들어진 우리의 면역력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코로나에 걸리는 것은 당장 아프지만 이 감염을 경험한 우리 면역 체계는 이전보다 더 건강해질 것이다.